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이 없는' 투수교체, 그래서 더욱 어렵다

김동영 기자 / 입력 : 2017.05.2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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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한화전 승리 후 임창용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는 김기태 감독.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야구에서 감독에게 가장 어려운 것을 꼽자면 무엇이 있을까? 여러가지가 있지만, 투수교체가 상위에 꼽힐 것 같다. 같은 날 미국과 한국에서 투수 교체와 관련해 묘한 상황이 발생했다.


2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의 펜웨이 파크에서 '2017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는 보스턴이 9-4로 승리했다.

사실 텍사스가 리드하고 있던 경기였다. 4회초 엘비스 앤드루스의 희생플라이와 5회초 마이크 나폴리의 솔로포, 조이 갈로의 적시타를 통해 6회까지 3-1로 앞서고 있었다.

모든 것이 7회 변했다. 선발 마틴 페레즈가 3-1로 앞선 7회말 1사까지 막았지만, 이후 안타 1개를 맞았다. 다음 트레비스 타석에서 초구가 볼이 들어갔다. 이때까지 투구수가 112구였다.


이때 제프 배니스터 감독이 마운드에 올랐다. 투구수를 감안하면 교체가 예상됐다. 하지만 배니스터 감독은 페레즈를 믿고 갔다. 문제는 결과다. 페레즈는 다시 안타를 맞았고, 1사 1,3루에 몰렸다. 끝내 배니스터 감독은 교체를 결정했다.

이어 올라온 샘 다이슨이 '와르르' 무너졌다. 안타-안타-볼넷-폭투-안타-2루타-볼넷-볼넷-희생플라이를 연이어 내줬고, 순식간에 스코어가 3-1에서 3-8이 됐다. 그리고 텍사스가 4-9로 패했다.

같은 날 한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KIA와 한화가 붙었다. KIA가 6-4로 승리하며 3연승을 내달렸다. 시즌 31승째다.

7회까지는 비교적 쉽게 갔다. 5회초 상대 실수를 틈타 2점을 뽑았고, 김민식의 2타점 적시타로 4점을 만들어냈다. 0-1에서 4-1로 뒤집은 것. 8회초에는 내야안타와 밀어내기 볼넷을 통해 6-1까지 달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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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레인저스 제프 배니스터 감독. /AFPBBNews=뉴스1





이후 잘 던지던 헥터가 8회말 다소간 흔들렸다. 2사 후 장민석에게 안타를, 송광민에게 볼넷을 내주며 2사 1,2루에 몰렸다. 이때 김기태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랐다.

투구수가 107개였다. 교체도 예상할 수 있었다. 김기태 감독의 선택은 그대로 헥터였다. 하지만 헥터는 다음 타자 김태균에게 좌월 3점포를 맞으면서 6-4로 쫓기게 됐다. 그리고 김기태 감독이 다시 올라왔고, 헥터 대신 김윤동을 올렸다.

김윤동은 추가 실점 없이 막아냈다. 로사리오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하주석을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으로 막고 이닝을 마쳤다. 9회말에는 이성열과 박상언을 모두 삼진으로 막고 투아웃을 잡았다.

여기서 KIA 벤치가 다시 움직였다. 김윤동을 내렸다. 투구수가 24개였기에 바꿀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이후다. 임창용이 앙성우와 정근우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한 것. 공 9개를 던졌는데, 볼이 8개였다.

그나마 임창용이 장민석을 삼진으로 처리하며 경기가 끝나기는 했지만, 순식간에 '끝내기 패배'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순간이기도 했다. 어쨌든 임창용은 세이브를 챙겼다.

보기에 따라서는, 김윤동으로 계속 갈 수도 있었다. 투구수가 적지는 않았지만, 지난 21일 이후 사흘 동안 휴식을 취한 후 마운드를 밟았기에 조금 더 가도 아주 큰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김기태 감독은 지난 19일 충격의 부진(⅓이닝 5실점)을 겪었던 임창용의 기를 살리는 쪽을 택했다. 그런데 자칫 또 한 번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뻔 했다.

배니스터 감독은 페레즈를 믿고 갔다. 김기태 감독도 헥터를 믿고 갔다. 하지만 둘 다 결과에서 다소간 아쉬움이 남았다. 여기에 김기태 감독은 더 밀고 갈수도 있는 상황에서 교체를 선택하기도 했다. 이 선택의 결과도 마냥 깔끔하지는 않았다.

정답은 없는 것이 투수교체다. 모든 것이 결과론일 수밖에 없다. 결국은 선택의 문제이며,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배니스터 감독은 2015년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던 감독이며, 김기태 감독도 리빌딩과 성적을 동시에 만들어낸 감독이다. 이런 감독들에게도 투수교체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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