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휴스턴 승승장구 이끈 루나우 단장의 선견지명

장윤호 기자 / 입력 : 2017.06.02 08:32 / 조회 : 7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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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스턴 애스트로스 제프 루나우 단장. /AFPBBNews=뉴스1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무서운 기세로 올해 메이저리그 최고의 팀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메리칸리그(AL) 서부지구 선두인 휴스턴은 지난 사흘간 벌어진 AL 중부지구 선두팀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원정 3연전 시리즈에서 홈런 10방을 포함, 장단 47안타로 40득점을 퍼부으며 미네소타 마운드를 괴멸시키고 시리즈 싹쓸이에 성공했다.

현재 시즌의 딱 3분의 1인 54경기를 소화한 시점에서 휴스턴의 전적은 38승16패(승률 0.704)로 시즌 전체로 환산하면 무려 114승을 올리는 페이스다. 소속지구에선 2위 LA 에인절스(28승28패)와 무려 11게임차 격차가 벌어졌고 현재 메이저리그 승률 2위인 워싱턴 내셔널스(33승19패, 승률 0.635)에도 4게임차로 앞서있다. 이미 팬그래프닷컴과 파이브서티에잇 등 통계분석 사이트들은 휴스턴이 올해 정규시즌 최다승 팀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휴스턴의 기세는 특히 지난 5월 한 달간 하늘을 찔렀다. 5월중에 벌어진 29경기에서 휴스턴은 22승7패로 승률이 7할5푼이 넘었다. 한 달간 22승은 구단 기록 타이다. 에인절스에 3게임차로 앞선 채 5월을 시작했는데 한 달 뒤에 그 차이가 11게임차로 벌어졌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시즌 전반기가 끝나기 전에 지구 페넌트레이스는 사실상 끝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95승을 올리며 휴스턴에 11게임차로 지구 우승을 차지했던 텍사스 레인저스는 이미 12게임차로 뒤져 있는데 같은 텍사스 팀이자 지구 라이벌인 휴스턴의 맹렬한 질주에 부러운 시선과 함께 지금 휴스턴의 맹위가 올해만의 반짝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인 트렌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두려움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2011년 56승에 이어 2012년 내셔널리그(NL)에서 마지막 시즌을 단 55승으로 마친 휴스턴은 이듬해 아메리칸리그로 옮긴 뒤 더 떨어진 51승에 그치면서 3년 연속으로 50승 대에 그치는 최악의 바닥을 경험했다. 하지만 바닥상태에서 팀을 재건하기 시작한 휴스턴은 2014년 70승으로 올라서며 반등을 시작했고 2015년 86승으로 와일드카드를 따내 10년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에 진출한 뒤 올해는 구단 사상 두 번째 월드시리즈 진출과 첫 우승에 도전할 준비가 됐음을 선언하고 나섰다. 3년간 완전 바닥을 친 지 불과 4년 만에 정상을 노크하고 있는 셈이다. 과연 휴스턴은 어떻게 해서 단시일 내에 이처럼 막강한 팀을 구축한 것일까. 바닥에서 정상으로 치솟아 올라온 그 여정을 되짚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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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코레아. /AFPBBNews=뉴스1



