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별점토크] '써클'을 시청하는 순간 벌어지는 일

이수연 스타뉴스 방송작가 / 입력 : 2017.06.02 14:48 / 조회 : 2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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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tvN


방송 프로그램에서 기획할 때 여러 가지 논의를 거치는데, 그 중에 늘 빠지지 않는 키워드가 있다. 그것은 바로 ‘썸씽 뉴(Something New)’다.

즉, 기존에 쏟아져 나왔던 수많은 프로그램 혹은 비슷한 장르의 프로그램들과의 차별성, 새로운 점을 담아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건 당연하다. 새로운 게 없다면 그저 모방품, 베끼기에 불과할 테니까. 그래서, 제작진들은 늘 다른 것, 새로운 것을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새로우면 다 해결 되냐? 문제는 이 또한 정답이 아니란 사실이다. 거 참, 어렵다. 새로운 게 좋다면서 또 무조건 아니라니! 자, 그 이유가 뭔지, 지금부터 tvN ‘써클 : 이어진 두 세계(이하, 써클)’를 짚어보며 설명해 보려 한다.

‘써클’은 ‘tvN에서 최초로 시도하는 SF 추적극’이라는 명분으로 탄생한 드라마다. ‘최초’라는 단어에서 이미 눈치 채셨으리라. 그렇다. 바로 ‘새로움’이다. 그 동안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져 왔지만, 본격 SF극은 거의 없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드라마의 역사가 어땠던가? 과거 정통 멜로물이나 가족극에서 1990년대 들어서며 트렌디물이 나왔고, 2000년대 이후 의학, 법정, 요리 등 직업군에 대한 전문 드라마가 등장했다. 그 후, 스릴러나 트렌디 사극물이라는 장르가 본격적으로 탄생했고, 몇 년 전부터 초능력이나 타임슬립을 콘셉트로 한 드라마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타임슬립 드라마가 처음 등장했을 때의 그 신선함이 얼마 전부터 슬슬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유는 소재만 살짝 바뀔 뿐 반복되는 패턴이나 비슷한 구성 때문이었다. 때문에, 이제 더 이상 새로운 게 없을까?, 고민하던 찰나 등장한 드라마가 있으니, 바로 ‘써클’이다. ‘SF’라는 소재를 걸고서. 그러니, 일단 ‘새로움’에 합격해서 50점은 획득했다.

그럼, 나머지 50점은 뭘까? 그것은 바로 ‘새로움 때문에 벌어지는 부작용 유무(有無)’ 에 따라 결정된다.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잘 살펴보면 모든 일에 ‘동전의 양면’처럼 장단점이 존재하고 있다. ‘썸씽 뉴(Something New)’도 마찬가지다. 새로워서 신선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이면에는 새로워서 어색하다, 라는 단점도 있을 수 있다. 그 어색함을 없어야만 나머지 50점을 차지할 수 있다.

특히, SF라는 장르에서 이 어색함을 없애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ET’에 놀라기엔 시대가 너무나 많이 발전했다. ‘새롭다’는 걸로 무모하게 밀어붙이기엔 시청자의 눈높이 역시 너무나 높아졌다. AI 시대에 함부로, 대충, 적당히 제작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건 비단 컴퓨터 그래픽 등의 효과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 전개 및 연출까지 모두 포함한다. 그런데 ‘써클’은 이 부분에서도 역시 합격이다.

‘써클’은 한 회에 2017년 현재와 2037년 미래, 두 파트(part)로 확실하게 구분지어 각각 두 개의 단편물을 배치해 놓았다. 이 두 개 이 단편은 같은 주인공들과 하나의 스토리가 관통하고 있으며, 20년의 간극은 두 파트(part)를 오고 가다 보면 퍼즐처럼 하나씩 맞출 수 있도록 촘촘하게 계산해서 구성해 놓았다. 그랬기 때문에 매회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여기에 연출력 또한 탁월하다.

연출하는 데 있어, 외계인에, 사이버 버그에, 미래 시대의 재연 등 SF적인 요소 뿐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오고가는 설정으로 시대 구분이 명확하게 보여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럴듯함’이다. 컴퓨터 그래픽, 특수 효과 등은 제대로 만들지 않는 순간 손발이 오글거린다는 제약이 따른다. ‘써클’은 군더더기 없이 스피드한 진행과 세련 된 연출력이 더해져 확실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냈다.

그래서, ‘써클’은 한 번 보는 순간 끊을 수가 없다. 70여분이 지루하기는커녕 7분처럼 후딱 지나가 버린다. 어디 이뿐인가! 매회 결정적인 단서 앞에서 끝나기 때문에, 다음 회를 보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다. 두 파트를 연결지을 뿐 아니라, 마지막 회에 가서야 결말을 보여주는 스토리 구성으로 인해, 결국 12회까지 볼 수밖에 없다. 혹시 6월 말까지 업무든, 시험이든 바쁜 일정이 있으신가? 그렇다면, 조심스레 충고한다. 애초에 보지 마시라고. 안 그러면 매주 월, 화 밤마다 ‘써클’ 때문에 다른 일에 지장을 줄지도 모르니 말이다.

‘써클’ 스토리와 연출력이 만들어낸 명품 SF 드라마! 그래서, 제 별점은요~ ★★★★☆ (4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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