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열전] '하우스 오브 카드' 오바마와 시진핑이 좋아합니다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7.06.21 13:58 / 조회 : 2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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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가 뜨거운 감자다. '옥자'를 둘러싼 논쟁이 넷플릭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옥자' 외에 넷플릭스가 자랑하는 오리지널 드라마들을 소개한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오늘의 넷플릭스 제국을 세운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우스 오브 카드'를 안 본 사람은 있어도 시즌1만 본 사람은 없다고 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는 드라마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원래 영국 BBC에서 1990년에 방송된 드라마를 넷플릭스에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미국 워싱턴의 노회한 정치인인 프랭크 언더우드가 그의 아내 클레어 언더우드와 각종 권모술수로 미국 정치판을 움직이는 이야기다.

시즌1이 시작했을 땐 민주당 하원 원내 대표였던 프랭크 언더우드가 자신이 원하는 자리를 얻기 위해 숱한 계략을 꾸미고 위기를 맞고 극복하는 과정이 끊임없이 전개된다. 언론에 역정보를 흘리고, 여론을 조작하고, 화생방 테러를 이용하고, 승리를 위해선 섹스 스캔들까지 대범하게 활용한다. 이런 과정들이 사람들을 빠져들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하우스 오브 카드' 인기의 두 축은 프랭크 언더우드 역의 케빈 스페이시와 클레어 언더우드 역의 로빈 라이트이다. 넷플릭스가 이용자들의 성향을 고려해 케빈 스페이시를 '하우스 오브 카드'의 주인공으로 발탁했다는 건 유명한 이야기.


케빈 스페이시가 맡은 프랭크 언더우드는 목적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캐릭터다. 여느 드라마나 영화에서라면 전형적인 악당이다. 그럼에도 '하우스 오브 카드'를 보다 보면 어느샌가 그를 응원하게 만드는 마력의 소유자다.

이는 '하우스 오브 카드'가 프랑크 대 세상의 투쟁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프랭크를 비롯해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그 속에서 프랭크가 싸우고 살아남고 승리하는 서사로 구성됐다.

"규칙은 하나뿐. 사냥하든지, 사냥당하든지" "늑대가 아니면 늑대에게 잡아먹히는 양이 될 뿐. 양 떼 속에 머물지, 늑대 무리에 합류할지 결정해야 해". 이런 프랭크의 대사는 시청자를 몰입하게 만든다. 매회 롤플레잉 게임처럼 위기가 펼쳐지고, 그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이 자연스레 주인공에 감정 이입을 하게 만든다.

이 악당에 몰입하게 만드는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케빈 스페이시가 카메라를 쳐다보면서 시청자들에게 이야기를 직접 건네는 방식이다. 배우가 카메라를 쳐다보면서 시청자 또는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건네는 건 일종의 금기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이 금기를 과감히 깼다. 주인공이 수시로 시청자에 이야기를 건네고 자신의 전략과 속내를 털어놓는다. 이런 방식이 시청자를 악역인 프랭크에 감정이입을 하게 만든다. 시청자와 비밀을 공유하게 해 같은 편으로 만드는 방식인 것. 그렇게 상대편과 싸워서 이기는 데 시청자를 참여시킨다.

이 싸움에 온갖 비열한 방법들이 동원 되지만 상대도 그런 방법을 쓰니, 누가 더 나쁘냐라기보다 누가 더 교활하냐가 중요한 잣대로 활용된다.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들이 계속 등장해서 일종의 안전장치를 만드는 것도 주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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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넷플릭스


클라라 언더우드는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이 거듭 될수록 탁월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클라라 언더우드를 맡은 로빈 라이트에 대한 인기도 뜨겁다. 은색 단발머리에 카리스마 넘치는 박력. 케빈 스페이시와 정치적인 동업자이면서 또 엄청난 야망의 소유자라는 점이 자연스레 힐러리 클린턴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로빈 라이트는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포레스트 검프가 찾아다니던 여자친구 제니 역을 맡았던 배우. 그 뒤로 여러 드라마와 영화에 꾸준히 출연하기는 했지만 큰 유명세는 얻지 못했다. '하우스 오브 카드'로 인생의 전기를 맞았다.

로빈 라이트는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여배우로서 목소리를 높여 주목을 받았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남자배우와 여자배우 개런티 차이가 상당하다. 정확한 출연료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즌2에서 케빈 스페이시가 회당 50만 달러를, 로빈 라이트가 회당 42만 달러를 받은 것으로 전해 진다. 로빈 라이트는 '하우스 오브 카드'로 인기가 치솟자 넷플릭스에 케빈 스페이시와 똑같은 출연료를 달라고 요구했다. 여러 통계를 근거로 자신이 케빈 스페이시보다 더 인기가 높다며 동등한 대우를 요구한 것.

