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이하늬 "'역적'은 많은 것을 내려놓게 한 작품"

MBC 월화드라마 '역적' 숙용 장씨 역 이하늬 인터뷰

한아름 기자 / 입력 : 2017.05.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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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늬 /사진=임성균 기자


"'역적'은 인간 이하늬로서 많은 것들을 내려놓게 하고, 배우로서 정말 중요한 포인트들을 배우게 했던 작품이었요."

이하늬(34)는 지난 16일 종영한 MBC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극본 황진영 연출 김진만 진창규 제작 후너스엔터테인먼트. 이하 '역적')에서 장녹수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극 중 마지막 순간이라는 걸 알게 된 장녹수가 연산군(김지석 분)에게 절을 올리는 장면에선 손끝이 파르르 떨리는 세심함까지 더하며, 완성도 높은 연기를 이끌어냈다. 이하늬는 역사적으로는 연산군의 음탕한 생활과 악행을 더욱 부추기는 인물로 기록돼있는 장녹수를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역할로 재탄생 시켰고, 승무와 장구춤을 선보이며 완성도를 높여나갔다.


이하늬 역시 '역적' 종영에 남다른 소감을 전했다. 이하늬는 인터뷰 중간에도 역할에 몰입해 눈시울을 붉히는 등 작품을 아직 보내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예전에는 작품이 끝나면 시원섭섭하다는 말 많이 했는데, 이번엔 여운이 오래갈 것 같아요. 매시간이 그립기도 하고,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아요. 작업을 6개월 넘게 매진했는데 배우들도 각자의 생활로 돌아갈텐데 벌써 그들이 궁금해요."

이하늬가 하는 말을 듣다 보면, 이하늬가 장녹수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해석했는지 짐작이 갔다. 이하늬는 이번엔 역할은 연기가 아닌 실제로 이해하며 소화해서 모든 장면들이 소중했다고 털어놨다.


"장녹수는 희대의 조선시대 3대 요부라고 일컫는 여자예요. 할지 말지 고민이 많이 됐던 인물이지만 가지고 있는 매력이 무한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장녹수에 대한 사료는 많지 않은 것 같아 재해석의 여지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역사나 진실을 왜곡할 필요는 없지만, 재해석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했죠. 사학을 전공한 황지영 작가와 사학을 부전공 하진 김진만 감독의 뚜렷한 생각이 근거가 됐고, 실제 사료들을 뒷받침하면서 연기했어요. 저에게도 믿어지는 작품이 됐고, 가슴 뛰게 했던 것 같아요. 재해석 되는 포인트들이 많았기 때문에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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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늬 /사진=임성균 기자


이하늬는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악과 석사 출신 국악인이기도 하다. 이하늬가 극중 승무와 장구춤을 추는 장면이 대중의 시선을 끌었던 것은 이 때문이기도 했다. 이하늬는 아름다운 장면이 탄생한 것은 감독님과 작가님 때문이라고 말하며, 나이가 들어도 다시 보고 싶은 선물 같은 장면으로 남을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국악 전공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됐어요. 승무하는 장면이랑 장구춤 장면은 공을 많이 들였어요. 작가님이 감사하게도 많이 열어주셨어요. 혼자 해볼 수 있게 기회를 주셨죠. 그 장면을 찍는 것만 5~6시간을 들여서 찍었는데, 편집을 살벌하게 해주셨죠. 제가 혼자 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요. 미스유니버스 때 썼던 장구를 꺼내서, 다시 검은 색으로 새로운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죠. 저에게는 나이가 돼도 다시 보고 싶은 선물 같은 장면들이 될 것 같아요."

이하늬에게 '역적'은 단순한 작품이 아닌 듯했다. 이하늬는 '역적'에서 장녹수 역할을 소화하며, 연기가 무섭다는 표현을 썼다. 이번 작품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배우로서의 소명의식까지 갖게 된 듯 보였다.

"장녹수라는 캐릭터 자체가 복합되는 감정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온도와 감성을 고스란히 느낄만큼 섬세하고 아티스틱한 여자였다. 어떻게 표현을 해야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30살에 궁에 들어가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여자라 애잔한 마음도 컸죠. 슬픔의 정서, 욕망 등 복합 감정을 표현해야 했어요. 양지에 있는 감정보다 음지에 있는 감정을 쓴게 확실한 것 같아요. 이번엔 이해가 안되는데 연기했다는 느낌이 아니라 이해하는 만큼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연기하는 게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기가 깊이와 넓이, 색깔, 빛깔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을 알게 됐어요. 내가 아니라 다른 배우가 빛깔을 가지고 있었다면 더 훌륭하게 표현할 수 있을텐데란 생각을 갖게 돼서 더 두려워진 것 같아요."

