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최강희 "'동안' 수식어, 좋았던 적도 편했던 적도 없어"

KBS 2TV 수목 드라마 '추리의 여왕' 유설옥 역

윤성열 기자 / 입력 : 2017.06.03 11:02 / 조회 : 4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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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플라이업 엔터테인먼트


봄의 끝자락에 만난 배우 최강희(40)는 티 없이 맑고 투명했다. 배우로서 가끔은 민감할 수 있는 질문에도 친절하게 웃고, 답했다.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땐 수줍어하며 "좋은 사람 만나면 올해, 내년이라도 바로 가고 싶다"고 주저 없이 말했다.


나이가 들수록 깊어지는 연기 고민과 3년 전 자신을 괴롭혔던 우울증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한 살 한 살 계속 먹어가는데, 여전히 달콤한 로맨틱코미디만 할 줄 아는 배우라면 좀 별로잖아요. 하하."

지난달 25일 종영한 KBS 2TV 수목 드라마 '추리의 여왕'(연출 김진우 유영은, 극본 이성민)에서 주인공 유설옥으로 열연한 최강희는 한동안 드라마 촬영에만 몰두했다. 최강희의 안방극장 복귀는 MBC 드라마 '화려한 유혹' 이후 꼬박 1년 만이었다.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응한 그는 다소 쉰 목소리로 "원래 목이 잘 쉬는데, 마음껏 쉬었다. 드라마 끝나고 교회에서 마음대로 소리도 지르고, 집에서 잠도 늦게 잤더니"라며 웃었다. "너무 행복해요. 정말 기분 좋게 쉬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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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플라이업 엔터테인먼트



'추리의 여왕'은 유부녀 탐정 유설옥(최강희 분)과 하드 보일드 베테랑 형사 하완승(권상우 분)이 공조 파트너로 거듭나 미궁에 빠진 사건을 풀어가며 일어나는 일을 그린 추리물.

마지막 회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사건의 또 다른 배후가 있음을 암시하며 열릴 결말로 시즌2 제작을 기대케 했다. "연기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니까요. 너무 좋은 분들과 작품을 마쳤는데, 또 할지 모른다는 소망이 생겼어요."

시즌2가 제작된다면 망설임 없이 출연하고 싶다는 의향을 밝힌 것. 최강희는 "(권)상우 씨는 내가 하면 하겠다고 했으니까 그럼 같이 출연하면 되겠다"고 연기 파트너였던 권상우(41)에 대한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최강희가 연기한 유설옥은 극 중 결혼 8년 차 평범한 주부지만, 뛰어난 추리력으로 범죄 사건의 해결을 돕는 캐릭터다. 최강희는 이번 캐릭터를 통해 기존의 로맨틱 코미디 속 달콤한 여주인공의 이미지를 버리고 4차원 푼수 끼와 호기심으로 똘똘 뭉친 '아줌마 탐정'으로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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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KBS


아직 미혼인 최강희에게 '아줌마' 이미지가 부담이 될 수도 있었을 터. 그러나 최강희는 "(권)상우 씨가 절 '아줌마'라고 부를 때마다 접시를 깨듯 속 시원한 느낌을 받았다"고 반색했다.

"상우 씨가 저에게 '아줌마'라고 할 때 정말 차지게 들리더라고요. '추리의 여왕'에서 보여준 편한 모습 덕분에 사람들도 다시 저를 친근하게 생각해주시는 것 같아요."

"추리물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최강희가 '추리의 여왕' 출연을 선뜻 결심하게 된 배경에는 최강희를 둘러싼 대중의 미묘한 반응을 절친 라디오 작가의 강력한 추천이 있었다.

'로코퀸', '동안미녀'로 인식되던 최강희에겐 제한된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작품을 추천한 친구에게 '이 대본이 왜 좋으냐'고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첫째 난 추리를 워낙 좋아하니까 내용이 궁금해서 좋고, 둘째 주인공이 민폐가 아니고 똑똑해서 좋고, 그 다음엔 권상우가 너를 '아줌마'라 불러서 좋아. 실은 언젠가부터 네가 '동안'이라 좋은 것보다 얄밉게 사람들이 느낀다고 생각했어. 아줌마 역할을 한다고 상상해보니까 되게 친근해 보이고 좋다.'

"그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아서 출연하게 됐어요. 그 친군 네티즌 반응에도 관심이 많거든요."

최강희는 '추리의 여왕'에서 형사 하완승 역의 권상우와 호흡을 맞췄다. 지난 2001년 SBS 드라마 '신화'를 통해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추리의 여왕'을 통해 16년 만에 다시 드라마에서 만나게 됐다. 남녀 주인공으로 합을 맞춘 것은 이번이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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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플라이업 엔터테인먼트


최강희는 권상우와 연기하면서 마치 청소년 드라마를 찍는 기분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권상우가 한 살 연상이지만 비슷한 나잇대라 여러모로 통하는 점이 많았다는 것.

