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의 그릇된 편의..동네야구로 전락한 KBO

고척=한동훈 기자 / 입력 : 2017.06.14 06:05 / 조회 : 46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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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교체된 한현희.


동네야구에서나 나올 법한 촌극이 프로 무대에서 벌어졌다. 공명정대하게 경기를 주관해야 할 심판이 감정에 이끌렸다. 멀쩡한 규정을 무시하고 한 팀의 편의를 봐줬다.


13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팀 간 6차전서 부정투수가 등판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경기 후 심판진의 해명은 더욱 황당했다. 넥센을 '배려'했다는 것이었다. 상황에 따라, 심판에 따라 달라질 규정이라면 존재 이유가 없다.

이날 넥센 선발 한현희는 5-4로 앞선 3회초 시작 직전 마운드에서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다. 이미 올라갔기 때문에 최소 한 타자를 상대하거나 같은 유형의 투수로 교체해야 했다. 한현희는 사이드암이다. 넥센의 엔트리에 남은 옆구리 투수는 신재영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좌완 금민철이 나와 몸을 풀었다. 3루심을 맡았던 김병주 심판조장이 좌투수는 안된다고 넥센에 알렸다. 이내 우완 오윤성이 등판해 2이닝을 던졌다.

언더핸드가 아닌 우완 정통파 투수였다. 2017 리그규정 15조 2-라에 의하면 '좌·우 동일한 유형으로 투구하는 선수가 없을 경우에는 예외'가 인정된다. 넥센의 1군 투수 명단에는 신재영이 있었다. 선발등판으로 인한 미출전 선수는 밴헤켄과 최원태였다. 신재영이 올라와야 하는 상황이었다.


김병주 조장은 경기가 끝난 뒤 넥센 관계자를 통해 "규정은 알고 있었다. 남은 사이드암이 선발 요원인 신재영이다보니 배려 차원에서 배제했다. 규정을 잘못 적용한 점은 인정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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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KBO 리그 규정 캡쳐.


물론 '동업자 정신'에 입각한다면 납득은 가능하다. 신재영은 9일 선발 등판해 94구를 던졌다. 15일 선발이 유력해 13일 경기 출전은 사실상 어렵다.

하지만 이는 엔트리 구성을 허술하게 한 넥센의 사정이다. 사이드암 2명을 선발로 활용하면서 이런 돌발 상황에는 대비하지 않았다. 넥센에게는 4일 전에 던진 선발투수를 또 중간에 나오라는 것이 가혹한 처사일 수 있다. 1군은 전쟁터다. 엔트리 1명 1명을 치밀하게 계산해 운용한다. 실수를 했으니 대가를 치르는 게 당연하다.

결국 심판이 넥센을 도와준 꼴이 됐다. 상대 팀에 사정이 이러하니 양해를 구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심판이 한 쪽 팀을 배려를 해줬다는 건 프로 무대에서 상상하기 힘들다. 차라리 규정을 착각한 편이 낫다. 알고도 권한을 자의적으로 남용했다.

야구 경기 내적으로 심판의 재량은 꽤 큰 편이다. 비디오판독으로 시비를 가릴 수 없는 상황은 거의 심판 몫이다. 예를 들어 정량적으로 명시된 스트라이크 존이나 스리피트 라인 규정 조차 심판의 주관에 의존한다. 체크스윙도 홈플레이트를 넘어야 스윙이라 잘못 알려져 있는데 그런 규정은 없다. 심판이 보기에 스윙 의도가 있었다면 스윙이다.

최근 특히 스리피트 라인이나 체크스윙과 관련해 논란이 많았다. 그럼에도 심판의 재량이라 인정할 수 있는 범위는 넘어서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불만' 수준에서 멈췄다. 하지만 명백한 규정조차 재량껏 해석해 적용하려 한다면 문제다. 심판은 경기 도우미지 판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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