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의 슬로우 콜과 좌우 넓어진 S존, 과연 괜찮을까

김우종 기자 / 입력 : 2017.05.29 06:05 / 조회 : 2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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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고척-넥센전에서 슬로우 콜로 논란이 됐던 이민호 심판(오른쪽). /사진=뉴스1






볼넷인 줄 알고 2루 쪽으로 걸어가다가 갑자기 스트라이크 판정이 내려졌다. 그걸 보고 그제야 다급하게 귀루했지만, 이미 공은 1루수 미트에 들어간 뒤였다. 비디오 판독 신청도 할 수 없는 상황. 주자 조동찬은 억울했지만 아무 항의도 하지 못한 채 더그아웃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2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삼성이 넥센을 3-2로 제압했다. 이 승리로 삼성은 2연패에서 탈출, 1승 2패로 시리즈를 마쳤다.

팽팽했던 한 점 차 승부. 9회 삼성 러프가 넥센 오주원을 상대로 결승타를 때려내기 전까지 긴장감 있는 승부가 계속됐다. 하지만 경기 운영에 있어 아쉬운 장면이 나왔으니, 그건 바로 심판진이었다.

'0'의 행진이 계속되던 2회초. 삼성의 무사 1루 기회. 1루 주자는 유격수 앞 내야안타를 친 조동찬이었다. 다음 타자는 김상수. 볼카운트 3-1. 5구째. 넥센 선발 김성민의 공이 넥센 포수 박동원의 머리 쪽으로 들어왔다. 다소 높은 공. 타자 김상수는 볼넷인 줄 알고 정강이 보호대를 풀려 손을 아래로 가져갔다. 그런데….


이민호 주심이 한 발짝 물러선 뒤 오른손을 들어 올리며 스트라이크 콜을 했다. 바로 이 순간, 역시 볼넷인 줄 알았던 1루 주자 조동찬이 2루를 향해 걸어오다가 재빨리 1루로 귀루했다. 이와 거의 동시에 넥센 포수 박동원이 1루 쪽으로 공을 던졌다. 결과는 태그 아웃. 삼성 벤치에 있던 김한수 감독과 조동찬은 황당한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사실 이날 경기 도중 몇 차례 이민호 주심은 한두 박자 콜 동작을 늦게 취했다. 조동찬의 주루사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오른발을 뒤로 빼고 뒤이어 왼발마저 뒤쪽으로 뺀 뒤에야 오른팔을 들어 올리며 스트라이크 콜을 했다. 심판의 콜 동작에 속은(?) 조동찬은 주루사를 당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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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조동찬(오른쪽)과 정현욱 코치.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1루 주자의 스트라이크/볼 착각으로 인한 주루사. 그런데 과연 이걸 조동찬의 본 헤드 플레이로 봐야할까. 심판이 포수 미트에 공이 꽂힌 뒤 신속하게 콜을 했다면 조동찬은 정상적으로 1루에 귀루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풀카운트에서 계속 승부가 펼쳐졌을 것이다. 비디오 판독 상황도 아니었기에, 조동찬과 삼성 벤치는 '악'소리도 낼 수 없었다.

이런 심판의 지연 동작과 더불어 최근 스트라이크-볼 판정에 대해서도 말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KBO리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스트라이크존에 손을 봤다. 그동안 소극적으로 적용했던 것을 기존 룰대로 적용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기형적인 타고투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야구계가 머리를 맞대 내놓은 해결책이었다.

2017 공식 야구규칙 2.73에 따르면 스트라이크 존은 '유니폼의 어깨 윗부분과 바지 윗부분 중간의 수평선을 상한선으로 하고, 무릎 아랫부분을 하한선으로 하는 홈 베이스 상공을 말한다. 또 스트라이크 존은 투구를 치려는 타자의 스텐스에 따라 결정된다고 나와 있다. 즉, 타자의 신장에 따라 스트라이크 존 역시 유연하게 높낮이를 조정해서 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올 시즌 심판들은 대체로 높낮이에서 과거보다 공 한 개 정도 더 넓게 보고 있다는 게 야구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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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KBO 공식 야구 규칙에 나온 스트라이크 존의 설명. /그림=KBO 제공


문제는 '좌우' 그리고 '일관성'이다. 당초 KBO는 스트라이크 존에 대해 위아래를 원래 규정대로 보겠다고 언급했으나, 특별히 좌우 존을 넓히겠다는 언급은 따로 하지 않았다. 또 만약 좌우 존을 넓히고자 한다면 야구 규칙을 바꿔야 한다.

규칙에 따르면 '홈베이스 상공'을 지나가야 스트라이크가 된다. 하지만 올 시즌 육안으로도 홈베이스 좌우로 깊게 빠진 공들이 스트라이크로 잡히는 경우가 나왔다. 타자 입장에서는 배트를 내도 치기 어려울 정도로 멀어 보이는 공, 혹은 먹힌 타구가 나올 수밖에 없는 몸쪽 깊숙한 공이 스트라이크로 된 경우가 있었다.

물론 스트라이크/볼 판정은 심판 고유의 권한이다. 항의할 사안도 아니며, 당연히 선수가 받아들여야 한다. 스트라이크/볼 판정 하나하나에 매번 이의를 제기한다면 경기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올 시즌 감독과 선수는 물론 심판 그리고 팬들까지 스트라이크존 확대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선수층이 얇은 한국 야구에서 투수를 키우기 위해서는 존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공격적인 투구는 경기 시간을 단축시키고, 타자들의 적극적인 공략을 유도한다. 선순환의 연속이다. 선수들 역시 새로운 존에 적응을 하려는 듯, 최대한 스트라이크/볼 판정에 대해서는 항의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양 팀, 그리고 모든 선수에게 똑같이 적용하는 '일관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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