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 on Air] '단교 긴장 고조'… 고립된 '결전지' 카타르 직접 와보니

도하(카타르)=김우종 기자 / 입력 : 2017.06.09 06:05 / 조회 : 4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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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전이 펼쳐질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약 1만5천명 수용 규모). /사진=김우종 기자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숙명인가. 슈틸리케호가 지난 3월 중국 창샤에 이어 또 한 번 긴장감이 치솟고 있는 곳에서 결전을 치른다. 정세가 요동치고 있는 그곳은 중동의 '부국(富國)' 카타르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FIFA 랭킹 43위)은 오는 14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4시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호르헤 포사티 감독이 이끄는 카타르 대표팀(FIFA 랭킹 88위)을 상대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8차전 원정 경기를 치른다.

승리가 필요하다. 무승부도 곤란하다. 한국은 4승1무2패(승점 13점)로 조 2위를 달리고 있다. 비록 원정이긴 하지만 상대는 조 최하위 팀이다. 카타르는 1승1무5패(승점 4점)로 조 최하위다. 역대 전적에서도 한국이 5승2무1패로 앞서 있다. 만약 한국이 비기는 가운데, 우즈베키스탄(현재 승점 12점)이 이란 원정에서 승리할 경우 한국은 3위로 떨어지게 된다. 무조건 '승점 3점'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그런데 이번 카타르 원정에서 대표팀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카타르 축구 대표팀만 상대가 아니다. 무더위는 물론이고, 불안한 중동 정세로 인한 심리적 압박감과 피로도까지 극복해야 한다. 더욱이 8일에는 이라크와 졸전 끝에 0-0으로 비기면서 비난 여론에 직면해 있다. 이 모든 걸 승리를 통해 넘어서야 하는 대표팀이다.


대표팀은 지난 3월 중국 원정에서도 정치적 문제로 인해 압박감을 받은 바 있다. '사드(THAADㆍ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논란으로 반한 감정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당시 대표팀은 중국 창샤 한복판에 들어갔다. 결국 허룽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중국 홈 팬들의 성난 응원이 대표팀을 마구 찔렀다. 한국은 0-1로 분패한 채 성급히 중국을 떠나야만 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축구 외적으로 대표팀이 영향을 받게 됐다. 한국이 경기를 치를 카타르에 대해 중동 국가들이 단교를 선언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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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도하 도심 모습.


'중동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바레인, 예멘, 몰디브, 리비아, 요르단, 모리타니, 모리셔스 등 10개국이 카타르와의 국교를 단절했다. '세계의 화약고' 중동 지역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급기야 8일에는 카타르의 우방국 이란의 국회에서 자살 폭탄 총격 테러가 벌어졌다.

이번 카타르 단교 사태의 불똥은 당장 대표팀으로 튀었다. 국교 단절로 카타르항공의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바레인, UAE 등의 영공 진입이 금지됐다.

당초 대표팀은 카타르항공 직항편을 이용해 도하에 입성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게 '카타르 사태'로 물거품이 됐다. 결국 대표팀은 오는 10일 두바이를(오후 1시 10분) 떠나 쿠웨이트를 경유(오후 1시 55분 도착)한 뒤 오후 5시 25분 도하에 도착할 예정이다. 직항으로 약 1시간이면 올 거리인데, 4시간이나 걸리게 된 셈이다. 직항보다 불편한 건 물론이거니와, 선수들은 더 피곤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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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차량 창문 위로 작렬하는 태양의 빛.


대표팀 관계자는 9일 "당초 10일 도하 입성 후 저녁 8시에 훈련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날 선수들의 컨디션을 본 이후 훈련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 같다. 만약 훈련을 한다고 하더라도 늦은 시각 회복 훈련의 일정 정도만 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계획했던 것들이 이번 '카타르 사태'로 계속 변경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카타르가 '준전시 상태'에 돌입했다는 말도 나오지만, 정작 카타르 현지는 조용한 분위기다. '폭풍전야'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나, 차량은 평소대로 거리를 누비고 마트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일부 물 등을 사재기하는 모습도 목격됐으나, 대형 마트(도하 까르푸)에는 물과 계란, 우유 등이 충분히 진열돼 있었다.

사실, 가장 큰 걱정은 무더위다. 시쳇말로 한낮에는 '태양이 작렬'한다. 땀이 흐르기도 전에 마를 정도다. 대낮의 기온이 40℃를 넘나드는 6월 이곳에서 축구를 한다는 건 정말이지 불가능해 보인다. 그나마 라마단 기간인 관계로 한국-카타르전은 현지 시각으로 밤 10시에 펼쳐진다. 약 30~33℃의 열대야 속에서 운동장을 누빈다고 생각하면 된다. 국민들이 밤잠을 설칠 한여름 새벽,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기대하는 가운데 결전의 시각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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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감독(가운데).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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