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도가니법' 통과 자부심? 혼자 해낸 일 아냐"②

[공유 'CNN 토크 아시아' 인터뷰 풀버전]

윤성열 기자, 장준희 인턴기자 / 입력 : 2017.05.30 18:00 / 조회 : 8884
  • 글자크기조절
-①에 이어서

image
/사진=스타뉴스


-이제 경력에 관해 얘기해 봅시다. 드라마 '도깨비'가 인기리에 끝이 났어요. 인기 비결이 뭘까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웃음)

-공유 씨의 연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말해도 돼요. 분명 사람들을 좋아하게 만든 이유가 있을 거에요.

▶이 작품은 제가 굉장히 걱정했던 작품이에요. 이렇게 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을 줄 몰랐죠. 적어도 한국에서 왜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 생각하자면, 이건 사람 대 사람의 관계를 넘어선 사랑에 관한 내용이에요. 인간보다 더 많은 능력을 가진 신과 같은 존재와 그 존재에 비해 아무것도 못 가진 인간이랑 소통하고 사랑에 빠져요. 일단 대중들의 입장에선 이 드라마가 신선해 보였을 거에요. 예를 들자면 뱀파이어와 인간의 사랑을 그린 영화 '트와일라잇'과 비슷해요.

-공유 씨는 굉장히 다재다능해요. 그동안 굉장히 다른 역할들을 많이 소화해 냈어요.

▶전 창의적인 걸 좋아해요. 제 만족감 때문에 고른 작품을 시작하게 되면 성취감을 느껴요. '부산행'이나 '도깨비'가 이렇게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을지 몰랐지만 자랑스러워요.

-블록버스터 영화 '부산행'에 대해 언급했는데요. 그 영화가 국제적인 칭송을 받는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요?

▶'부산행'은 할리우드가 좋아하는 좀비 물이지만 한국에선 익숙지 않은 장르에요. 관객들의 수준이 굉장히 높아져서 세계시장에서 통할 거라곤 예상을 못 했어요. 아시아 밖에 다른 많은 나라에 상영되고 칸 영화제에 초대를 받으니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가장 중요한 건 제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것보다 한국 작품이 인정받고 사랑을 받았다는 거에요. 이게 절 더 열심히 하게 만들어요. 할리우드 멋져요. 프랑스도 멋지죠. 하지만 저는 어쨌든 한국 배우에요.

image
/사진=스타뉴스


-급격히 인기를 얻음과 동시에 2008년 한국에선 의무인 군에 입대했는데, 어려운 결정이었나요?

▶솔직히 말하면 즐거운 마음으로 군대에 가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에요. 모든 한국 남성분들이 저와 같은 생각일 거에요. 하지만 이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죠. 한국에 사는 남자들의 책임이자 의무에요. 그래서 제가 걱정을 했어도 한번도 다른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실제 많은 사람들이 '커피프린스'가 끝나자마자 군대에 가니까 타이밍적인 부분에 대해 얘기를 했어요. 지금은 이미 군 복무를 끝냈고, 정말 그 2년은 저에게 남자로서도, 배우로서도 큰 가치가 있다 느껴져요. 저 스스로 정말 필요했던 시기에 돈 주고 살 수 없는 경험을 했죠.

-최전방에서 복무한 경험과 군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얘기해 주세요.

▶최전방은 아니었고, 거기에 가까웠던 철원에서 처음 1년을 보냈어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잊고 있던 많은 것들과 새로운 것들을 느꼈어요. 저보다 훨씬 어린 분들과 함께 먹고 자고 훈련받으면서 연예인이 아닌 일반 사람들의 고충과 문제에 대해 알게 됐죠.

-그들이 당신을 우러러 봤겠네요.

▶그들이 저를 '오, 커피프린스'라고 불렀어요. 초반엔 사인과 같은 거를 엄청 요구했어요. 엄청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이건 잠깐이었죠. 나중엔 일반 사람들처럼 같이 뭉쳤어요. 물론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결국엔 '커피프린스'의 유명한 연예인이 아닌 친구와 형제로 제대했죠.

