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빈 "'악녀' 액션 95% 소화..액션 재능 있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7.05.3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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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빈/사진=임성균 기자


김옥빈(30)은 촉망받던 한국영화 기대주였다. 일찍이 22살 때 영화 '박쥐'로 칸국제영화제를 밟았다. 재능과 미모, 노력에 액션까지, 재능이 가득했다. 8년이 흘렀다. 그간 김옥빈은 그 재능을 채 펼칠 기회가 적었다. 6월8일 개봉하는 '악녀'(감독 정병길)는 적어도 김옥빈의 재능 중 일부는 꽃 피우게 만든 마당이었다.

'악녀'는 중국 연변에서 킬러로 길러진 여자가 한국에서 의문의 조직 밑에 들어가 암살을 하는 일을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한국에선 무척 드문 여성 원톱 액션영화다. 김옥빈은 타이틀롤을 맞아 95% 가량 액션을 실제 소화했다. 감정 연기는 차지하고 한국에서 액션을 이렇게 잘 소화할 수 있는 여배우가 또 있을까 싶을 만큼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 덕일지, 김옥빈은 올해 칸국제영화제에 '악녀'로 다시 레드카펫에 섰다. 김옥빈에게 '악녀'와 여배우와 액션에 대해 물었다.


-다시 칸 레드카펫에 선 소감은.

▶'박쥐' 때는 너무 오래 전에 가서 그런지, 너무 어렸을 때 가서 그랬는지, 기억이 없더라. 공항에 도착하면 그 거리, 그 분위기가 기억이 날 줄 알았는데 전혀 생각이 안 나더라. 그 때는 박찬욱 감독님과 송강호 등 선배들을 따라가기만 했다. 믿고 의지할 수 있었으니깐.

-그렇다면 이번에는 타이틀롤이란 무게감으로 더 기억에 남았나.


▶그렇다기 보다는 이번에는 더 선명하게 기억하고 싶었다. 예전에는 잘 몰라서 그 기억이 얼마나 소중한지 몰랐단 것 같다. 이번에는 칸에 다시 온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아서 하나하나 선명하게 눈으로 찍는 과정이 있었던 것 같다.

-'악녀'는 왜 했나.

▶처음에 시나리오 받았을 때는 여배우가 하는 액션이 보통 영화들보다 너무 많아서 놀랐다. 흔히 여배우에게 맡기기 마련인 한 두 장면 액션이 아니었다. 이런 영화를 어떻게 만들 생각을 했는지, 진짜 제작이 되는지 믿기지 않았다. 또 '악녀'는 한 여자의 어릴 적, 결혼, 아이 낳고, 복수와 사랑이 다 담겨 있는 성장기이기도 하잖나.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누구에게도 주고 싶지 않았다.

-액션이 정말 상당한데. 어느 정도 실제로 소화했나.

▶한 90~95% 정도. 정말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 빼고는 다 내가 했다. 오프닝에 손만 나오는 시퀀스는 스턴트맨이 하고 그 뒤에 내 얼굴이 나오는 부분부터 조폭 목에 밧줄을 감고 유리창 밖으로 뛰어내리는 장면까지 다 내가 했다. 오토바이 액션도 일부 스턴트맨이 하고 내가 번갈아 했다. 마지막 마을버스 액션도 차에 부딛힐 것 같은 장면을 제외하곤 매달리는 것부터 다 내가 했다. 이런 와이어 액션은 처음 해봤는데 보통 와이어를 두 개 다는데 이번에는 거미처럼 사방으로 달았다. 차에서 떨어질 것 같을 때마다 번갈아서 당겨야 했기 때문이다. 복면을 쓰고 한 액션도 내가 했다.

-복면을 쓰고 하는 액션도 고난도인데. 얼굴도 안 나오는데 실제 할 필요가 있었나.

▶원래 세트 촬영이었는데 갑자기 실제 저택에서 찍는 것으로 바뀌었다. 시간이 없었는데 액션 합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대로 찍었다.

-가장 힘들었던 액션은.

▶아무래도 하이라이트인 마을버스 액션이다. 마을버스 밖에 매달리는 것도 와이어를 워낙 많이 달아야 했기에 힘들었다. 마을버스 안에선 워낙 좁기 때문에, 촬영감독님의 카메라를 피하고 상대와 액션합을 수시로 맞추는 게 힘들었다.

