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귓속말' 권율 "또 악역 선택? 단순 악인 아니라 끌려"

SBS 월화드라마 '귓속말' 강정일 역 권율 인터뷰

임주현 기자 / 입력 : 2017.05.25 14:16 / 조회 : 2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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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성균 기자


SBS 월화드라마 '귓속말'(극본 박경수 연출 이명우) 속 배우 권율(35)의 얼굴은 낯설었다. 권율은 '귓속말'에서 법률회사 태백 선임 변호사 강정일을 연기했다. 강정일은 온화한 미소 뒤에 뜨거운 야심을 감추고 있는 인물. 권율은 연인 최수연(박세영 분)의 배신과 아버지의 죽음을 겪고 복수를 향해 돌진하는 강정일을 통해 지금껏 보여주지 않았던 얼굴을 드러냈다.


케이블채널 tvN '싸우자 귀신아' 등에서 악역에 도전했던 권율은 이번 작품에서 대체불가 악인으로 거듭났다. 작품도 큰 사랑을 받았다. '귓속말'은 마지막 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인 20.3%(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으로 20%를 돌파하며 성공적으로 퇴장했다. 권율은 자신에 대한 호평보다 작품의 성공이 더 기쁘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호평은 감사하지만 작품이 잘되고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그건 부가적으로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20% 돌파했던 게 굉장히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이 커요. 모두 다 고생한 스태프, 감독, 배우들이 마음의 보상을 받지 않았나 싶어요."

'귓속말'은 캐릭터 간의 우위가 계속 변하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로 시선을 잡았다. 하지만 변화무쌍한 전개를 연기로 표현하기에는 어려움도 많았을 터다. 권율 역시 이 같은 전개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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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SBS



"사실 배우들도 대본을 받으면 '이랬구나' 이럴 정도로 대본이 너무 재밌었어요. 현장에서 흔히 말해서 쪼는 재미가 있었죠. 순간순간 두려울 때도 있었어요. 내가 방에서 땅을 치고 무너졌는데 다음엔 뻔뻔한 게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까 순간순간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그런 것에 집중하지 않고 매 신에 충실하면 자연스럽게 연결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현장에서 이명우 감독님이 코치를 잘해주셨어요. 감독님은 감정을 연결하려고 편차가 좁아지게 되면 반전의 묘미가 떨어질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걸 아셨지만 배우들이 답답해한 부분도 있었어요. 감정이 폭이 커야 하니까 연기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는 말을 감독님도 많이 들으셨고 저도 그렇게 말씀드린 적이 있었어요. 감독님이 매 신을 충실하게 표현하면 분명히 보일 테니 나를 믿고 충실히 해달라는 말을 하셨고 저는 신뢰하고 따랐죠."

권율은 '싸우자 귀신아', 영화 '사냥' 등에 이어 '귓속말'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이미지와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곱상한 외모와 부드러운 미소로 '밀크남'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던 권율은 악역의 매력에 푹 빠진 듯했다. 권율은 악인이라는 점이 아닌 복합적인 캐릭터를 보고 작품을 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실 제가 강정일이라는 캐릭터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악의 모습 때문이 아니었어요. 요즘 절대악이라는 느낌의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같은 악행을 하기 위해 태어난 캐릭터가 있는 반면 강정일 캐릭터는 평탄한 삶에서 갑자기 이동준(이상윤 분)이 나타나 제 삶의 많은 부분을 자극하고 흔들면서 자기 것을 지키기 위한 시작이 악행으로 보일 수 있는 행동이었던 것 같아요. 박경수 작가님이 하신 말씀 중에 절대악이나 절대선이 없다고 하셨어요. 그 말에 끌렸던 것 같아요. 강정일 캐릭터의 입체적인 부분을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사실 강정일 입장에서는 큰 사건이 많았어요. 제가 어찌 됐든 당시에 사랑하는 사람이었던 사람을 위해 누군가를 죽이게 됐고 그런 것들이 오해가 쌓이다보니 의도가 달라지게 됐어요. 강정일 시점에서 공격하는 상황들이 발생했고 아버지가 죽는 사건을 겪게 됐어요. 단순하게 강정일이라는 친구가 악을 저지르려고 시작한 게 아닌 강정일 시점에서 악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믿고 접근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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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성균 기자


