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다나카의 '미스터리한' 부진.. 원인 찾기가 어렵다

장윤호 기자 / 입력 : 2017.06.06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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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양키스의 일본인 투수 다나카 마사히로. /AFPBBNews=뉴스1





"도대체 다나카의 문제가 뭐야?"


올 시즌 기대를 뛰어넘는 성적으로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 선두를 달리고 있는 뉴욕 양키스가 팀 에이스인 일본인 우완투수 다나카 마사히로(29)의 '미스터리한' 부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실 양키스는 올해 전체적으로 봤을 때 지금까지는 기대이상으로 잘 풀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루키 슬러거 애론 저지는 벌써 18개의 홈런을 때리며 메이저리그 홈런 선두로 올라섰고 4월과 5월 AL 신인상을 휩쓸며 신인왕을 예약했다.

5년차 외야수 애론 힉스는 자신의 커리어 최고 성적을 시즌 첫 3달 만에 넘어서는 기세로 맹렬히 전진하고 있다. 팀 타선은 타율과 타점, 홈런, 출루율, 장타율 등에서 모두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이어 AL 2위권에 올라있고 투수진 평균자책점도 휴스턴에 이어 2위다.


성적도 동부지구 선두이자 AL 전체로는 휴스턴에 이어 2위다. 양키스에 대한 시즌 전망이 AL 중상위권에서 와일드카드를 다투는 수준 정도로 예상됐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불만이 있을 수 없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안 요소는 남아 있다. 무엇보다도 마무리 아롤디스 채프먼이 어깨 회전근 염증으로 수 주째 부상자 명단에 올라있는 것이 큰 걱정거리다. 그리고 또 하나의 큰 문제는 바로 에이스 다나카의 이유 모를 장기 슬럼프다.

올해까지 3년 연속 양키스의 시즌 개막전 선발로 나선 다나카는 올 시즌 현재까지 5승 5패, 평균자책점 6.34의 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그나마 5승을 거둬 체면치레는 하고 있는 셈이지만 6점대 평균자책점이 말해주듯 내용이 매우 좋지 않다. 그런데 더 문제인 것은 왜 그가 슬럼프에 빠져 있는지 누구도 그 확실한 이유를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나카는 지난 5월, 자신의 커리어 최악의 한 달을 보냈다. 5월 중 6차례 나선 선발등판에서 다나카는 2승 4패, 평균자책점 8.42를 기록했다. 6경기에서 31이닝을 던져 경기당 평균 5이닝을 간신히 넘겼고 이 31이닝 동안 무려 48안타를 맞고 30실점(29자책점)을 내줬다. 매 이닝 당 1.5개씩 안타를 맞은 셈이다. 더구나 48안타 가운데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11개가 홈런이었다. 평균적으로 타순이 한 번 돌때마다 홈런 하나씩을 맞았다.

그로 인해 지난 한 달간 뉴욕에서 최고의 화제 거리 중 하나는 "도대체 다나카의 문제가 뭐야?(What's wrong with Tanaka?)"였다. 사실 그는 오른쪽 팔꿈치 인대가 부분 파열된 상태에서 공을 던지고 있기에 부상의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지난 2014년 팔꿈치 이상이 발견된 후 그는 수술 대신 재활을 거친 뒤 계속 투구를 하고 있고 지난 2년간 결과를 살펴보면 부상으로 인한 영향은 거의 없어 보였다.

당장 올해도 다나카는 전체적으로 매우 부진한 성적에도 불구, 패스트볼의 구속이 전에 비해 전혀 떨어지지 않았고 맞은 타구들의 구질 역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더욱 부진 원인에 대한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14승 4패, 평균자책점 3.07로 AL 평균자책점 3위를 기록했던 다나카의 지난해 시즌과 올해를 비교한 다음 도표를 보자.

다나카 투구 상대 타구 구질 비교(자료-팬그래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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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표에서 보듯 다나카의 공을 상대한 타구에서 라인드라이브(LD), 땅볼(GB), 뜬공(FB), 빗맞은 타구(Soft), 잘 맞은 타구(Hard)의 비율과 타구 평균속도 등은 기본적으로 지난해와 대동소이하다.

뜬공 당 홈런(HR/FB) 비율이 지난해 12%에서 올해 21%로 수직 점프한 것이 눈에 띄는데 정타 비율과 타구 속도 등 다른 수치는 그대로인데 왜 홈런 비율만 이처럼 큰 차이로 치솟았는지도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은 팔꿈치 부상이 발견된 후 다나카의 패스트볼 구속이 떨어진 것으로 생각하지만, 구속 데이터를 살펴보면 그것도 사실이 아니다. 다음 도표를 보자.