지난 2011년 56승 시즌이 끝난 뒤 6억1,500만달러에 애스트로스 구단을 사들인 새 구단주 짐 크레인은 취임 한 달 뒤 팀의 새 단장으로 아이비리그 출신의 전적 엔지니어 겸 경영 컨설턴트 제프 루나우를 영입했다. 선수로서 경력은 전무했지만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프론트 오피스에서 9년 가까이 카디널스의 마이너리그 시스템과 드래프트를 관리하며 경력을 쌓은 루나우는 단장 취임 첫날, 당시에는 별 관심을 끌지 못했던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마이너리거 마르코 두와르테를 보스턴 레드삭스에 내주고 마윈 곤잘레스를 데려왔는데 결과적으로 취임 첫날 단행한 이 트레이드가 루나우 단장 성공시대를 예고한 신호탄이 됐다. 두아르테가 더블A를 끝으로 유니폼을 벗은 반면 애스트로스에 온 곤잘레스는 이듬해 바로 개막 로스터에 진입한 뒤 올해까지 6년째 휴스턴에서 투수와 포수를 뺀 모든 포지션을 소화하는 전천후 선수로 뛰고 있고 특히 올해는 타율 0.308에 12홈런, 34타점, OPS 1.039의 눈부신 활약으로 커리어 최고의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루나우 단장의 첫 2년간 휴스턴은 워낙 바닥을 헤맸기에 향상이 아니라 제자리를 맴도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지금 휴스턴의 상승세가 3시즌 연속 100패 이상을 기록하는 바람에 꾸준하게 드래프트에서 최상위권 지명권을 얻어 카를로스 코레아와 알렉스 브레그먼 등 젊은 슈퍼스타들을 계속 지명할 수 있었던 것에 기인한 것으로만 생각하고 있다. 물론 그것들이 휴스턴의 반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지만 곤잘레스 트레이드처럼 그동안 루나우 단장이 실시한 수많은 트레이드들이 당시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올해 휴스턴의 무서운 상승에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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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우는 단장으로 처음 지휘한 2012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1번으로 유격수 코레아를 지명한 데 이어 41번째 지명권으로 고교생 우완투수 랜스 맥쿨루어스를 호명해 투타에 걸쳐 미래의 초석을 쌓았다. 당시 많은 전문가들은 코레아보다는 전체 2번으로 미네소타에 지명된 바이런 벅스턴을 더 높게 평가했으나 현재까지 결과는 코레아를 잡은 휴스턴의 완승이다. 또한 맥클루어스는 빅리그 3년차인 올해 6승1패, 평균자책점 2.48의 호성적을 올리며 빠르게 정상급 투수로 떠오르고 있다.

그해 7월 루나우는 베테랑 투수들인 J.A. 햅, 브랜든 라이언, 데이빗 카펜터 등을 토론토로 보내고 6명의 마이너리거들을 받아왔는데 그중의 한 명이 지난해부터 선발진에 합류한 조 머스그로브로 그는 올해 4승4패, 4.89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또 그의 트레이드 다음 날엔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또 다른 트레이드로 구원투수 크리스 데븐스키를 영입했다. 역시 지난해 빅리그에 올라온 데븐스키는 3승3패2세이브, 평균자책점 2.90의 불펜의 핵심요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루나우는 2013년 시즌을 앞두고 내야수 제드 라우리와 투수 페르난도 로드리게스를 오클랜드로 보내고 우왼투수 브래드 피콕을 영입, 또 한 명의 선발투수를 확보했다. 하지만 그는 2년 연속 전체 1번 지명권을 지녔던 그해 드래프트에선 크리스 브라이언트(시카고 컵스)를 놔두고 휴스턴 출신인 스탠포드대 우완투수 마크 아펠을 지명하는 뼈아픈 실책을 범하기도 했다. 아펠에 이어 2번으로 지명된 브라이언트는 이미 리그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인 반면 2015년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트레이드된 아펠은 아직까지 빅리그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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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맥휴./AFPBBNews=뉴스1


하지만 루나우는 2013년 시즌이 끝난 후 방출자 명단에서 큼지막한 ‘다이아몬드’를 건져냈다. 콜로라도가 방출한 콜린 맥휴를 픽업했는데 맥휴는 올 시즌엔 어깨와 팔꿈치 부상으로 아직 뛰지 못하고 있지만 지난 3년간 11, 19, 13승 등 총 43승을 올리며 맹활약했다. 3연속 두자리수 승리를 따낸 투수를 다른 팀이 내다버린 방출자 명단에서 주어온 것이었다.

이어 2014년 5월엔 또 다시 방출자 명단에서 핵심 불펜요원을 발견했다. 샌디에이고가 포기한 왼손투수 토니 시프를 픽업했고 시프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3년간 휴스턴에서 193경기에 출격하고 있다. 이어 약 두 달 뒤엔 마이애미 말린스와 트레이드를 통해 최고 유망주 프란시스 마르테스와 대즈 캐머런 등과 함께 주전 중견수 제이크 매리스닉을 얻었다.