-액션에 재능이 있는 것 같은가.

▶네. 있는 것 같다. 작년 7월부터 액션스쿨에서 훈련을 시작해 10월부터 촬영에 들어갔다. 배우는 게 빨리 늘고 (내가)액션을 즐기고 좋아하더라. 안전 불감증처럼 내가 탈 것들이 업그레이드되면 될 수록 신이 났다. 와, 오늘은 이런 걸 촬영하는 거야, 막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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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빈/사진=임성균 기자


-여성 원톱 액션영화다. 전례를 찾기 힘든 만큼 부담감도 컸을 텐데.

▶내가 생각해도 여성 액션영화들이 많이 나온 적이 없다. 외국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칸에서 외신 기자들이 자기네도 여성 액션 영화가 적은 데 한국에서 여성 액션 영화가 나왔다는 걸 너무 신기해하더라. 또 강렬한 감성이 있는 킬러영화가 아니라 여린 감성이 있는 킬러영화라는 것도 신기해하고.

아무튼 처음 정병길 감독님을 만나자마자 "이게 투자가 됐나요?"라고 물었다. 여성 액션영화라는 게 (투자하기에) 많이 두려워하는 장르지 않나. 여배우는 액션을 잘 하지도 못하고, 쉽게 다칠 것이란 편견도 많고. 그래서 내가 잘못하면 "거 봐, 안 되잖아"란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게 너무 싫었다. 내가 제대로 소화해야 앞으로도 이런 여성 액션영화가 투자될 것이라 생각했다.

-엄청난 액션 연기에 부상은 없었나.

▶부상은 없었다. 안전장치가 잘 돼 있고, 리허설도 많이 했으니깐. 멍이나 찢기는 건 액션을 하면 남녀 배우 가릴 것 없이 일상이다.

-'악녀'에 한 주 앞서 여성 슈퍼히어로 영화인 '원더우먼'이 개봉하는데. 이길 것 같나.

▶글쎄, 일단 사람은 내가 제일 많이 죽인 것 같다.(웃음) 이걸 자랑해도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오프닝부터 강렬하고 잔인하게 여러 사람들을 죽이지 않나. 감독님은 시작부터 '악녀'가 걸어갈 길을 관객에게 각인시키고 싶었다더라.

-주인공 숙희는 잔인한 킬러지만 한편으론 착한 여자다. 캐릭터에 충돌이 있었을텐데.

▶그 지점을 감독님과 많이 이야기했다. 오프닝 이후 감정선이 너무 맑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내가 연기를 너무 현실 베이스에 둔 게 아닌가 싶더라. 다른 할리우드 여성 액션영화를 보면 감정은 순수한데 잔인할 땐 잔인한 게 어색하지 않더라. 어차피 액션은 일종의 판타지 아닌가. 한편으론 내 성격과 어떤 면에선 안 맞는 캐릭터기도 했다. 나라면 문제가 생기면 바로 해결하려 했을 텐데. 그런 점에서 속을 알 수 없는 캐릭터였기도 했다.

-살인무기로 자란 여자가 남자 때문에, 아이 때문에 수동적인 선택을 한다는 게 아쉽지는 않았나.

▶숙희는 이 영화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모두 잃는다. 감독님은 처음부터 악인이 악인이 아니라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말하자면 '악녀'는 '악녀-비긴즈'인 셈이다. 바람이라면 2편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것인데, 2편에선 사랑하는 사람을 모두 잃었기에 무자비한 킬러가 돼 있지 않을까 싶다.

-감정 연기도 많았는데, 어떤 게 힘들었나.

▶나중에 신하균 선배에게 "나를 단 한순간이라도 사랑한 적이 있었냐"고 묻는 장면. 찍기 전에 고민이 정말 많았다. 신하균 선배와도 정말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그러다가 구구절절한 이야기보다 그 한 마디에 많은 걸 담을 수 있겠다 싶었다.

-마지막 웃음 소리가 인상적인데. 정병길 감독이 어떻게 주문하던가.

