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인의 쏙쏙골프] 이쁜 캐디, 못난 캐디, 황당한 캐디

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 / 입력 : 2017.06.05 08:41 / 조회 : 3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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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북충주의 모 골프장엘 갔는데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캐디는 그야말로 라운드의 도우미인데, 오히려 훼방질을 했으니 너무나 어이가 없었죠.

일단 이쁜 캐디부터 이야기해보죠.

*이쁜 캐디는 얼굴이 이쁘다는 뜻이 아닙니다. 물론 진행도 잘하고 얼굴도 이쁘면 금상첨화이겠습니다만, 외모따지면 여성 비하의 오해를 살수 있으니 조심해야죠.

이쁜 캐디란 언제나 상냥한 미소를 띠고, 진행을 부드럽게 하고, 거리 측정을 잘하고, 클럽 선택을 도와주고, 그린에서 퍼팅 라인을 잘 읽어주는 사람입니다.

남자 캐디의 경우는 프로 지망생이어거나 프로 지망생 출신이어서 고수가 많습니다. 현장에서 원포인트 레슨을 해줘 샷을 향상시켜 주는 사람이 이쁜 캐디입니다.

*못난 캐디 역시 얼굴이 못 났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쁜 캐디의 반대죠. 얼굴은 무표정하고, 진행이 뒤죽박죽이고, 거리재기 엉망이고, 퍼팅 라인 읽기도 제각각입니다. 거기에다 얼굴까지 진상이면 최악의 극치입니다.

남자 캐디의 경우는, 자기는 프로 지망생으로 고수이니 하수인 고객(플레이어)들의 형편없는 샷에 대해 냉소를 던지는 사람입니다.

*서두에 이야기한 황당한 캐디의 이야기입니다.

첫 홀(파4)에서 세컨샷이 그린에 못 미쳐 플랜지에 떨어졌습니다. 3번째 샷으로 핀에 붙여야 하니, 그린의 언둘레이션에 유의해야죠. 그래서 (여성)캐디에게 왼쪽, 오른쪽 어디가 높냐고 물어보니 “그건, 알아서 판단하세요~”라고 능청맞게 말하는 게 아닙니까?

골프 입문 24년만에 처음 당하는 황당한 장면이라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오는데, 성질같아서는 욕을 하고 당장 캐디 교체를 골프장측에 요청하고 싶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입니까?

첫 홀부터 화를 내면 나만 손해이니, “저런 캐디는 무시하자”며 그냥 모른척하고 넘어 갔는데, 저도 사람인지라 속이 약간이라도 끓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평소보다 5타 정도 더 칠수밖에 없었습니다.

황당2입니다. 저는 캐디를 처음 만나면, 경력이 얼마냐고 꼭 물어봅니다. 3년차 이상이면 그린 퍼팅라인 읽기를 맡기고 그렇지 않고 3년 이내 초보자급이라면 제가 책임지고 라인을 읽습니다. 그 캐디는 7년차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제가 다리도 아프고 해서 그린에서 엎드려 라인 읽기를 하지 않고 캐디에게 맡겼습니다.

퍼팅을 잘하는 편인 저는 그날 컨디션이 괜찮았는데도 캐디가 놓아준 대로 퍼팅을 하면 약간씩 어긋나는게 아닙니까. 여기까지는 그렇다 칩시다.

거리 측정도 약간씩 틀리고, 더 웃기는 건 드라이버샷 방향을 잘 안보는 것입니다. 한번은 동반자의 샷이 오른쪽으로 슬라이스가 났는데, 캐디는 왼쪽으로 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공 날아가는 걸 못 봤냐”고 했더니 자기는 장비를 챙기느라 보지는 못했고, 소리를 들으니 오른쪽인것 같았답니다. 참 나 원~.

이상해서 캐디와 이야기를 해보니, 아이도 둘이나 있고 캐디 생활은 거의 취미생활삼아 한다는 겁니다. 할말을 잊었습니다. 그래도 아이를 둘이나 낳았으니 애국자라고 여기고 겉으론 평온하게 라운드를 마쳤습니다.

여러분, 못난 캐디나 황당한 캐디를 만나면 “오늘 운수가 나쁘구나”라고 여기며 그냥 허허~ 웃고 넘기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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