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에이스 & 4번타자'..오타니의 로망은 과연?

장윤호 기자 / 입력 : 2017.06.20 08:30 / 조회 :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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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 /AFPBBNews=뉴스1


투수로는 물론 타자로서도 최고의 재능을 보여주며 ‘일본의 베이브 루스’로 불리는 오타니 쇼헤이(23)는 메이저리그에 가서도 투수와 타자를 겸하는 소위 ‘이도류(二刀流)’를 계속 시도할 의사를 밝히고 있다.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155km(96.5마일)에 달하고 시속 165km(102.5마일)까지 스피드건에 찍혀 일본프로야구의 최고구속 신기록을 세운 오타니는 만 22세에 이미 일본야구 최고의 에이스 반열에 올라선 선수다. 하지만 그는 타자로서도 엄청난 재능을 지녔음을 입증했고 그를 바탕으로 일본 프로야구 무대에서 투타겸업을 해왔는데 메이저에 가서도 이를 계속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미 벌써부터 메이저리그 팀들은 오타니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그를 데려올 생각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최고의 투수이자 최고의 타자라고 해도 최고의 무대인 메이저리그에서 투구와 타격을 겸업하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가 하는 것은 100년이 훨씬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를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물론 오타니가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특별한 재능을 지닌 선수인 것도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래도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물론 아직은 거기까지 가기에도 갈 길이 멀다. 아직은 그가 과연 언제 메이저리그 진출을 단행할지 조차도 미정이다. 그의 메이저행은 시간문제라지만 그 시점이 언제가 될 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그가 돈 문제에 관계없이 올 시즌을 마치고 MLB로 간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미일간 포스팅 시스템 규정 변경으로 인해 당장 올해 진출을 시도할 경우 엄청난 재정적 손실이 예상되기에 그 시점이 2~3년 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힘든 도전이라고 해서 ‘에이스 겸 4번 타자’라는 야구선수들의 로망이 그냥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힘든 도전이기에 더욱 매력적인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타니가 실제로 메이저리그에서 투타 겸업으로 도전에 나선다면 엄청난 화제가 될 것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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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AFPBBNews=뉴스1

심지어는 아직 메이저리그에 발도 딛지 않은 오타니의 투타 겸업 야망이 미국 유망주들 사이에서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느낌이다. 지난주 실시된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선 이미 메이저리그 무대까지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겠다고 밝힌 선수 2명이 전체 2번과 4번으로 지명됐다.

신시내티 레즈는 전체 2번 지명권으로 캘리포니아 출신 고교생 우완투수 겸 유격수 헌터 그린을 뽑았고 탬파베이 레이스는 전체 4번 지명권으로 대학야구 올해의 선수로 뽑힌 좌완투수 겸 1루수 브렌든 맥케이를 선택했는데 이들은 모두 투타에서 모두 둘째가라면 서러울 최고의 유망주들로 모두 프로 진출 후에도 투타 겸업을 계속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선수들이다. 드래프트의 최고 유망주들이 2명이나 투타 겸업을 선언한 것은 거의 들어본 적이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들이 공통적으로 꿈꾸는 롤 모델인 야구 전설 베이브 루스의 커리어를 살펴보면 투타 겸업을 통해 성공적인 커리어를 뿌리내린다고 해도 그것이 결코 최선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1920년 시즌을 앞두고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투타 겸업 스타 베이브 루스를 영입한 뉴욕 양키스는 보스턴에서 6년간 158경기(선발 143경기)에 등판해 완봉승 17회 포함, 105번이나 완투를 하고 89승을 올린 수준급 투수이자 마운드에 서지 않을 때는 외야수로 뛰었던 루스를 풀타임 외야수로 돌리는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루스는 양키스 유니폼을 입은 첫 해에 54개의 홈런을 때려 6년간 보스턴에서 기록한 홈런 합계(49개)를 단숨에 뛰어넘었고 그 이듬해엔 59홈런을 쏘아 올리며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홈런왕이자 역대 최고의 선수라는 신화를 향해 진군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루스가 보스턴에 계속 남아서 투타 겸업을 계속했더라면 지금의 베이브 루스라는 전설은 존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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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브 루스. /사진=ESPN 웹페이지 캡쳐