이하늬는 김지석과의 호흡에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하늬는 연산을 맡은 김지석과 호흡하며 겪었던 감정들을 인터뷰 장소에서 심도 있게 표출해 낼 만큼, 아직 작품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지석오빠와 연산이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었다. 눈을 보게 되면, 냉혈한 같은 뭔가가 있었어요. 처음에는 막내 동생같은 느낌이었다면, 끝으로 갈수록 모성애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처음엔 내가 우선이 되는 사람이었다면, 의리와 충성 모성애로 변해가는 저의 모습이 놀라웠어요. 연산을 두고 "너 무슨 일이 있을 거니까 임금처럼 하고 내려가. 나도 임금의 여자답게 죽을게"라고 말했던 장면에선 자식을 두고가는 어미같은 마음이 들었어요. 제 시야에 들어오는 연산에게도 그런 느낌이들었어요. '사랑하고 보고 싶을꺼야'가 아니라 '아이고 저걸 어쩌나' 이런 감정이 들어서 희안했어요. 갈수록 망가지는 연산의 모습도 보기가 안쓰러웠고, 지켜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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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늬 /사진=임성균 기자


이하늬는 배우가 상실감을 갖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배우란 직업에 관한 고충을 이야기했다. 이하늬는 배우란 직업이 영혼을 쪼개서 쓰는 직업인데도, 그에 대한 정신적인 노동에 대한 케어는 잘되고 있지 않는 것 같다며 고민들을 털어놓았다.

"작품을 쏟아내듯이 할 때 미로에 갇힌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이하늬가 뭘 좋아하지?'라는 것을 놓치고 일한 적이 있었죠. 배우가 상실감을 갖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것 같아요. 잘 비우고 잘 채워야 다른 캐릭터가 들어오죠. 영혼을 쪼개서 쓰는 직업인데, 정신적인 노동에 대해서는 잘 케어하지 않는 것 같아요. 충분한 자기 돌봄이 없으면 탄력을 잃어버린 고무줄처럼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에 대한 자각이 필요한 직업이죠. 작품이 끝나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취미를 빨리 찾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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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늬, 윤계상 /사진=스타뉴스


이하늬는 공개연인인 윤계상을 향해 '연기적인 든든한 멘토'라며 애정을 아끼지 않았다. 이하늬와 윤계상은 지난 2013년 2월 공식 열애 중임을 인정했고, 올해로 4년을 맞았다. 이하늬는 결혼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아직은 일을 더 해보고 싶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혼계획은 아직 없어요. 생각해보면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올때 받아들이려 해요. 뒤늦게 공부를 하려 해보니 안되더라고요. 나이가 들고 본업을 팽개치면서 공부를 할 수 없는 것처럼 결혼도 역시 그런 것 같아요. 일이 즐겁고 연기하면서 너무 좋다는 것을 느껴서 지금은 일을 해야 하는 타이밍인 것 같아요. 그는(윤계상) 저에게 연기적으로 든든한 멘토예요. 모니터를 해주는 신뢰하는 분이기 때문에 감사하게 생각하죠. 그런 이야기가 밑거름이 되기고 하고, 생각해봄직한 것들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보지 못한 관점들을 많이 보니까 그게 쌓이게 되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이하늬는 '역적'이란 작품이 인간 이하늬에게 많은 것들을 내려놓고, 배우로서의 중요한 포인트들을 배울 수 있는 작품이었다는 애정을 전했다.

"'역적'은 인간 이하늬로서 많은 것들을 내려놓게 하고, 배우로서 정말 중요한 포인트들을 배우게 했던 작품이었요. '밥 먹었어?'란 한 마디에도 '보고 싶었어. 사랑해. 난 널 미워해' 란 빛깔을 얹을 수 있다는 것에 눈을 뜨이게 한 작품이었어요. 마지막 장면에 '흥타령'을 부르면서도 음악적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했는데, 완전 감정으로만 한번 가보자는 감독님의 제안을 듣고 많이 고민했어요. '내가 실제 장녹수라면 잘 부르고 싶을까?' 먹먹해서 멈추고 지켜볼 수도 있고 그렇잖아요. 잘 부르려 했던 제 모습을 보면서 나를 감싸는 것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님이) 열어주시고 도와주셨기 때문에 그런 작품이 나온 것 같아요. 좋은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연기적으로 눈이 뜨이는 계기가 됐던 작품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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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름 | hans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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