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STL의 추락.."매티니 감독은 '메이텍 수리공'"

장윤호 기자 / 입력 : 2017.06.09 08:14 / 조회 : 5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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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내리는 부시 스타디움. 세인트루이스의 팀상황도 마찬가지다./AFPBBNews=뉴스1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최근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9일 경기에서 신시내티 레즈에 2-5로 패해 4게임 시리즈를 싹쓸이 당하며 7연패의 늪에 빠졌고 마지막 22경기에선 17패를 당해 시즌 성적이 26승32패까지 떨어지며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서 꼴찌를 넘보는 처지까지 추락했다.

세인트루이스는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히는 명문 팀 중 하나다. 현재 9년 연속 위닝 시즌(시즌 승률 5할 이상)을 이어가고 있고 지난 17년간 위닝 시즌에 실패한 적이 단 한 번 밖에 없었다. 11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은 뉴욕 양키스(27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으며 2000년대에서만 지구 우승 9회와 와일드카드 3회로 총 12번 플레이오프에 나가 4번이나 월드시리즈에 올랐고 이중 두 번 우승했다. 한마디로 가을야구 단골손님이다.

그런 자랑스러운 역사를 통해 쌓은 명가의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세인트루이스가 날개 떨어진 새처럼 추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세인트루이스 팬들에게 쇼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불과 2년 전 메이저리그 최고인 100승을 올렸던 세인트루이스는 지난해 86승에 그치며 6년 만에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뒤 올 시즌 반등을 노렸는데 3승9패로 불안하게 시즌을 출발했지만 이후 빠르게 안정을 찾았고 지난달 초엔 21승15패의 성적으로 NL 중부지구 선두를 달려 제자리로 돌아온 듯 했다. 그런데 그 이후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5승17패라는 마의 늪에 빠져 헤매면서 시즌 전체가 단숨에 무너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특히 세인트루이스 팬들이 기가 막히는 것은 팀이 최근 리드를 잡은 경기에서 툭하면 어이없는 역전패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8일(한국시간) 신시내티 레즈와의 시리즈 4차전 경기가 대표적인 예다. 7회초까지 4-1로 앞서가던 세인트루이스는 7회말 신시내티에게 홈런 두 방 포함, 5안타로 5실점하고 뼈아픈 4-6 역전패를 당했다. 브렛 세실이 동점 3점포를 얻어맞은 뒤 2사 1루에서 마운드를 넘겨받은 전 클로저 트레버 로젠탈마저 초구에 조이 보토에게 결승 투런홈런을 얻어맞고 단숨에 경기가 뒤집혔다. 이에 앞서 이틀 전인 6일 벌어진 시리즈 1차전에서도 역시 2-0으로 앞선 7회말 신시내티에 4점을 내주고 2-4로 역전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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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 /AFPBBNews=뉴스1


올해 세인트루이스는 지금까지 최소한 2점차로 앞서가던 경기를 역전패한 횟수가 14번에 이른다. ESPN에 따르면 지난해 세인트루이스가 2점차 이상의 리드를 역전당하고 패한 횟수는 13번이었다. 아직 시즌이 반도 안 지났는데 이미 지난해 전체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세인트루이스 외에 가장 많은 2점차 리드를 뒤집힌 횟수는 10번이라고 한다. 이 부문에서 압도적인 1위인 셈이다.

이 같은 추세는 이닝별 득실점 비교에서도 나타난다. 세인트루이스는 올해 벌어진 경기에서 7회가 가장 악몽의 이닝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7회에서 세인트루이스는 공격에선 단 18점을 뽑아낸 반면 수비에선 무려 42점을 내줬다. 또 올해 7회 이후에 내준 실점이 112점으로 이는 메이저리그 전체 1위다. 7회 이후 실점이 가장 적은 팀은 공교롭게도 이번 시리즈 상대였던 신시내티로 55점에 불과했다. 경기 막판에 신시내티보다 두 배가 넘는 점수를 내주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경기 후반에 무더기 실점을 하고 있으니 역전패를 밥 먹듯 할 수 밖에 없다.

이 같은 중반 후반 역전패는 보통 패배보다 더욱 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당연히 이겨야 할 경기를 놓치면 그 타격이 안팎으로 두 배가 되며 심리적으로도 이기고 있어도 뒤집힐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항상 내재하고 있다보면 경기가 잘 풀릴 수가 없다.

과연 문제가 뭘까. 앞서가던 경기에서 번번이 역전패를 당한다면 당연히 첫 손 꼽히는 질책 후보는 불펜과 감독이다. 불펜이 리드를 지키지 못한다는 것이 그 첫 번째이고 선발과 불펜 등 투수진 운용에 실패한 감독도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우선 카디널스 불펜 주요멤버들의 성적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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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도 오승환과 로젠탈을 빼고는 제 역할을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4년간 3천50만달러 프리에이전트 계약으로 영입한 세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이 리스트에는 15.2이닝동안 6.89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조나단 브록스턴의 이름을 빠져있다. 그는 이미 이달 초에 방출됐기 때문이다.