한국이나 미국, 일본을 막론하고 고교야구 때는 대개 팀의 에이스가 4번 타자도 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프로 전향 후에는 대개 한쪽을 포기하고 다른 쪽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는 둘 다 놓치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베이브 루스의 풀타임 타자 전업 선택과 그에 따른 신화 탄생은 지난 100여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투타 겸업 선수가 사실상 씨가 말랐던 것과 무관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스타가 아마시절 투타 모두 최고의 유망주였던 케이스는 너무도 많아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다. 어쩌면 그렇지 않았던 경우가 오히려 더 드물지도 모른다. 개중 가장 유명한 케이스로 야구 명예의 전당 멤버인 데이브 윈필드(66)가 있다. 미네소타 대학 재학시절 야구와 농구팀에서 모두 팀 에이스로 활약했고 너무나 뛰어난 재능을 지닌 선수여서 NBA와 메이저리그는 물론 그가 뛰지 않았던 스포츠인 풋볼에서도 NFL 미네소타 바이킹스에게 드래프트에서 지명됐던 기록을 갖고 있는 전설적 선수다.

미네소타대의 외야수 겸 투수였던 윈필드는 1973년 대학야구 월드시리즈에서 당시 대학야구 최강팀 중 하나로 장래의 메이저리거 4명이 라인업에 포함돼 있던 USC를 상대로 8이닝동안 1안타 무실점에 탈삼진 15개를 잡아내는 눈부신 역투를 했다. 그는 전체 4번으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지명된 뒤 마이너리그를 거치지 않고 바로 메이저리그로 직행했고 22년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며 465홈런과 3,110안타를 기록하며 전설 반열에 올랐다.

그리고 그 22년의 화려한 메이저리그 커리어동안 그는 단 한 번도 마운드에 선 적이 없었다. 만약 그가 투타 겸업을 시도했더라면 충분히 성공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그는 한 우물만 파기로 결정하고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좀 더 최근으로 와서 찾아보면 존 올러루드와 토드 헬튼 등이 대학시절 최고의 투타 겸용 스타로 활약했지만 메이저리그에선 한쪽을 선택하고 거기에 집중한 선수들이다.

오타니의 경우는 그가 워낙 투타 겸업에 대한 의지가 강하기에 그를 영입하길 원하는 팀은 우선 그에게 투타 겸업을 허락한다는 약속부터 해야 그와 협상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투타 겸업으로 빅리그 커리어를 시작하게 될 것이 유력하다.

문제는 그가 빅리그에서 투타 모두 성공적인 성적을 올릴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지만 설사 그렇다고 해도 루스의 케이스가 말해주듯 투타 겸업에 따른 실제 대가가 무엇인지를 판단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특히 구단 입장에서 그가 투수로만 나설 경우와 투타를 겸할 경우를 비교하려면 타자를 겸함으로써 얻게 되는 팀의 이익과 타자로도 나서면서 투수로서의 오타니가 입을 손해를 비교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발생하지 않은 상황을 가정할 수밖에 없기에 현실적으로 정확한 비교와 판단을 내리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또 부상이라는 변수 가능성도 숨어있다. 만약 타석에 들어섰다가 타구에 맞거나 베이스 러닝도중 다쳐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게 된다면 ‘타자 오타니’는 물론 ‘투수 오타니’까지 한꺼번에 전열에서 이탈할 수밖에 없음으로 팀 입장에선 타격이 두 배가 되는 셈이다. 도저히 예측이 불가능한 부상 요소를 배제하고 생각하더라도 투타를 겸할 때와 어느 한쪽에 전념했을 경우에 대한 결과물의 차이를 판단하기란 불가능한데 부상이라는 변수가 보태진다면 모든 것이 가정과 추측으로 인한 판단에만 의존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다면 오타니의 투타 겸업 도전은 무모하기만 할 것인가. 아무도 판단할 수 없는 일이지만 실제 결과가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그 도전을 무조건 어리석은 것으로 몰아갈 수는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도 그의 도전에 대한 팬들의 관심과 메이저리그 전체에 대한 흥미 유발 가능성을 감안한다면 도전 자체는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선수 본인이 그런 모험을 할 생각이 있느냐 하는 것인데 지금까지 들리는 바에 따르면 이에 대한 오타니의 생각은 확고해 보인다. ‘클레이튼 커쇼+브라이스 하퍼’를 꿈꾸는 오타니의 도전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고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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