권율에 대한 반응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귓속말' 마지막 회에서 모든 것을 잃은 강정일이 교도소에서 팔굽혀펴기를 하는 장면은 그의 재기를 암시했다. 시즌2에서 강정일의 반격을 다루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 악역으로서 얼마나 사랑받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권율은 팔굽혀펴기를 하는 신이 복수를 준비하려는 마음을 투영된 것은 아니라고 바로잡았다.

"반성을 했다 안 했다고 보기보다는 다음의 삶을 도모하고 자신의 삶을 끝까지 스스로 지켜내려고 하는 의지의 표현이었다고 생각해요. 아직도 자신의 행위를 뻔뻔하게 인정하지 않고 복수의 칼을 가는 표현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강정일은 10년형을 받고 나가서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지 준비를 하고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잃지 않고 싶었던 부분의 표현이었어요. '아직까지 정신 못 차렸네'라는 느낌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법무법인 보국을 세울 수도 있고 새로운 자신의 삶을 쭉 자포자기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기 위한 노력이었던 것 같아요. 반성을 다 한 상태죠."

권율은 이번 작품에서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만큼 권율이 그동안 보여줬던 인물 중에서 큰 존재감을 드러냈다. 모든 작품, 캐릭터가 소중하다는 권율은 인생 캐릭터가 아닌 가장 고마운 캐릭터로 영화 '명량'의 이회를 꼽았다. 당시 권율은 이순신 장군(최민식 분)의 아들 이회를 연기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저는 하나하나 감사한 작업들이 많아요.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명량'에서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고 절 대중들에게 알려줬던 계기가 됐던 작품이었어요. 너무나 통속적인 얘기지만 디딤돌이 된 작업이라고 지금까지 가장 감사한 작업이었어요. 인생 캐릭터보다는 인생에서 가장 고마운 캐릭터 같아요."

지난 2007년 SBS '달려라! 고등어'로 데뷔한 권율은 '명량'이 개봉하기까지 꽤 긴 시간 동안 대중의 관심과 멀어져 있었다. 권율은 자신에 대한 믿음 하나로 그 기간을 버틸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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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성균 기자


"일이 선택되는 직업이라 선택되지 않았던 부침의 시간들이 있었어요. 하나 잃고 싶지 않았던 건 '나는 언젠가 꼭 좋은 배우가 될 거야'라는 것에 대해 의심한 적이 없었어요. 타이밍이 오지 않았고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스스로를 의심하다거나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끝없이 무너질 것 같았어요. 저를 한 번도 의심하지 않으려고 했던 게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할 수 없는 힘든 20대 중후반의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나의 연기를 많은 사람들이 봐주는 시기가 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분명 그 시간이 올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 시간을 보냈어요."

권율은 누구보다 값진 전성기를 이뤄냈기에 포부 역시 다른 이들과는 조금 달랐다. 권율은 자신이 어떻게 임하느냐에 따라 꿈의 크기가 달라지고 있다고 표현했다. 늘 최선을 다한다는 그의 꿈이 얼마만큼의 무게를 가지게 될지 기대된다.

"배우로서 늘 목에 칼이 들어왔다는 심정으로 하고 있어요. 결과물을 의식하려 하지 않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제 꿈은 계속 변하는 것 같아요. 오늘의 할 일, 연기를 대충 하면 거기에 맞는 꿈이 형성되는 것 같아요. 절실함에 따른 비례의 법칙은 아니지만 늘 기도하고 절실히 하는 만큼 분명히 목표와 꿈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해요. 너무 의식하다 보면 결과물을 좇게 되는 사람이 되면 힘들어지더라고요. 저에게 주어진 것에 늘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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