다나카 패스트볼 구속(M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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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달라진 것이 별로 없어 보이는데 결과는 엄청나게 달라졌기 때문에 그의 부진 원인을 둘러싸고 온갖 추정과 설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양키스 입장에선 그의 부진 원인이 무엇인지조차 불명확하기에 해법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이 큰 딜레마다.

지금 같은 부진이 계속 이어진다면 트레이드 시장에 나가 새로운 선발투수를 찾아야 하는데 다나카가 계속 부진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중간 중간에 난데없이 에이스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패턴을 보이고 있어 더욱 헷갈리기 때문이다.

다나카는 올해 지금까지 11경기에 선발 등판했는데 이 중 4번은 형편없었고 5번은 괜찮은 수준이었으며 나머지 2번은 에이스급 투구를 했다.

에이스급 투구 중 하나는 지난 4월 27일(현지 기준)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를 상대로 적지인 펜웨이파크에서 거둔 3안타 완봉승이었고 또 하나는 지난달 26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상대로 7⅓이닝 동안 탈삼진 13개를 쓸어 담으며 5안타 무사사구 1실점을 한 것이었다.

이 오클랜드전은 올 시즌 다나카가 유일하게 두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한 경기였다. 올해 나머지 경기에서 최다 탈삼진 수는 6개에 불과했다.

4월엔 개막전 등판을 빼곤 무난한 모습을 보이다 마지막 등판에서 보스턴을 상대로 최고의 호투를 한 뒤 5월 들어 최악의 난조에 빠졌다가 오클랜드를 상대로 이처럼 뛰어난 투구를 보이자 양키스 팬들은 이제야 진짜 다나카가 돌아왔다고 환호했다.

하지만 다나카는 바로 다음 등판인 지난달 31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원정 등판에서 5⅔이닝 동안 홈런 1방 포함, 9안타로 7실점하며 다시 '하이드씨'로 돌아갔고 양키스의 딜레마는 더욱 깊어졌다.

이날 볼티모어전에서 다나카의 투구를 지켜본 한 스카우트는 "다나카가 포심 패스트볼을 거의 던지지 않아 타자들이 한 곳에 집중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나카의 강점은 높은 패스트볼과 뚝 떨어지는 스플리터를 섞어 타자들의 눈높이를 완전히 혼돈에 빠뜨리는 것이었는데 이날 볼티모어를 상대로는 103개의 투구 가운데 포심을 단 11개밖에 던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욱 이상한 것은 그가 스플리터 역시 13개밖에 던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다나카는 이날 대신 싱커와 슬라이더를 54번이나 던졌고 볼티모어 타자들은 스트라이크존 높은 볼은 전혀 걱정할 필요없이 낮은 쪽 공만 집중적으로 노려 9안타로 7점을 뽑아내며 다나카를 6회에 강판시켰다.

다나카가 한 경기에 7실점을 내준 것이 이번이 올해 벌써 3번째였다. 그는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75번의 선발등판에선 단 한 번도 6점 이상을 내준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다나카가 왜 빠른 볼을 안 던지는지 의문이 들게 마련이다. 당장 떠오르는 것이 그가 아직도 팔꿈치 인대가 부분적으로 파열된 상태로 던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연 그는 팔꿈치에 통증이 있거나, 아니면 추가 부상의 우려 때문에 빠른 볼을 던지는 것을 피하고 있는 것일까.

물론 다나카는 다른 구종만으로도 상대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투수지만 타자 눈높이로 들어오는 하이 패스트볼이 없다면 이들 구종들은 타자들의 집중 공략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다나카의 빠른 볼보다는 슬라이더와 스플리더가 과거처럼 날카롭게 휘어지거나 떨어지지 않고 밋밋하게 들어오고 있는 것이 부진의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다나카가 왜 올해 두 경기에선 특급 에이스 같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는지에 대해선 확실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제 양키스의 시선은 우리 시간으로 7일에 벌어지는 다나카의 다음 등판에 쏠려있다. 다나카는 이날부터 양키스타디움에서 시작되는 보스턴과의 3연전 1차전에 선발로 등판한다. 양키스(32승 22패)가 보스턴(31승 25패)에 두 경기차로 앞서있기에 이번 3연전 시리즈에 따라 선두자리가 바뀔 수도 있는 운명의 라이벌전이다.

만약 그가 지난 4월말 보스턴 원정에서 보였던 3안타 완봉승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양키스는 다시 그에게 희망을 버릴 수 없게 될 것이다. 하지만 만약 지난달의 난조를 이어간다면 양키스로선 트레이드시장에 나가 에이스를 찾는 작업을 시작해야 하는 처지다.

과연 이날 어떤 다나카가 마운드에 나올지 궁금하다. 양키스가 올해 다나카를 에이스로 믿고 의지할 수 있을지 여부가 걸려 있는 운명의 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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