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벨린저-저지, 사상 첫 양대리그 루키 홈런왕 나올까

장윤호 기자 / 입력 : 2017.06.23 09:14 / 조회 : 4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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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디 벨린저(좌)와 애런 저지. /AFPBBNews=뉴스1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아메리칸리그(AL)와 내셔널리그(NL) 모두 루키가 홈런 부문 선두를 달리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AL에서는 뉴욕 양키스의 애런 저지(25)가 24개의 홈런을 때려내 메이저리그 홈런선두를 질주하고 있고, NL에선 LA 다저스의 코디 벨린저(21)가 빅리그에 올라온 뒤 단 52경기 만에 22개의 대포를 쏘아 올려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기록을 써가고 있다. 미 대륙의 동쪽과 서쪽 끝에서 동시에 슈퍼루키들이 맹렬히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시즌이 반환점도 돌지 않았고 갈 길이 멀지만 이런 추세가 끝까지 이어진다면 메이저리그 사상 최초로 양대 리그에서 모두 루키들이 홈런왕으로 등극하는 초유의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

저지와 벨린저는 나이 차가 4살이 나긴 하지만 메이저리그 드래프트로 보면 동기생이다. 이들은 모두 2013년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선수들로 저지는 1라운드 전체 32번으로 양키스에, 벨린저는 4라운드에서 전체 124번으로 다저스에 지명됐다.


대학(프레즈노 스테이트)을 거친 저지가 고교 졸업 후 바로 프로무대에 뛰어든 벨린저보다 나이는 4살 많다. 전체 2번으로 시카고 컵스에 지명된 뒤 지난 2년간 NL 신인왕과 MVP를 차례로 거머쥔 크리스 브라이언트(25)까지 합쳐 이들 3명은 2013년 드래프트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 재목들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저지는 리그 신인왕은 물론 AL MVP 후보로까지 꼽히는 맹위를 이어가고 있다. 뒤늦게 출발한 벨린저도 확실한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프로 커리어 출발부터 확실한 슈퍼스타 제목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브라이언트에 비하면 저지와 벨린저는 한 단계 낮은 평가를 받으며 마이너리그를 거쳤지만 올해 성적만 비교한다면 오히려 지난해 NL MVP를 압도하는 성적을 올리고 있다.

2017 성적 경기 타석 타율/출루율/장타율 홈런 타점

브라이언트 67 246 0.260/0.390/0.512 15 28

저지 67 245 0.331/0.438/0.694 24 54

벨린저 53 200 0.270/0.341/0.665 22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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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런 저지. /AFPBBNews=뉴스1


두 슈퍼루키 저지와 벨린저의 올해 행보를 보면 “미쳤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현재 24개의 홈런으로 메이저리그 선두를 달리는 저지는 지금의 페이스라면 1987년 마크 맥과이어가 기록한 메이저리그 루키 최다홈런 기록 49개를 뛰어넘는 것은 물론 역사적인 시즌 60홈런 고지에 오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시즌 60홈런은 지난 2001년 배리 본즈가 73개의 홈런으로 메이저리그 기록을 수립한 이후 그 누구도 밟아보지 못한 고지다. 메이저리그 역사를 통틀어도 본즈와 맥과이어, 새미 소사, 로저 매리스, 베이브 루스 등 5명만이 총 8차례에 걸쳐 시즌 60홈런 고지에 이름을 올렸는데 이중 본즈와 맥과이어, 소사의 경우는 스테로이드 시대에 약물의 힘을 빌려 달성한 기록이라는 의혹 속에 사실상 기록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결국 저지가 올해 60홈런 고지에 올라선다면 1961년 매리스(61홈런) 이후 최고의 기록으로 인정받게 될 전망이다.

물론 저지가 60홈런 고지에 올라설 가능성은 후하게 예상해도 10% 내외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시즌 전반기의 신들린 페이스를 끝까지 가져가기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현재의 홈런 추세를 계속 이어간다고 해도 시즌 58개를 친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오히려 포커스는 그가 맥과이어의 루키 기록인 49홈런을 넘어설 것인가와 역사상 단 3번째로 신인왕과 MVP를 동시 석권할 수 있을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저지는 시즌 60홈런 도전여부에 대해 “모든 것은 가능하다. 지금 난 볼을 아주 잘 치고 있다. 문제는 항상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라면서 “매일 경기장에 나와 환경에 익숙해지고 꾸준한 성적을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며 은근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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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디 벨린저. /AFPBBNews=뉴스1


벨린저는 사실 시즌 초반 작 피더슨과 앤드루 톨스, 에이드리언 곤잘레스 등의 잇단 부상이 아니었더라면 아직도 트리플A에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일단 빅리그에 올라오자 너무나 뜨겁게 불방망이를 휘둘러 피더슨과 곤잘레스가 돌아온 뒤에도 다저스가 그를 다시 마이너로 내려 보내는 것을 아예 불가능하게 만들어버렸다. 지금까지 약 두 달 남짓한 시간 동안 벨린저가 이뤄낸 기록들을 보면 입이 쩍 벌어지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1일(한국시간)부터 21일까지 메이저리그 사상 최초로 10경기에서 홈런 10개를 때려낸 루키가 되는 기록을 세웠고, 생애 첫 52경기에서 22홈런도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 기록으로 기록집에 올랐다. 특유의 어퍼컷 스윙은 지금까지 슬럼프를 보이지 않으며 무서운 기세로 치고 나가 과연 이 어린 선수의 한계가 어디일까 하는 탄성을 자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뜨거운 출발에도 불구, 저지나 벨린저를 역대 최고급의 슬러거가 될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성급하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이 뛰어난 유망주로 수준급 메이저리그거로 오랜 시간동안 활약할 것이라는 사실만큼은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그것 역시 가장 험난한 시간의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한다.

사실 전문가들은 벨린저의 경우 아직까지 완전한 타자로 보기도 쉽지 않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현재까지 200타석에서 67번이나 삼진을 당해 삼진비율이 33.5%에 달한다는 것이 가장 먼저 지적된다. 스윙에 허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가 아직도 큰 슬럼프에 빠지지 않고 있고 특히 왼손투수를 상대로도 타율 0.261(46타수 12안타, 5홈런)으로 잘 버티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다. 더구나 벨린저는 생각보다 유연성과 민첩성이 뛰어나 수비에서도 1루수는 물론 중견수 등 모두 외야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것도 엄청난 플러스 효과다.

물론 이들이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고 해도 지금의 페이스를 계속 이어가기를 기대하기란 힘들다. 조만간 슬럼프가 그들을 찾아왔을 때 그 테스트를 어떻게 이겨내는가에서 이들이 진정 메이저리그의 차세대를 이끌 간판스타들인지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벌써부터 이들 둘을 놓고 비교하며 누가 더 뛰어난 선수가 될 것인지에 대한 토론이 펼치는 성미 급한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들 두 명의 슈퍼 루키 슬러거들의 역사적인 도전과 경쟁이 이번 여름을 더욱 흥분되는 특별한 시즌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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