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옥자'는 칸 들러리? 칸 최대 수혜자!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7.05.29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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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과 틸다 스윈튼/AFPBBNews=뉴스1


결국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넷플릭스에 영광은 돌아가지 않았다. 28일 폐막한 제70회 칸국제영화제는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더 스퀘어'에 황금종려상을 안겼다. 황금종려상이 유력하다고 꼽혔던 로빈 캉필로 감독의 '120 비츠 퍼 미닛'은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소피아 코폴라 감독이 '매혹당한 사람들'로 감독상을,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의 '러브리스'가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영화제 시작 전부터 온갖 화제를 모았던 넷플릭스 영화 두 편,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노아 바움백 감독의 '메이어로이츠 스토리'는 무관에 그쳤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두 편 중 특히 '옥자'는 이번 칸영화제 화제 몰이를 톡톡히 했다.


'옥자'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인지라, 일찌감치 올해 칸 경쟁부문 초청이 점쳐졌다. 한편으로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전제로 한 넷플릭스 영화가 칸에 입성할 수 있을까란 의구심도 만만찮았다. 결국 '옥자'가 칸 경쟁작으로 초청되자마자, 반발이 일었다. 프랑스 극장협회가 거세게 반대하자, 칸영화제 측은 내년부터는 극장 상영작만 경쟁 부문에 초청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겠다고 발표해야 했다.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는 영화에 황금종려상을 안길 수는 없다"고 기자회견에서 선을 긋기도 했다. 이런 숱한 화제는 '옥자'에 풍성한 이야기를 더했다.

70회 치고는 별다른 화제작이 없었던 올해 칸영화제로선 '옥자'가 초반 화제 몰이에 효자 노릇을 한 셈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상은 유럽영화, 특히 프랑스 자본이 들어간 영화들에 주로 안긴다는 칸의 경향은 변함이 없었다.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더 스퀘어'에도 프랑스 자본이 들어갔으며, 심사위원대상인 '120 비츠 퍼 미닛'은 프랑스 영화다. '러브리스'도 프랑스 자본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2016년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나, 다니엘 블레이크'을 비롯해, 2015년 '디판'도, 2014년 '윈터슬립'도, 2013년 '가장 따뜻한 색, 블루'도, 2012년 '아무르'도, 2010년 '엉클 분미'도, 2009년 '하얀리본'도, 2008년 '클래스'도, 프랑스 자본이 들어갔거나 프랑스 영화들이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칸영화제는 매번 화제를 모으기 위해 미국, 특히 할리우드 영화들을 경쟁 부문에 초청하곤 했다. 올해는 할리우드 영화들이 경쟁 부문에 초청되지 않은 게 오히려 화제가 됐다.

그렇기에 올해 칸의 '옥자' 선택은 신의 한 수였다. '옥자'는 개막 전부터 칸영화제의 선택에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끌었다. 영화제 기간 동안에도 화제의 중심에 섰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를 칸영화제 뤼미에르 극장에서 상영해 주목을 끌고, 수상은 보수적인 선택으로 권위를 지켰다. 1993년 '피아노'의 제인 캠피온 감독이 공동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여성 최초로 칸의 최고상을 수상한 이래 2번째 여성 황금종려상의 주인공이 나오는지 기대감이 컸지만, 결국 올해도 불발됐다. 다만 소피아 코폴라 감독에 감독상을, 린 램지 감독에 각본상을, 레오노르 세라일레 감독에 황금카메라상을 안겨 여성감독들을 위로했다. AIDS와 호모포비아에 맞선 '120 비츠 퍼 미닛'에 심사위원대상을 안긴 것도 특기할 만하다. 고른 분배였던 셈.

수상은 불발에 그쳤지만 넷플릭스로서도 윈-윈이었다. '옥자'가 칸 경쟁 부문에 초청되고 숱한 화제를 모은 게,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에 엄청난 광고 효과를 낸 건 불문가지다.

넷플릭스는 '옥자' 칸 진출에 맞춰 전 세계적인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한국에선 이례적으로 6월29일 극장과 넷플릭스에서 동시에 선보인다는 전략도 세웠다. 넷플릭스가 서비스하는 전 세계 국가에서 '옥자'를 극장에서 개봉하는 나라는 한국과 영국 등 일부다. 넷플릭스로선 극장 개봉과 스트리밍 서비스를 동시에 할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옥자' 한국이 주요 데이터가 될 터.

상을 받든, 못 받든, '옥자'에 대한 기대치는 한껏 높아졌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을 고대하던 팬들로선 '옥자'에 굳이 트로피에 덧붙여지지 않아도, '옥자'를 찾는 발길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 관객 뿐 아니라 봉 감독의 전 세계 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수상과 상관없이 올해 칸영화제 가장 큰 수혜자는 '옥자'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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