"실제로 연기 파트너로 이전에 만난 적은 없었지만 같은 시대를 살아와서 그런지 어릴 적 동창을 만난 느낌이었어요. 다 같이 버스 타고 다니면서 연기하고 밥 먹고, 눈치 보는 것도 없던 그 시절처럼 말이죠. 너무 편했어요."

두 사람은 극 중 로맨스보다는 티격태격 대는 '케미'로 앙숙 콤비의 면모를 보여줬다. 둘은 만나기만 하면 서로 '아줌마', '쌍팔년도식 수사'라고 헐뜯으며 극적 재미를 살렸다. 최강희는 "우리 둘 다 몸으로 연기하는 스타일이라 여러모로 잘 맞았다"고 말했다.

최강희는 극 중 유부녀로 분했지만 아직 미혼이다 보니 감정 표현에 제한이 있는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저도 이제 나이가 있으니까 그냥 아줌마 역할은 소화가 되더라고요. 하지만 그 느낌까진 잘 모르겠어요. 특히 애 엄마의 느낌은 진짜 다를 것 같아요. 나중에 아이의 엄마가 되면 경험한 뒤 제대로 연기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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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플라이업 엔터테인먼트


최강희는 올해 우리 나이로 41살이 됐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결혼에 대해 부정적이었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지난 2013년 큰 우울증을 겪고 회복된 것이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됐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결혼에 대한 열망이 깊다는 그는 "이제 시집갈 나이"라며 "작년부터 배우자 기도도 시작했다"고 수줍게 고백했다.

"예전엔 결혼한 부부들이 좋아 보였던 적이 없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삶의 가치와도 거리가 멀었죠. 우울증 이후 교회를 다니고 그 안에 건강한 가정들을 많이 보면서 선입견이 많이 깨지고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어요. '추리의 여왕'을 하면서 얼른 더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남편감으론 저를 바꾸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좋아해 주고받아 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저도 상대를 바꾸려 하지 않고 있는 그래도 모습을 사랑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어요."

1995년 KBS 드라마 '신세대 보고서 어른들은 몰라요'로 데뷔한 최강희는 어느덧 22년 차 배우로 성장했다. 세월을 거스르는 듯 변함없는 외모를 가진 그녀에겐 늘 '동안'이란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방부제 같은 미모에 자부심을 느낄 법도 하지만 그녀는 "좋았던 적도, 편하게 받아들인 적도 없다"고 말했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배우로서 때론 '독'이 되거나 '부담'이 될 때도 있었다는 것. 전작('화려한 유혹')에서의 파격적인 연기 변신도, 관심 리스트에도 없던 추리물('추리의 여왕')을 선택한 이유도 갇힌 틀에서 벗어나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이젠 제가 좋아하는 취향보다 다양한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저에게서 계속 '로코'를 보고 싶어 한다 하더라도 막상 사람들이 계속 봐준다는 보장도 없잖아요."

최강희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작품을 선택하는 배우 손예진(35)의 과감한 행보를 높이 사기도 했다. '청순미'의 대명사인 손예진은 지난해 개봉작 '비밀은 없다'를 통해 광기 어린 엄마로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감행한 바 있다. 겹겹이 쌓인 틀을 깨고 스스로 변화를 꾀하는 후배의 모습이 내심 부러운 듯했다.

"자기한테 갇혀 있지 않고, 정말 예쁘게 생겼는데 사람들의 말이나 어떤 거에 눌리지 않고 계속 하는 용기나 책임감 있는 모습이 너무 멋져 보여요. '비밀은 없다'를 봤는데, 나라면 과연 그 작품을 선택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어요. 부족하지 않게 고민하고 연기한 흔적이 엿보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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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플라이업 엔터테인먼트


최강희도 '추리의 여왕'을 통해 변화에 한발 짝 다가섰다. 최강희는 '추리의 여왕'을 하면서 자연스레 변화를 받아들이고 고민을 극복했다며 "나에겐 정말 선물 같은 작품"라고 뿌듯해 했다.

"감독님도 너무 훌륭하신 분이셨고, 배우들끼리 팀워크도 너무 좋았어요. 좋은 파트너를 만나 전 즐길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편하게 연기하니까 시청자 분들도 편하게 봐주신 거 같아요."

깊은 슬럼프를 빠져나온 그는 한때 차기작 선택에 어려움을 겪던 시절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당시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비전을 통해 우간다로 봉사활동을 떠나 빈곤 지역의 아이들을 돌보며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는 최강희. 지난해 월드비전 홍보대사를 자처한 뒤 선배 배우 김혜자(76)가 보낸 영상 메시지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최)강희 씨는 훌륭한 배우가 되세요. 지금도 훌륭하지만 더 더 훌륭한 배우가 되세요. 그래야 사람들이 강희 씨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그 사람들도 도움을 줄 수 있게 돼요.'

최강희는 당시 기억에 대해 "마음의 불이 확 켜지면서 다시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훌륭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진짜 좋은 연기자가 돼야죠. 이제 겁내지 않고 열심히 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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