설리, "삐~" 사건의 전말..설리를 소비하는 방식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7.06.23 11:36 / 조회 : 12827
  • 글자크기조절
image
사진=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걸그룹 F(x) 출신 배우 설리가 연일 화제다. 영화 '리얼' 개봉을 앞두고 설리의 행보 하나하나가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달 31일 열린 '리얼' 쇼케이스에서 불거진 설리 지각 논란을 시작으로 무대 인사 불참 번복에 기자시사회 고심 끝 참석 결정까지, 숱한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돌이켜보면 말이 말을 만들고 있다.

대표적인 게 KBS 2TV '영화가 좋다'의 이른바 설리 "삐~" 사건이다. 설리를 비롯해 김수현, 성동일 등은 '리얼' 쇼케이스 당일 '영화가 좋다'와 인터뷰를 가졌다. 영화 홍보를 위한 정해진 프로모션이었다.

당시 리포터는 배우들에게 여러 질문을 던졌다. 그중에 하나가 설리에게 김수현과 키스신은 어땠느냐는 것이었다. 설리는 답변을 하다가 농담 삼아 "맛있어요"라고 말했다. 현장에선 당연히 폭소가 터졌다. 곁에 있던 김수현은 "방송에서 쓸 수 있는 말을 하라"며 재치있게 받았다.

여느 배우였다면 농담으로 받아들여질 법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설리였다. '리얼' 측은 앞뒤 맥락이 생략된 채 방송되면 혹여 이상하게 비출까를 우려해 '영화가 좋다'측에 편집을 해 줄 수 있는지 정중히 요청했다.

편집은 됐다. '영화가 좋다'는 '리얼' 인터뷰 예고편에서 설리의 멘트를 "삐~"처리 해서 내보내고, 김수현이 "방송에서 쓸 수 있는 말을 하라"는 말을 담아서 내보냈다. 본방송에선 통째로 편집했다.

설리를 소비하는 방식이다.

설리가 쇼케이스에서 김수현과 성동일에 비해 5분 정도 뒤늦게 무대에 오르자 지각 논란이 불거졌다. 성동일이 "오늘 최진리(설리 본명)가 옷을 세 번 갈아입었는데 이 옷이 제일 잘 어울린다. 이 옷을 입느라 늦게 왔냐"고 이야기한 것만 크게 부각됐다.

이 지각 소동도 전말은 다르다. 설리는 이날 쇼케이스에서 사전에 피팅한 의상이 아닌 당일 받은 옷을 입었다. 방송 인터뷰를 두 차례 하면서 각기 다른 옷을 입었다. 인터뷰를 마친 뒤 쇼케이스를 위해 새 옷을 입었는데, 사이즈가 작았던 것. 무대에 오를 때까지 지퍼가 채 안 올라가 부랴부랴 옷을 보정해야 했다. 이런 사정은 사라진 채 지각 논란만 일었다. 설리와 논란을 야기하는 방식이다.

'리얼' 기자시사회 후 인터뷰는 김수현만 한다. 통상 여느 영화라면 주연배우 뿐 아니라 감독 등이 죄다 인터뷰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리얼'의 태생적 문제 탓이다.

'리얼'은 아시아 최대 카지노를 둘러싼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중국 알리바바 픽쳐스에서 투자하고, 한국에선 CJ E&M이 배급만 대행한다. 중국과 동시 개봉을 추진하다가 사드 배치 여파로 개봉이 차일피일 미뤄지다가 한국만 개봉을 먼저 확정했다. 그 와중에 영화를 다 찍은 이정섭 감독에서 후반 작업 도중 제작사 대표인 이사랑 감독으로 연출자가 바뀌었다. 이사랑 감독은 김수현의 가족이기도 하다.

이런 탓에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는 제작보고회를 생략하고 질문을 받을 수 없는 쇼케이스로만 영화를 알렸다. 이 자리에는 감독도 참석하지 않았다. '리얼' 측은 여러 말들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주연배우 중 김수현만 인터뷰를 하기로 일찌감치 결정했다. 설리가 영화 홍보를 위해 인터뷰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제안한 것도 CJ E&M이었다. CJ E&M은 이사랑 감독 인터뷰도 안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

그런데도 유독 설리만 인터뷰를 안 한다는 게 화제다. 기자시사회 불참을 고려했다가 고심 끝에 참석하기로 했다는 것도 비슷하다. 설리는 기자시사회 당일 CF 촬영 일정이 예정돼 있었다. '리얼'은 통상 개봉 전주에 기자시사회를 하는 여느 영화들과 달리 개봉을 이틀 앞둔 6월26일 기자시사회를 한다. 그나마 기자시사회 일정도 뒤늦게 확정했다. 그런 만큼, 기자시사회에 참석하기 위해선 다른 일정을 조정해야 했다. 결국 설리 측은 CF일정을 최종 정리하고 기자시사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이미 설리는 '리얼'에 민폐를 끼치는 배우인양 세상에 알려진 뒤였다. 책임감도 없는 배우인양 알려진 뒤였다.

자유분방한 설리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누구는 자유분방에 정숙을 요구하고, 누구는 자유롭기를 바란다. 그런 시선을 설리는 때로는 즐기는 것처럼, 때로는 무시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설리의 행동에 자유를 강제할 수 없는 것처럼, 설리를 향한 시선도 강제할 수는 없다.

그래도 사실을 뒤틀어 왜곡해 소비하는 방식은 아니다. 사실을 알려는 수고를 안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설리는 사실 '리얼'에서 큰 비중은 아니다. '리얼'은 김수현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설리는 적은 역할이지만 베드신까지 소화했다. 쉽지 않은 일이다. 걸그룹 출신에겐 더더욱 쉽지 않은 일이다. 베드신을 했다고 훌륭한 배우는 아니지만, 그 용기는 박수 받을 만하다. 거듭나긴 위한 도전이자 용기인 건 분명하다.

23일 '리얼' 측은 설리가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보냈다. 논란의 끝에서 내보낸 자료다.

'리얼'은 26일 기자시사회를 갖고, 28일 개봉한다. 개봉하면 여러 말들이 쏟아질 터다. 그런 말들 속에는 사실이 왜곡된 것들도 더러 있을 것 같다.

언제나 화제를 모으는 설리지만, 그녀가 말들의 홍수 속에서 배우로 길을 계속 걷게 될지, '리얼'은 여러 면에서 그 시험대가 될 것은 분명하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