▶웃음은 후시로 녹음한 것이다. 얼마 전에 녹음했다. 점점 더 커지면서 웃는지, 우는지 모르지만 자지러지게 해달라고 했다.

-오프닝에 호흡 소리도 장면들과 합이 잘 맞았는데.

▶녹음하는 걸 봤으면 정말 웃겼을 것 같다. 양 손에 볼펜을 하나씩 들고 화면을 보면서 헉헉 소리를 냈다. 달리고 뛰면서.

-카메라 워킹이 많다보니 실제로 했던 액션이 카메라에 다 담기지 않아 아쉽지는 않았나.

▶액션에 나중에 자신감이 붙었을 때 그런 생각을 좀 했다. 풀샷으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 감독님이 다음 영화에서 보여주라고 하더라.

-또 액션영화를 하고 싶나.

▶그렇다. 찍을 때는 겨울이라 너무 춥기도 했고, 그래서 액션 은퇴작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다 찍고 나니 액션을 하려 다시 촬영장에 가고 싶더라. 훈련을 한 게 아깝기도 하고. 더 훈련을 해서 활용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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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빈/사진=임성균 기자


-쎈 역할을 많이 했는데, 이미지가 고정될까 걱정스럽지는 않나.

▶(고개를 저으며) 으음음. 그런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자기 생각을 또렷하게 이야기하는 캐릭터를 좋아한다.

-정병길 감독은 스스로 액션스쿨을 다녔을 만큼 액션에 조회가 깊은데. 잘 했다고 하던가.

▶글쎄. 일단 현장에서 액션 연기를 하고 난 뒤 모니터를 보면 성취나 보상감 같은 게 있었다. 감독님은 칭찬이 후한 사람이 아니다. 영화와는 정 반대 같은 분이다. 칭찬이 고팠다. 그래서 그런지, 모든 촬영이 끝나고 난 뒤 "너무 고생했다"고 하는데 뭉클 하더라. 칸 초청이 결정된 날 감독님이 문자로 "숙희씨, 칸에 같이 가요 ㅎㅎ"라고 보냈다. 그런 분이다.

-성형수술을 받는다는 설정이라 초반 얼굴이 좀 다른데.

▶특수분장을 했다. 그래도 난 너무 나 같아서 걱정스러웠는데 달라 보인다니 다행이다. 현장에서 김서형 언니랑 "나 얼굴에 점 찍어야 하는 게 아니냐" 막 이러면서 즐겼다.

-'박쥐' 때와 '악녀' 때 달라진 게 있다면.

▶일단 나이를 먹었다. 그 때는 너무 아기였다. 신기한 게 많았다. 항상 들떠 있었다. 지금은 경험이 더 쌓였으니 좀 더 노련해졌다고 할까. 신기해 하기보다는 기뻐하는 걸 찾는 것 같다. 그 때는 몰라서 두려웠다면 지금은 알아서 편해졌다고 할까. 현장에서 오지랖도 많아졌다.

-여배우가 중심인 작품들이 많지 않는데.

▶최근 한국영화들을 봐도 여배우 캐릭터가 잘 보이는 게 그리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여배우가 시장에서 입지가 좁은 게 사실이다. 조금만 상상력을 발휘하면 더 좋은 작품들이 나올 수 있을텐데, 왜 이렇게 기회가 없을까 싶기도 하다. 젠더에 구별을 두자는 게 아니라 좀 더 (여배우를) 활용했으면 좋겠다. 나도 너무 좋아하는 멋진 여배우들이 많으니깐.

-신하균과 '박쥐'와 '고지전'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인데.

▶'박쥐' 때는 신하균 선배는 어린 배우가 더 잘 놀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 어른이었다. 그런데 '고지전'도 '악녀' 때도 늘 한결 같았다. 어른이다. 도움을 구할 때도, 동료로서 의견을 교환할 때도 잘 아니깐 편하다. 그렇다고 먼저 와서 조언을 하지도 않는다. 아무래도 배우끼리 먼저 어떤 점을 지적하면 불편할 수도 있지 않나. 늘 질문을 할 때까지 기다려준다.

-다음 작품은.

▶아직 결정된 건 없다. 또 액션도 하고 싶고, 춤추는 영화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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