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 극장 개봉 힘겨루기에 관객이 빠져있다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7.06.02 10:57 / 조회 : 2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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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과 틸다 스윈튼 /AFPBBNews=뉴스1


'옥자'의 팔자인가 봅니다. '옥자' 한국 개봉을 놓고 극장과 넷플릭스 힘겨루기가 점입가경입니다. 틸다 스윈튼 등 '옥자' 배우들이 한국을 찾지만 극장들에서 이벤트 상영관마저 내줄 수 없다는 강경한 방침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반발은 처음부터 예고된 것이었습니다. '옥자'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에서 만든 영화입니다. 영화는 거대한 스크린에서 상영되는 걸 전제로 만들죠. 반면 넷플릭스는 TV, 휴대전화, 테블릿PC 등에서 선보이는 걸 전제로 합니다. 때문에 넷플릭스에서 만든 영화는, 기획부터 영화라는 매체의 문법을 담아낼 수 있을까란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봉준호 감독은 '옥자'를 원래 하던 대로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하던 대로라는 건, 극장에서 상영되는 걸 전제로 하던 작업을 그대로 지켰다는 뜻입니다. 봉준호 감독이 적어도 한국에선 '옥자'를 극장에서 개봉하길 원했던 건, '옥자'에 가장 적합한 상영환경을 적어도 한국 관객들에겐 기회를 주자는 뜻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봉준호 감독의 뜻에 세상이 호락호락하진 않았습니다. '옥자' 칸영화제 초청을 둘러싼 논쟁은 차지하겠습니다.

처음부터 넷플릭스는 한국에선 극장에서 상영하면 좋겠다는 봉준호 감독의 의견을 존중했습니다. 극장과 넷플릭스 동시 공개라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기회였기도 했겠죠.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한국 메이저 투자배급사들은 '옥자'를 선뜻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에 초호화 캐스팅 등 극장에 걸기만 하면 돈을 벌 것이란 생각을 당연히 했습니다. 그럼에도 받지 않았던 건, 넷플릭스의 까다로운 조건 때문이었습니다.

극장은, 보다 많은 스크린에서 '옥자'를 상영하고, 한국 상황에 맞게 홀드백(극장에서 상영이 끝난 뒤 일정 기간을 거친 뒤 IPTV 등에서 상영하는 것)을 지켜주길 바랬죠. 한국은 극장 동시 개봉작이란 명목으로 개봉 다음 주에 바로 IPTV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이 있긴 하지만 통상 3주가 홀드백 기간입니다.

넷플릭스는 생각이 달랐습니다. 넷플릭스 공개가 우선이었죠. 각자의 입장에서 당연한 논리였습니다. 결국 NEW가 한국 파트너로 낙점이 됐습니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일찌감치 넷플릭스와 콘텐츠 협약을 맺었지만, '옥자'는 뜨거운 감자였던 것 같습니다. NEW가 극장이 없는 투자배급사였던 것도, 복합적인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NEW가 넷플릭스의 '옥자' 한국 극장 배급 파트너가 됐지만 이후로도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이미 '옥자' 전 세계 공개는 6월28일로 결정이 난 상태였습니다. NEW는 한국만 앞서 극장에서 상영하거나 넷플릭스 공개 뒤에도 계속 극장에서 상영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다양한 옵션이 오갔죠. 넷플릭스는 선 공개에 대해선 고개를 저었습니다. 결국 최종적으로 한국에선 극장과 넷플릭스를 6월29일에 동시 공개하는 걸로 합의를 했습니다.

NEW가 힘들게 넷플릭스와 합의를 봤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끝나진 않았습니다. 아니 그때부터가 시작이었습니다. 한국 최대 멀티플렉스인 CGV를 비롯해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극장들은 넷플릭스의 이런 방침을 마뜩잖게 여겼습니다.

아무리 봉준호 감독의 '옥자'라지만, 넷플릭스와 극장 동시 공개는 시장 질서를 혼란시킨다는 것입니다. 극장들은 2014년에도 할리우드 직배사들과 부율을 놓고 힘겨루기를 했습니다. 당시 '토르2' '호빗2' 등 여러 할리우드 직배사 영화들이 서울 소재 극장에서 상영되지 못했습니다.

극장들은 '옥자'는 경우가 또 다르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옥자' 극장 개봉을 허용하면, 앞으로도 선례가 돼 IPTV와 극장 개봉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다고 반대하고 있습니다. 나름 타당한 논리입니다. NEW만 발을 동동 구를 뿐, 넷플릭스로서도 '옥자'가 극장에서 개봉하지 않으면 않는 대로 실리를 챙길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힘겨루기에서 관객이 빠져있다는 것입니다. '옥자'를 극장에서 보고 싶어하는, 한국의 많은 관객들이 넷플릭스와 극장들의 다툼에서 빠져 있습니다.

극장의 논리도 타당하지만, '옥자' 외에 극장과 동시 개봉하려는 넷플릭스 혹은 스트리밍 서비스 영화들이 향 후 몇 년간 그리 많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언젠가는 영화를 꼭 극장 뿐 아니라 여러 유통경로로 보는 시대가 오긴 할 것입니다. 그건 시대의 흐름이니깐요. 그렇지만 당장은 '옥자' 외에는 그런 영화들이 많을 것 같진 않습니다. '옥자'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이기에 이런 논란이 불거진 것이니깐요.

한국 관객을 고려한다면, '옥자'를 예외로 인정해 극장에서 상영하는 논의도 같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극장으로서도 '옥자'를 상영하면 당연히 관객이 몰릴테니 손해 보는 일은 아닐 것입니다. 한국 관객을 위해서 이번만은 예외로 한다는 명분도 가질 수 있을테구요.

실제로 각 극장들은 넷플릭스에 대해 거부 정서는 있지만 입장이 통일된 건 아닙니다. 자칫 입장을 같이 하자고 논의했다간 담합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들 추이를 살피고 있습니다. 롯데와 메가박스는, CGV가 어떤 입장을 가질지 지켜보는 한편 손익계산서를 두들기고 있습니다. 롯데는 '옥자'에 한 주 앞서 개봉하는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를 배급합니다. 메가박스는 자사가 투자배급한 '박열'이 '옥자'와 같은 날 개봉하니 또 입장이 다릅니다.

CGV도 당장은 강경하지만 관객의 선택권이란 명분 앞에서 막바지까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다른 멀티플렉스에서 관객의 선택권을 내세워 '옥자' 개봉으로 입장을 바꿀 경우, 실익과 명분 양쪽 다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멀티플렉스가 아닌 개별 극장들은 입장이 또 다를테구요.

과연 '옥자'를 극장에서 볼 수 있을까요? 언제나 새로운 시도가 있을 땐, 저항이 있는 법입니다. 그 저항을 뚫고 넘어가면 그 새로움이 주류가 되죠. '옥자'는 그런 점에서 세계 영화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새로움의 첫 주자든, 좌초된 첫 주자든. 한국 극장의 결정도 기록될 것 같습니다.

그 결정 안에 한국 관객에 대한 고민도 같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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