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윤 칼럼] 오너와 대리인의 문제(Principal - agent problem)

정희윤 SEI연구소 소장 / 입력 : 2017.06.07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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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구단주의 대리인. 감독이 구단주가 원하는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때 결별이 불가피하다. 전 한화 김성근 감독.


오너와 대리인의 문제는 주인이 일을 맡긴 대리인이 주인의 이익이 아니라 대리인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을 처리할 때 생기는 문제를 말한다. 대주주와 전문경영인, 유권자와 정치인, 부동산 소유주와 중개업자 등의 관계에서 발생한다. 주로 오너와 대리인이 서로 추구하는 목표가 다르거나 같은 목표를 갖더라도 보유한 정보의 양이 다를 때 불거진다. 특히 프로스포츠에서는 구단주와 감독의 사이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선수출신인 감독은 필드에서 이기는 방법을 많이 알고 있는 전문가들이다. 프로구단의 감독자리는 이기는 팀으로 사업이익 등 뭔가를 만들려고 하는 구단주가 선수들을 대신 관리해달라고 임명하는 전형적인 대리인의 위치로 볼 수 있다. 구단주는 당연히 이 임무에 걸맞은 수수료(연봉)를 감독에게 지불한다.


그런데도 구단이 감독에게 끌려가는 경우가 생기는 이유는 이기는데 필요한 자원의 양이 얼마쯤이 적당한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어떤 선수가 지금 우리 팀의 전력을 보강하는데 필요한 선수인지, 어떤 특별훈련이 필요한지, 어떤 지원이 있어야 하는지를 감독보다 잘 알 수가 없다. 또 감독은 이기지 못하면 자기가 잘린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구단주가 이기는 팀을 만들어 뭘 할 건지는 솔직히 다음문제일 수 있다.

이기는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자원은 선수다. 이기기 위해 모든 감독은 돈이 많이 들어가는 비싼 선수를 원하고 많은 선수를 보유하기를 원한다. 구단주는 적당한 비용으로 이겨주길 원하지만 규정상 한 경기에 26명만 등록할 수 있는데 그 3배나 되는 선수를 보유하게 되는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다. 이는 구단주가 채택한 비즈니스모델이 수익을 남기길 원하는 이익극대화라도 그렇고 우승에 집중하는 승률극대화라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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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염경엽 단장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팀 운영에 관한 정보가 부족한 구단주가 감독요구를 들어주는 이런 현상이 한동안은 지속될 수 있지만 결코 오래가지는 못한다. 적은 선수로 또는 덜 알려진 신인들을 활용해 대등한 성적을 내는 팀이 등장할 때 비로소 뭔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요즘같이 정보유통이 활발한 시대에는 아무리 초보 구단주라도 팀 운영 정보를 파악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 없다. 프로구단에서 오너-대리인 문제를 줄이는 방법, 즉 불필요한 비용지불을 줄이고 감독이 구단주가 원하는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게 만드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하나는 감독에게 구단의 지분을 주는 방법이다. 감독이 주주가 되면 구단의 이익이 자신의 이익이 되기 때문에 불필요한 비용을 가능한 한 줄이는 방향으로 운영할 것이다. 적자 운영되는 유럽축구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감독계약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흑자구단이 많은 미국 프로구단에서는 보기 어렵다. 다른 방식은 팀 운영을 잘아는 또 다른 대리인을 고용해 감독의 과다한 비용지출을 방지하는 방식이다. 지금 한국 프로야구에서 선수출신 단장을 고용하는 것도 아마 그런 저의가 있을 것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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