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립군', 팔자 타령하는 민초들이 만든 진정한 왕

[리뷰]'대립군'

이경호 기자 / 입력 : 2017.05.29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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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포스터


영화 '대립군'(감독 정윤철)은 팔자 타령을 하는 민초들을 위한 드라마다.

'대립군'은 1592년을 배경으로 임시조정 분조(分朝)를 이끌게 된 광해(여진구 분)가 토우(이정재 분)가 수장으로 있는 대립군과 함께 임진왜란 속에서 생사를 나누며 운명을 함께 했던 이야기다.


북방에서 대립군으로 삶을 살던 민초들이 여진족과 전투를 하는 것으로 '대립군'은 시작된다. 대립군은 남의 군역을 대신하는, 당시 최악의 직업 중 하나로 "대립질 하다 죽으면 저승에서도 안 받아 줘"라는 말이 있을 정도. 대립군 기간이 끝나기 전에 죽으면, 자식이나 또 다른 누군가가 대신해야 할 정도. 한 번 발 디디면 빠져나올 수 없는 개미지옥 같은 일이다.

이후 토우를 필두로 한 대립군은 임진왜란 발발로 명나라로 원군 요청을 하겠다며 피란한 선조를 대신해 임시조정 분조를 이끌게 된 왕세자 광해를 호위해 강계로 향하게 된다. 토우, 곡수 등을 비롯한 대립군 동료들은 왕세자를 목적지까지 데려다주고 공을 세우거나, 무과를 통해 팔자를 바꾸려고 한다. 쉬이 바뀔 수 없는 이 고된 팔자를 전쟁 중에 바꿔보고자 하는 민초들(대립군)은 희망을 안고 행군을 이어간다.

그러나 강계까지 광해를 호위하며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광해를 생포하려는 왜군의 추격을 따돌려야 했고, 심지어 광해를 죽이려는 자객들과 싸워야 했다. 이 과정에서 토우와 곡수는 대립군 동료를 잃으며 서로 갈등하게 된다. 곡수를 비롯해 일부 대립군은 끊임없이 팔자 타령을 한다. 왕이 나라를 버리고 간 마당에 지켜야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


토우는 "나라가 망해도 우리 팔자는 안 바뀌어"라고 하지만 그 또한 속으로는 비루한 팔자를 바꿔보고 싶은 마음도 없잖아 있다. 토우의 이런 마음은 출세, 성공에 대한 욕망도 과욕도 아니었다. 그저 대접받지 못하고 죽어야만 허깨비 신세를 면할 수 있는 현실에 벗어나고자 하려 했던 것이다.

반면 아버지이자 왕까지 자신이 이끄는 분조의 성공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을 안 광해는 좌절, 아니 절망을 한다. 이런 그를 일으켜 세우는 이가 바로 토우였다. 토우는 광해가 왕이 될 수 있는 자질을 깨우치게 한다. 그것은 바로 민초(백성)들을 생각하고, 그들의 말을 듣고, 그들을 위한 왕이 될 수 있도록 적잖은 조언을 한다. 토우는 그저 말 뿐이 아닌, 행동으로 왕이 되고 싶지 않아 하는 광해에게 왕이 되도록 결심 할 수 있게 했다.

'대립군'은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진정한 시대의 리더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진정한 리더가 만들어 지는 성장담 뒤에 이름 없는 민초들이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팩션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지만, 어찌됐든 리더에 대한 참 의미를 다시금 생각케 한다.

'대립군'은 토우 역의 이정재의 묵직함과 어린 광해 역의 여진구가 혼란에 빠져 우왕좌왕 하면서 왕으로 성장해 가는 모습은 영화의 백미다. 이정재는 '관상'의 살벌함이 가득했던 카리스마를 벗고, 당시 최하층민의 고된 삶을 사는 민초의 삶을 고스란히 표현해 냈다. 여진구는 역경을 딛고 성장하는 왕세자로 시대가 바라는 군주로 변해 감동의 순간을 전했다.

5월 3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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