그나마 클로저 오승환이 13세이브를 올리며 제 몫을 해내고 있으나 그조차도 WHIP(이닝당 안타+볼넷) 1.34와 피안타율 0.255, 삼진/볼넷 2.60으로 지난해 0.92. 0.190, 5.72보다 현격하게 위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그에게 세이브 기회가 오기도 전에 앞서 나간 투수들이 리드를 날려버리는 일이 잦아지면서 오승환은 최근 개점휴업상태를 이어가야 했다. 지난 2일 LA 다저스를 상대로 시즌 13세이브를 올린 이후 6일째 휴식만 하던 오승환은 결국 9일 2-5로 지고 있던 경기에 실전 감각 유지를 위해 8회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던지기도 했다.

세인트루이스의 불펜이 2년 전만 해도 일단 중반 이후 리드를 잡으면 거의 자동적으로 승리를 지켜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현재 세인트루이스의 불펜은 평균자책점(4.82)과 피안타율(0.266)에서 모두 메이저리그 26위로 최하위권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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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버 로젠탈. /AFPBBNews=뉴스1


마이크 매티니 감독의 투수 운용도 도마에 오른 상태다. 사실 현지언론은 불펜보다도 최근 매티니 감독의 용병술에 비판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무엇보다도 선발투수 교체 타이밍을 잘못 가져가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당장 8일 경기에서 세인트루이스 선발투수 랜스 린은 5회까지 78개의 공만을 던지며 3안타 1실점으로 호투하던 상태에서 6회초 대타와 교체되자 트위터를 통해 “그 타석에 들어서고 더 많은 이닝을 던질 것으로 생각했다. 부상 위험도 없었는데”라면서 감독의 교체결정에 아쉬움을 드러났다.

사실 린의 대타로 나온 덱스퍼 파울러가 2루타를 때려 한 점을 보태 4-1로 달아나면서 세인트루이스의 대타작전은 성공한 듯 보였다. 하지만 린이 일찍 내려가면서 불펜이 나머지 4이닝을 책임져야 했는데 불펜은 결국 7회에 무너지고 말았다.

매티니 감독의 투수교체 타이밍이 너무 빨랐다는 비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레즈전 1차전에서는 선발투수 카를로스 마르티네스를 제때에 바꾸지 않아서 역전패를 당했다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한 번은 너무 늦게 바꿨다고, 다음엔 너무 빨리 바꿨다고 비난을 받는 것이다. 팀이 계속 지다보니 지금 매티니 감독의 결정들은 모조리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그게 정당한 비판이든, 아니든 불만을 품은 사람들은 희생양으로 감독을 지목할 수밖에 없다.

사실 팀이 최근 7연패를 당하는 과정에서 5패가 이기던 경기를 7회 이후에 뒤집히며 당한 패배여서 감독 입장에서도 할 말이 그리 많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5승17패의 늪에 빠진 지난 22경기로 범위를 넓혀도 경기 중반에 리드를 잡아 이길 찬스가 있었던 경기가 10경기나 되는 만큼 팬들이 감독에 대한 불만이 터지고 있는 것은 없다.

고전하고 있는 다른 팀들과 대개 선수 부상이 문제인 것과 달리 세인트루이스는 부상 문제도 별로 없다. 수시로 선발투수가 부상자명단(DL)을 들락날락하는 LA 다저스와 달리 올해 세인트루이스는 시즌 내내 5명의 선발이 이탈 없이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다.

매티니 감독은 “지난 2주동안 거의 모든 경기에서 이길 찬스가 있었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모두 놓치고 말았다”고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우리는 상대의 빅이닝을 방지하고 공격에서 모멘텀을 살릴 방안을 찾아야만 한다. 매 경기마다 작은 이유 한 두 개가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팀이 신시내티의 스쿠터 지넷에게 홈런 4방을 맞고 10타점을 헌납하며 13-1로 대패한 날 “지금 벌어지는 있는 모든 일이 우리 모두에게 엄청난 심적 부담이 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계속하는 것은 현 시점에선 실수인 것 같다. 무엇이든지 바꿔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과연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잇단 현재로선 뾰족한 해답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매티니 감독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만 높아가고 있다. 이미 세인트루이스 팬들은 매티니 감독에게 ‘메이텍 수리공’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메이텍 수리공’이란 오래전 가전제품 회사 메이텍의 TV 광고에서 나온 것으로 메이텍 제품이 너무도 튼튼하고 고장이 없어 메이텍 제품 수리공은 할 일이 없이 놀고만 있다는 뜻인데 세인트루이스 팬들은 여기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는 사람’ 부분만 뽑아서 매티니에서 적용시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메이텍 제품과 달리 지금 세인트루이스 팀은 어딘가에 심각하게 고장 난 상태이고 메이텍 수리공과 달리 매티니 감독은 문제를 풀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의 잘못만은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책임을 지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에 지금 비난의 칼끝은 감독인 그에게 향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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