그해 말엔 또 다시 방출된 선수를 픽업해 홈런을 쳤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포기한 우완 구원투수 윌 해리스와 계약했고 해리스는 휴스턴에서 지난 3년간 불펜 핵심선수로 활약하며 지난해는 올스타로도 뽑혔다. 이어 2015년 1월엔 트레이드를 통해 거포 에반 게티스를 영입했고 게티스는 지난 2년 반 동안 63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한편 3년 연속 전체 1번 지명권을 지닌 2014년 드래프트에서 루나우는 왼손투수 브레이디 에이켄을 지명했으나 신체검사에서 부상 위험이 높다는 판정이 나오자 과감하게 그와 계약을 포기했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됐다. 전체 1번 지명선수와 계약을 못한 휴스턴은 이듬해 드래프트에서 전체 2번 지명권을 보상으로 받았고 이 지명권으로 유격수 알렉스 브레그먼을 지명했다. 이미 유격수로 코레아가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브레그먼은 3루수로 포지션을 바꿔 단 2년 만에 빅리그에 진입했고 이미 선발 3루수 자리를 꿰찼다.

이어 2015년 시즌이 끝난 뒤엔 2013년 드래프트 전체 1번 지명선수인 아펠을 또 다른 피칭 유망주 빈스 벨라스케스와 묶어 필라델피아로 트레이드하고 클로저 켄 자일스를 영입했다. 자일스는 현재 14세이브로 AL 세이브 공동 3이를 달리고 있다.

그동안 대형 외부 FA계약은 자제했던 루나우는 지난해 7월 쿠바 출신의 율리 게리엘을 5년간 4,750만달러에 계약, 마침내 지갑을 열었다. 이어 지난해 시즌 종료 후엔 뉴욕 양키스에 투수 유망주 2명을 내주고 캐처 브라이언 맥캔을 데려왔고 베테랑 카를로스 벨트란과 조시 레딕과 계약했는데 이들은 모두 올해 주전으로 뛰며 팀의 무서운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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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클./AFPBBNews=뉴스1


루나우 단장이 부임했을 때 이미 휴스턴의 빅리그 팀에 있던 선수로 아직까지 뛰는 선수는 호세 알투베 한 명 뿐이다. 당시 현 에이스 달라스 카이클과 우익수 조지 스프링어는 아직 마이너에 있었다. 결국 올해 메이저리그 최고의 팀으로 부상한 휴스턴의 로스터 대부분은 루나우 단장이 취임 이후 만들어낸 셈이다.

1962년 당시 ‘휴스턴 콜트 .45스’라는 이름으로 메이저리그에 합류한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56년 구단 역사에서 월드시리즈에 나가본 경험이 딱 한 번밖에 없다. 지난 2005년 로이 오스왈트, 앤디 페티트, 로저 클레멘스로 짜여진 황금 선발진과 크레이그 비지오, 제프 배그웰, 랜스 버크만의 '킬러 B' 타선을 앞세워 내셔널리그 정상에 오르며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으나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4연패로 싹쓸이를 당했다.

아직까지 월드시리즈 우승이 없는 8개 구단(텍사스, 휴스턴, 밀워키, 샌디에이고, 워싱턴, 시애틀, 콜로라도, 탬파베이) 중 하나이자 1년 먼저 워싱턴 세네터스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텍사스 레인저스에 이어 두 번째로 긴 월드시리즈 무관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 번도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아본 적조차 없는 시애틀과 워싱턴을 제외하면 아직 월드시리즈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한 팀은 휴스턴과 콜로라도뿐이지만 콜로라도는 휴스턴보다 31년 늦은 1993년에 리그에 합류했기에 그나마 휴스턴보다는 아직 면목이 있다.

과연 올해 막강한 휴스턴 팀은 구단 역사상 두 번째 월드시리즈 무대에 나서 첫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을까. 물론 아직 갈 길이 먼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정규시즌에 아무리 잘해도 플레이오프는 전혀 다른 무대라는 것은 지난 2001년 시즌 116승을 거두고도 월드시리즈는커녕 ALCS에도 오르지 못했던 시애틀 매리너스의 예에서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꿈도 꿀 수 없었던 목표가 이제는 분명히 사정권 안에 들어온 것만큼은 확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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