-공유 씨는 일촉즉발의 불안한 상태인 한반도에서 자란 사람이에요. 최근에 미국 국방부에서 "북한의 핵에 대한 야망은 멈춰야만 한다"며 북한을 미국의 즉각적인 위협이라고 했는데, 이런 환경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게 어떤가요?

▶그냥 한국에서 태어나고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매일 매일 바쁘게 살다 보면 가끔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는 걸 잊곤 해요. 하지만 분명 사람들 마음속에는 초조함이 있을 거에요. 이건 시한폭탄과도 같아요. 예를 들면 이런 일들은 절대 일어나면 안 되고 저도 일어나지 않길 바라지만 이건 마치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화산 같은 거죠. 저도 초조해요. 제가 정치인은 아니기 때문에 많은 걸 얘기할 순 없지만 나라들 사이에 정치적인 문제들이나 남북 사이의 문제가 대화를 통해 해결됐으면 좋겠어요. 모든 국민들도 같은 마음일 거에요. 저는 그들 중 하나일 뿐이고요.

image
/사진=스타뉴스


-군 복무 하는 동안 상관한테 받은 책이 당신의 인생을 바꿨어요. 이 책은 한국에 있는 청각장애학교에서 성적 학대를 받은 학생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된 책이에요. 당신이 군대를 떠날 때 이 책을 영화화하고 싶어했죠. 왜죠?

▶제가 처음에 이 책을 읽었을 때, 배우로서가 아니라 사람으로서 분노밖에 할 수 없었어요. 저는 어떻게 이런 일이 사람들 사이에 잊혀질 수 있는지에 굉장히 화가 났었어요. 그게 시발점이었죠.

-공유 씨는 사회적인 문제에 별로 관심이 없는 방관자라고 말했었는데요, 어떤 게 바뀌었죠?

▶의로운 일이라고 믿었고, 길가로 나가 시위를 하는 것보다 제 영향력과 인기를 이용해야 한다고 느꼈어요. 배우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일이 제 인기를 이용해 펀딩을 요구함으로써 이 영화를 만들고 참여하는 거였어요.

-영화 '도가니'는 2011년에 제작됐고 사람들이 격분했죠. '그들은 폭력의 수위를 믿지 못했고 가해자는 처벌을 받지 않았다' 당신의 영화 덕분에 이 문제는 다시 조명을 받았고, 정치가들을 움직이게 했으며 법적 개혁이 일어났어요. 자부심을 느꼈을 것 같아요.

▶저는 사람들이 이 끔찍한 실화에 대해 기억하고 싶어 하지 않을 줄 알았기 때문에 이 영화는 그저 이 일이 기록되길 바라며 촬영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이 일에 동정해주셔서 기분은 좋지만, 그게 제가 이 영화를 찍은 이유는 아니에요. 도가니법이 실행되기까지 많은 일들을 해야 했어요. 영화가 제작되고 도가니법이 생겼지만 이 법안이 통과된 거는 많은 대중들이 노력했기 때문이에요. 그들도 저처럼 영화를 본 후에 화가 났죠. 저 혼자 해낸 게 아니에요.

-끔찍하고 충격적인 일에 관해 다룬 이 영화는 엄청난 도박으로 느껴질 수 있는데, 사람들은 오히려 공유 씨를 믿음직스러운 진지한 배우로 봤고, 공유 씨의 스타성도 올라갔는데요. 이게 당신의 인생을 바꿨나요?

▶저는 이게 그렇게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지 않나 봐요. 일부러 겸손하려고 하는게 아니고,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일을 했을 거에요. 사람들이 진정성을 알아주셨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있을 수 있던 일이에요. 영화를 본 몇만 명의 관객들에게 정말 감사해요. 솔직히 '도가니' 이후로 배우로서 책임감을 더 느껴요.

-③에 이어

기자 프로필
윤성열 | bogo109@mt.co.kr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연예국 가요방송뉴미디어 유닛에서 방송기자로 활동 중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