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지구 수위 미네소타와 밀워키의 불안한 여름

장윤호 기자 / 입력 : 2017.05.30 07:45 / 조회 : 5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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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초 밀워키의 스파크플러그역을 톡톡히 해낸 에릭 테임즈 /AFPBBNews=뉴스1


미국의 여름은 크게 3개 주요 공휴일을 기준으로 나눌 수 있다. 매년 5월 마지막 월요일에 오는 메모리얼데이(미국의 현충일)는 비공식적으로 여름의 시작을 알리며 9월 첫 번째 월요일인 레이버데이(노동절)는 여름의 끝을 상징한다. 이 두 공휴일은 주말에서 이어진 월요일로 지정돼 있어 주말 황금연휴를 제공하며 많은 미국인들은 그 연휴주간에 가족여행을 떠나곤 한다. 그리고 여름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이 두 공휴일의 대략 중간지점인 7월4일(독립기념일)은 여름 휴가시즌의 절정을 의미한다. 대부분 미국인들은 여름 스케줄이 이 3대 공휴일을 중심으로 계획되고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정작 ‘여름의 사나이들’이라 불리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에게 이들 3대 여름 공휴일은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다. 한창 시즌 중인데다 이들 3개 공휴일엔 빠짐없이 100% 경기가 있어 가족여행이란 애당초 꿈도 꿀 수 없다. 더구나 여름의 3대 공휴일은 메이저리그 시즌에서도 중요한 3개 터닝 포인트(분기점)에 위치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시즌의 초반과 중반, 종반을 대표하는 시점들이다.

봄에 시작해 여름을 걸쳐 가을까지 장장 6개월여에 걸쳐 팀당 162경기씩을 치르는 마라톤 레이스인 메이저리그 시즌을 거치다보면 필연적으로 팀들은 많은 부침의 과정을 거치기 마련이다. 시즌 초반 뜨거운 기세로 출발했던 팀들이 중반으로 가면서 힘이 빠져 뒤로 처지거나, 출발이 신통치 못했던 팀들이 중반 이후 힘을 내 선두로 뛰쳐나오는 일들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물론 개중에는 지난해 시카고 컵스처럼 시작부터 끝까지 위풍당당하게 선두를 독주한 팀도 있고, 지난해 미네소타 트윈스처럼 출발부터 바닥으로 떨어진 뒤 끝까지 헤어나지 못한 팀도 있었다. 대체로 메모리얼데이 때 선두권인 팀이 레이버데이 때도 그 자리에 있다면 가을야구를 예약한 팀이고 그 반대의 경우는 시즌이 빨리 끝나기만을 손꼽아가며 기다리는 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떨까. 메모리얼데이인 29일(한국날짜 30일) 현재 메이저리그 순위를 살펴보면 지난해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진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특히 가장 눈에 확 들어오는 변화는 미네소타와 밀워키가 각각 해당지구인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와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서 선두에 올라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59승103패로 승률 3할6푼4리에 그쳤던 꼴찌팀 미네소타는 올해 26승20패로 깜짝 선두에 올라있어 꼴찌에서 1등의 ‘신데렐라 변신’을 꿈꾸고 있다. 지난해 메모리얼데이를 앞두고 미네소타의 전적은 15승34패(승률 0.306)이었는데 올해는 승률이 0.565로 두 배를 육박하는 수준까지 반전 스토리를 써가고 있다.

그 정도는 못돼도 밀워키의 부상 역시 눈에 띈다. 시카고 컵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등 강호들이 몰려있는 NL 중부지구에서 항상 동네북 신세였던 밀워키가 올해는 27승23패(승률 0.540)의 성적으로 이들을 모두 제치고 리더보드 맨 위에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다. 밀워키 역시 지난해 같은 시점엔 23승27패(승률 0.460)으로 승률 5할을 한참 밑돌았었다.

과연 메모리얼데이 시점에서 선두인 이들 두 팀이 레이버데이 때도 지금의 위치를 지켜낼 수 있을까. 미네소타와 밀워키가 아니라 클리블랜드와 시카고 컵스였다면 대답은 당연히 ‘예스’였겠지만 전혀 예상치 못했던 신데렐라들인 미네소타와 밀워키이기에 이들이 레이버데이까지 버틸 수 있는 지구력이 있을지 확신을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들이 그 전에 자정 종소리를 들을 것이라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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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빈 산타나. /AFPBBNews=뉴스1


우선 미네소타를 살펴보자. 지난해 103패를 기록한 최악의 팀이었던 미네소타는 올해도 가장 유력한 꼴찌 후보였지만 몇몇 주축선수들이 기대하지 않았던 커리어 시즌을 만들어가면서 팀 전체가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에이스 어빈 산타나의 성적은 한마디로 눈부시다. 시즌 10번의 선발등판에서 2번의 완봉승을 포함, 7승2패와 평균자책점 1.80의 인상적인 성적을 올리고 있다. 그의 시즌 피안타율은 0.140으로 그의 커리어 평균치인 0.250의 절반 수준이고 평균자책점 1.80은 커리어 4.02의 절반도 안 된다. 현재 그는 AL에서 2위, 이닝 3위, 평균자책점 2위, WHIP(이닝당 안타+볼넷) 2위, 완봉 1위를 달리며 AL 사이영상 후보로 올라섰다.

