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호기심만 가득했던 타임 루프 이야기

[리뷰]하루

이경호 기자 / 입력 : 2017.06.16 15:29 / 조회 :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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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루'/사진=영화 포스터


배우 김명민, 변요한이 주연을 맡은 영화 '하루'(감독 조선호)는 반복되는 시간, 즉 타임 루프를 소재로 한 영화다. 과거 혹은 미래를 오가는 타임 슬립과는 다른 소재로, 그간 한국에서 쉽게 다루지 않았던 소재인 만큼 호기심을 끈다.


'하루'는 의사 준영(김명민 분)이 딸을 만나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온 후 딸이 교통사고를 당하기 2시간 전을 매일 반복하게 되면서 자신처럼 시간에 갇힌 남자 민철(변요한 분)을 만나 하루에 얽힌 비밀을 풀어나가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준영이 귀국 후 교통사고 현장에서 딸 은정(조은형 분)의 사망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지는 것으로 시작한다. 딸을 잃은 슬픔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상황에서 눈을 뜨게 되는 준영은 비행기 안에 있었다. 마치 예지몽처럼 같은 상황이 다시 펼쳐진다. 그러나 또 다시 교통사고 현장에서 딸의 죽음을 찾아온다. 이 상황은 다시 반복되고, 부성애 강한 남자가 안쓰럽기만 하다. 도와줄 수만 있다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혼란에 빠진 준영은 이내 꿈이 아닌 현실임을 깨닫고, 딸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그 와중에 사설 구급차 운전기사 민철을 만나게 된다. 민철은 준영처럼 하루를 반복하고 있었고, 그는 교통사고를 일으킨 택시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여자 미경(신혜선 분)의 남편이었다. 민철은 반복되는 하루에서 아내를 살리기 위해 갖은 수를 썼지만 '죽음'을 바꿀 수 없는 것에 오열하고, 분노가 쌓인다. 어떻게 해도 바뀌지 않는 이 상황에 보는 이도 힘이 빠진다. 상황은 변해도 결과는 변하지 않기 때문.

이후 두 사람은 서로 같은 상황에서, 각자 딸과 아내를 살리기 위해 나름의 전략을 세우기 시작했다. 바꿀 수만 있다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아넘길 기세처럼. 무한 반복되는 사고, 죽음에 준영과 민철은 좌절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다시 일어선다. 그러면서 '왜?'라는 질문을 서로에게 끝없이 던지면서, 이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려고 애쓴다.


10번 넘게 반복된 사고를 통해 둘은 자신들과 사고를 일으키는 한 남자와 과거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됐다. 극 전개가 지루하다고 느껴질 때 등장한 이들의 얽히고설킨 과거는 '무슨 일 때문에?'라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리고 드러나는 비밀은 사고와 얽힌 인물들이 했던 행동으로 인한 파장이었다. 문득 떠오르는 단어 '인과응보'는 다소 허탈하기도 했다. 러닝타임 90분 중 약 1시간 만에 찾아온 상황.

비밀을 알고 난 후 다시 결과를 바꾸기 위해 나선 준영과 민철은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남자에게 울부짖기도 하고, 애원하기도 한다. 복수를 해야 할 상황이 아닌, 복수를 당하고 있다는 상황에 두 사람의 정신은 그저 혼란스러울 따름이다. 반복되는 혼란에 언제 이 상황이 마무리 될 수 있을지, 빨리 끝나기만을 바라게 된다.

이야기가 마무리 되고, 얽힌 실타래가 풀리면서 '하루'의 이야기는 끝이 난다. 그리고 허탈함이 밀려 온다. 어질러진 퍼즐 조각을 잘 맞춘 것 같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은 짜임새 있는 스토리의 부재. 타임 루프는 시작과 끝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이 틀이 딱 맞는 톱니 바퀴처럼 되어야 한다. 어떤 시간이 반복하기 때문인데,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지루하다는 느낌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는 이 지루함에 있어서는 피해갈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12번이나 넘는 시간 반복 속에서 단순히 사건, 인물의 변화만을 꾀하려 했다. 뿐만 아니라 사건현장으로 향하는 두 남자의 모습도 결과에 따른 암시, 예고가 아니었기 때문에 시간만 잡아 먹었다. 반복되는 시간이라는 점을 보여줘야 할 필요에 의해서라는 것은 알 수 있지만 단순히 과정의 반복일 뿐, 사건 해결에 실마리를 던지는 것은 아니었다. 타임 루프 소재의 미스터 스릴러는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실마리를 찾아가는 재미가 있는데, '하루'의 경우 관객이 추리해 가는 과정보다는 보여주는 것에 치중해 재미를 반감시켰다. 덕분에 감탄이 아닌, 탄식을 자아내게 한다. 작은 힌트를 남겨놓고 긴장감을 높였다면 더 탄탄해지지 않았을까 싶다.

호기심으로 보기 시작한 영화는 극 전개에 따라 긴장감을 높이기도 하지만 지루함이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 김명민, 변요한의 희로애락 감정 연기가 없었다면 그나마 영화의 볼거리도 반감 됐을 법하다. 한국 영화에서 타임 루프를 어떻게 다뤘을지 궁금한 관객들에게 추천해 본다.

6월 15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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