이런 로빈 라이트의 요구는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 두 캐릭터가 부부지만 한편으로는 서로의 권력을 탐하는 존재로 그려지는 것과 맞물려 더욱 화제를 샀다. 로빈 라이트는 최근 영화 '원더우먼'에 안티오페 장군 역으로 출연해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한층 주목을 받고 있다.

'하우스 오브 카드' 인기에는 유명 정치인들이 좋아한다는 외적인 스토리가 더해진 것도 한몫을 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 등 G2 정상이 '하우스 오브 카드' 팬이란 이야기가 종종 보도됐다. 자연히 관심을 끌 수 밖에 없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제작진에 시즌3를 빨리 만들어달라고 했다는 일화를 비롯해 커트 캠벨 전 미 국무부 차관보가 파이낸셜타임즈에 '왜 중국 정치인은 하우스 오브 카드를 좋아하는가'란 기고를 하기도 했다. 클린턴 전 미국 국무부장관도 "남편과 '하우스 오브 카드'에 탐닉했다"고 한 적이 있다. 워싱턴 정가의 뒷이야기들을 다룬 데다 '하우스 오브 카드'가 워낙 인기가 높으니 유력 정치인들이 팬덤에 동참한 것이다.

중국은 사정이 좀 다르다. 중국에선 '하우스 오브 카드'를 통해 미국 정가가 이렇게 혼탁하다, 민주주의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이런 식으로 접근한다는 분석들이 많다. '하우스 오브 카드'에 "민주주의는 과대평가됐다"는 대사가 나오는 걸 역이용하는 것. '하우스 오브 카드'가 미국과 적대 관계인 이란에서도 인기가 많은 것도 비슷한 이유다. 이런 평가가 서구식 잣대일지라도, 한편의 드라마가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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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넷플릭스


'하우스 오브 카드'는 지난 5월30일 시즌5가 공개됐다. 사실 시즌2까지는 '하우스 오브 카드' 인기가 상당했지만 시즌3는 실망스럽다는 평이 많았다. SNS에서 화제성도 크게 줄었다. 미국에선 넷플릭스가 시즌 1,2 때는 간판 프로그램이란 위상 때문에 엄청난 제작비를 쏟아 부었지만 시즌3부터는 자리를 잡았기에 굳이 전력을 다할 필요가 없다는 내부 방침 탓이란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꼭 그런 방침 때문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프랭크가 미국 대통령이 됐기 때문이라는 게 더 정확할 듯 하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온갖 음모를 꾸미고 악행을 저지른 게 재미 였는데, 막상 대통령이 된 다음에는 갑자기 미국을 위해 애쓰는 캐릭터로 바뀌어야 한 탓이다.

미국 대중매체에선 대체로 대통령을 그릴 때 암묵적인 관행이 있다. 국민과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는 것으로 대통령을 묘사해야 한다는 일종의 합의다. '하우스 오브 카드'도 그런 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 그러다보니 재미가 줄었다. 러시아 대통령이 적으로 등장하지만 미국 시청자들이 러시아에 지는 건 참을 수 없어 하는 경향이 크기에 큰 변화를 주기도 어려웠다.

이랬던 '하우스 오브 카드'는 시즌4에서 비로소 초심을 되찾은 듯 다시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이는 프랭크 언더우드가 다시 권력을 잡기 위한 투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현임 대통령인데도 민주당에서 재선 후보로 추천할 수 없다고 하자 다른 유력한 후보를 밀어내려 갖은 음모를 꾸미기 시작한 것. 이어 공화당 후보와 맞붙어 별의별 모략을 시작하면서 다시 시리즈의 매력을 되살렸다.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5는 시즌4 마지막과 닿아있다. 시즌4는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공포를 이용하겠다면서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IS를 연상시키는 테러 단체와 전쟁을 벌여 대선 승리를 이루다는 포석이었다. 시즌5는 이 테러와의 전쟁을 음모론에 가깝게 활용하면서 진행된다. 그러면서도 부통령으로 지명된 아내 클레어와 아슬아슬한 공생 관계가 그려진다. 탄핵 위기까지 몰리는 게 현재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상되기도 한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사상누각이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카드로 쌓아올린 탑이다. 결국은 무너진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이 탑이 무너질 때까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계속 할 것 같다. 그 줄타기에 전 세계 팬들의 열광은 계속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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