타석에선 미겔 사노의 활약이 눈에 띈다. 사노는 올해 타율(0.293), 홈런(11), 타점(37), 출루율(0.406), 장타율(0.580)에서 모두 팀내 1위에 올라 있다. 지난 2015년 빅리그 첫 시즌에 80경기에서 타격 슬래시라인 0.269/0.385/0.530에 18홈런, 52타점으로 가능성을 보였던 사노는 지난해 0.236/0.319/0.462로 한걸음 퇴보했다가 올해는 0.293/0.406/0.580으로 훌쩍 반등하며 시즌 MVP 후보군에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을 포함, 몇몇 선수들의 달라진 모습을 빼면 기본적으로 미네소타는 지난해 팀과 크게 다르지 않은 팀이다. 지난해 미네소타가 성적만큼 나쁜 팀이 아니었다면, 올해 미네소타는 성적만큼 뛰어난 팀은 아니라는 징후가 여기저기서 보인다. 우선 미네소타의 시즌 득점은 210득점으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21위, AL에선 15개팀 중 12위에 불과하다. 210득점에 209실점으로 득실차가 +1이다. AL 동부지구 선두 양키스의 득실차가 +58, 서부지구 선두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득실차가 +66인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특히 AL 중부지구에서 23승26패로 승률이 5할도 못되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득실차가 +27인 것을 감안하면 미네소타에게 얼마나 운이 따라주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 정도 득실차로 승률 5할을 넘기고 있는 팀은 미네소타뿐이다.

피칭 부문도 비슷하다. 팀 평균자책점 4.14는 AL 15개 팀 가운데 10위, 탈삼진 수 329개는 AL 꼴찌다. 전체적으로 위력적이라는 느낌이 오지 않는다. 과연 얼마나 오래 1위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 가지 미네소타에게 유리한 점은 같은 지구 팀 가운데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등 3팀이 더 신통치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지만 지난해 AL 챔피언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단 두 경기차로 추격 중인 상황에서 미네소타의 1위 수성에 베팅을 하기란 상당한 배짱이 없으면 힘든 것이 사실이다.

밀워키의 경우는 KBO에서 돌아온 에릭 테임즈의 깜짝 활약이 스파크플러그 역할을 하면서 시즌 초반 상승세를 탔고 절대 1강으로 꼽혔던 컵스가 기대보다 시원치 못한 출발을 보이면서 메모리얼데이까지 리그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밀워키의 타선은 NL에서 득점(4위), 홈런(2위), 장타율(4위), OPS(4위) 등에서 선두권에 올라 있고 타율(8위), 출루율(7위) 등은 중위권 수준이다. 하지만 4월 한 달간 타율 0.345에 11홈런, 19타점을 올리는 맹렬한 기세로 팀을 이끌었던 테임즈가 5월 들어 타율 0.194에 2홈런, 7타점으로 식어버리면서 시즌 초반의 동력을 잃은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테임즈는 최근 15타수 무안타, 7삼진의 슬럼프에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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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햄스트링 부상으로 교체되는 테임즈./AFPBBNews=뉴스1


밀워키의 투수진 역시 지구 선두를 이끌 유닛이라고 보기엔 중량감이 떨어진다. 평균자책점(4.25)로 NL 8위, 피안타율(0.269)은 NL 12위로 모두 중하위권이다. 실점도 NL 7위로 득실차가 +25에 불과하다. 득실차 +25는 NL에서 5위 수준이고 디비전 선두팀 가운데는 미네소타에 이어 두 번째로 적은 것이다. 더구나 밀워키와 같은 디비전에는 월드시리즈 챔피언 컵스와 플레이오프 복귀를 노리는 세인트루이스가 1.5경기 뒤에서 쫓고 있다. 역시 웬만한 배짱이 아니라면 밀워키가 1위 자리를 지켜낸다는 쪽에 베팅하기가 힘들다.

미네소타와 밀워키는 또 하나 묘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바로 홈에서 승률이 5할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오히려 원정승률이 엄청나게 좋다는 것이다. 미네소타는 홈에서 12승15패에 그친 반면 원정에선 14승5패로 메이저리그 최고의 원정승률을 보이고 있다. 밀워키는 홈에서 14승15패, 원정에서 13승8패다. 6개 지구 선두 가운데 홈 승률이 5할이 안 되는 팀은 이들 둘 뿐이다. 디비전 우승을 하려면 원정에선 최소한 반타작을 하고 홈에서 훨씬 좋은 성적을 올려야한다는 전통적인 우승공식을 깨고 있다.

사실 이들 외에 AL 동부지구 선두인 뉴욕 양키스와 NL 서부지구 선두인 콜로라도 로키스, 그 뒤를 바짝 쫓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도 모두 당초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성적을 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상승세를 시즌 말까지 이어갈 수 있는지 지구력을 테스트해봐야 하는 팀들이다.

일단 현재까지의 모습을 보면 이들은 모두 미네소타나 밀워키보다는 훨씬 지구력이 좋을 가능성이 크다. 양키스는 현재 팀 평균자책점 4위, 피안타율 2위와 팀 득점 1위, 타격 4위 등 투타에서 모두 탄탄한 전력을 갖춘 모습을 보이고 있고 득실차도 +58로 AL 2위에 올라 있는 등 모든 면에서 우승후보로서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콜로라도와 애리조나도 타격과 피칭 주요부문에서 대부분 리그 톱5 안에 올라있고 득실차도 +45(콜로라도)와 +51(애리조나)로 리그 최상위권에 있는 등 어느 면으로 봐도 쉽게 거품이 꺼질 팀들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즌은 이제 막 여름의 첫 기착지인 메모리얼데이에 도착한 상태다. 아직도 여름 절기에만 주요 터닝 포인트가 2개가 더 남아 있다. 과연 미네소타와 밀워키, 뉴욕 양키스, 콜로라도, 애리조나 가운데 몇 팀이 마라톤 레이스에서 끝까지 살아남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미네소타와 밀워키가 얼마나 오래 버틸 지가 더욱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이들이 가을야구 무대에 진출한다면 오랜만에 진짜 신데렐라 스토리를 만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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