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원점'… 안타까운 대표팀의 '냉정한 현주소'

김우종 기자 / 입력 : 2017.06.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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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14일 새벽(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자심 빈 하마드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8차전 대한민국과 카타르의 경기에서 2대3으로 패배하고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국 축구 대표팀이 안타깝다.


시간이 3년 전으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다시 원점에 서게 된 것 같아 안타깝다. 한국 축구의 냉정한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3년 전인 2014년 여름. 한국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쓴 맛을 봤다. 돌이켜 보면 냉정한 현실이었다. 러시아와의 1-1 무승부. 그리고 조 약체로 생각했던 알제리와의 경기서 2-4 패배. 한 명 적은 벨기에를 상대로 0-1 패배.

세계 축구 무대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냉정한 한국 축구의 '실력'이자 '현실'이었다. 당시 모든 걸 책임지고 뒤안길로 쓸쓸하게 사라진 이가 홍명보 감독이었다. 경기 패배의 모든 책임을 뒤집어 쓴 채 '한국 축구의 영웅'은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자기가 믿었던 선수들, 이른바 '홍명보의 아이들'을 끝까지 기용하면서 '의리 축구' 논란도 일었다.

당시 시대적인 흐름은 '외국인 감독'을 요구하고 있었다. 홍명보 감독이 했던 축구와 선수 선발 및 기용 방식에 '반(反)'하는 게 필요했다. 어떤 관계나 연이 전혀 없는 새롭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한국 축구 선수들을 봐달라는 시대적인 요구가 있었다. 대한축구협회 역시 그런 팬들의 요구에 응답했다. 독일 출신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 영입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슈틸리케 감독은 정말 좋은 사람이었으나 안타깝게도 '실력'이 부족했다. 선수로서는 한 시대를 풍미한 그였지만, 감독으로는 크게 성공하지 못한 그였다. 그를 영입한 건 이용수 전 기술위원장이다. 이 위원장 역시 브라질 월드컵 직후 다시 한국 축구를 위해 전면에 나선 상황이었다. 이 위원장은 슈틸리케 감독 커리어에 있어 한국 축구 대표팀이 최고의 '점(點')이 되길 기대했다. 그러나 결국 슈틸리케 감독과 함께 책임을 지고 사퇴하고 말았다.

한국 축구의 근간을 이루는 K리그는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K리그 4팀이 모두 전멸했다. 2009년 32개 팀 체제로 확대된 이후 K리그 팀이 8강에 못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과연 이러한 상황들이 현 대표팀의 부진과 무관할까. 일부 해외파들만 잘한다고 해서 대표팀이 성공할 수 없다는 건 이미 브라질 월드컵을 통해 경험했다. 축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닌 '팀'의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남은 최종예선 두 경기를 잘 치르면 된다. 급한 불을 꺼야 한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냐. 31년 만의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냐. 일각에서는 '이럴 바야 차라리 떨어져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래야 정신을 차릴 거라는 이야기다. 일리는 있다. 하지만 그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래도 기회가 아직 있을 때, 정신 바싹 차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대업을 이루는 게 낫지 않을까.

2017년 여름, 한국 축구는 또 다시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먼 미래를 위해 '세계적인 명장'을 보고 싶어 하는 팬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국내 사정을 잘 아는 한국인 감독을 선임할 수밖에 없는 현실론이 맞선다. 허정무 현 프로축구연맹 부총재와 신태용 전 U-20 대표팀 감독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허 부총재는 '경험', 신 전 감독은 '젊은'이라는 장점이 있다. 감독 허정무, 코치 신태용도 좋은 조합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지금은 누가 되더라도 남은 최종예선만큼은 한국 축구를 위해 모두 힘을 합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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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선수단이 카타르전을 마친 뒤 현지 교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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