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별점토크]'엽기적인 그녀',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누를 수 있을까?

이수연 스타뉴스 방송작가 / 입력 : 2017.06.09 10:14 / 조회 : 4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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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엽기적인 그녀' 포스터


더운 여름날 시원한 음료수를 마셨을 때의 청량감. 스트레스 받았을 때 머리카락 쭈뼛할 만큼 매콤한 음식이 입안에 들어가는 순간 확 풀리는 기분. 다들 이렇게 상쾌하게 기분 전환 되는 경험, 한두 번쯤 해보셨으리라. 요즘 이 드라마가 그렇다. 하루 동안 분주하게 보내고 피곤한 몸으로 텔레비전 앞 소파에 앉았는데, 드라마를 보는 순간 파김치처럼 축 처졌던 몸이 개운해지는 느낌! 자, 이렇게 기분 좋아지게 마법을 부리는 드라마는 바로 SBS의 ‘엽기적인 그녀’이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과거 차태현, 전지현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 ‘엽기적인 그녀’와 같은 제목, 그래서, 제목을 듣는 순간 바로 떠오르는 생각은 ‘아, 재미있겠구나.’ 하는 것! 그리고 나서 어떤 드라마인가, 곰곰이 살피니 어라?, 사극이란다. 또 다시 이어지는 생각은 ‘아하, 트렌디한 사극이라 더 흥미롭겠는데?’ 하는 것이다. 이것이 ‘엽기적인 그녀’라는 제목이 주는 상큼, 발랄, 코믹한 이미지이다. 그래, 일단 관심끌기까지는 성공이다. 그러나, 다음이 중요하다. 바로 내용. 소리만 요란한 빈수레인지, 속 빈강정인지, 반대로 알맹이가 꽉 찬 과실인지, 이런 본질이 남아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내용은 어떨까? 일단 4회 방송분까지 합격점을 주련다. 이렇게 결정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탄탄한 스토리이다. 앞서 잠깐 짚었듯이 영화 ‘엽기적인 그녀’와 제목이 같다. 물론 모든 내용을 그대로 쓴 것은 아니나, ‘엽기적인 그녀’와 주인공 ‘견우’의 캐릭터는 차용하였고, 부분적인 설정을 가져 온 씬들이 있다. 예를 들어, 영화 속 지하철 구토씬 등이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에서도 비슷하게 재연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배경을 조선시대로 옮겨놓았고, ‘그녀’는 공주요, ‘견우’는 양반가 도령으로 나오기 때문에 스토리 자체가 똑같을 수는 없다. 그런데 여기서 잘못하면 영화 원작만 애매하게 패러디하다가 어설프게 끝나버릴 수 있다. 좀 더 극적으로 말해서, 코믹한 ‘그녀’와 ‘견우’의 옥씬각씬, 티격태격만을 담다가는 유치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는 코믹함과 진지함 사이의 강약 조절을 잘 하며 스토리를 끌어가고 있다. ‘그녀’인 오연서와 ‘견우’인 주원의 만남만큼은 영화 원작 못지않게 좌충우돌 코믹함을 전면에 내세워서 보여준다. 그러나, 이들을 둘러싼 배경, 구체적으로 권력암투를 다루는 조선시대 이야기가 밑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유치해질 수도 있는 코믹함, 가벼움이 진지함으로 무게감 있게 보여지고 있다. 즉, 코믹함, 진지함의 투트랙 전략이 통했다고 볼 수 있겠다.

둘째, 스피드하면서도 트렌디한 연출력 또한 탁월하다. 사극이지만 현대적인 요소들을 배치한 연출이 화려하면서도 세련되다. 앞의 이야기와 맞물려서, 코믹할 때는 한없이 코믹하게, 진지할 때는 역시나 아주 진중하게 연출에서도 강약 조절이 돋보인다. 그래서, 연출 된 화면만으로도 어떤 장면은 유쾌하고, 어떤 장면은 무게감 있음이 확연하게 차이난다. 그런데 이 또한 조절이 중요하다. 서로 너무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씬들이므로, 자칫하면 따로따로 겉도는 느낌이 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는 이 두 개의 요소를 적절하게 배합하여 세련되게 처리하고 있다.


셋째,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사실 배우들에게 원작이 있다는 게 얼마나 부담스러운 일인가. 특히나 영화 ‘엽기적인 그녀’는 오연서, 주원에게는 대선배인 전지현과 차태현 아니던가. 게다가 전지현, 차태현 두 사람의 연기는 십 수 년 지나도 화자 될 만큼 화제였다. 그런 캐릭터를 후배가 맡는다는 것,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원작을 어설프게 따라가다간 성대모사 느낌의 짝퉁(?)으로 전락할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오연서와 주원은 전지현, 차태현의 색깔을 완전 벗어던지고, 캐릭터에 자신들만의 옷을 입혔다. 오연서는 특유의 도도하고 깐깐하면서도 발랄한 모습을, 주원은 점잖은듯하면서도 장난기 있는 모습으로 새로운 ‘그녀’와 ‘견우’를 재창조하였다. 제목처럼 ‘그녀’ 오연서와 ‘견우’ 주원은 사사건건 부딪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 쉬지 않고 벌어진다. 다시 말해, 두 사람이 극의 무게 중심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만큼 주연 배우의 어깨가 무겁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연서와 주원 두 사람은 손창민, 정웅인 등의 선배 연기자들에게도 밀리지 않을 만큼 제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물론 코믹하면서도 진지한 스토리에 맞춰서 투트랙으로.

그래서, 결론.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는 물론 똑같진 않지만 아이디어를 차용한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충분히 압도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사실. 과연 그럴까? 그것이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 ‘엽기적인 그녀’는 코믹함과 진지함 사이의 줄타기를 기막히게 하는 드라마. 그래서, 제 별점은요~ ★★★★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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