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 "연기 고민, 머리털 뜯는 스트레스 올때도"(인터뷰)

영화 '대립군'의 이정재 인터뷰

이경호 기자 / 입력 : 2017.05.24 08:40 / 조회 :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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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정재/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


배우 생활 20년이 넘었지만 매 작품마다 다르게 연기를 해야 하는 것을 숙제로 삼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이정재(45)다.

이정재는 오는 31일 개봉할 영화 '대립군'(代立軍. 감독 정윤철)로 관객들과 만난다. 그가 출연한 '대립군'은 1592년 임진왜란, 명나라로 피란한 임금 선조를 대신해 임시조정 분조를 이끌게 된 세자 광해(여진구 분)와 생존을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던 대립군이 참혹한 전쟁에 맞서 운명을 함께 하는 팩션 사극이다.

이번 작품에서 이정재는 상황에 따른 빠른 대처 능력, 동료들에게 신망을 얻고 있는 대립군 수장 토우 역을 맡았다. 이 캐릭터를 통해 이정재는 처절함, 민초들의 애환 등 당시 최하층민이 느꼈을 법한 감정을 표현해냈다.

'관상'에서 수양대군 역을 맡아 강렬한 카리스마를 뽐낸 이정재와는 확연히 달랐고, 보는 재미가 있다. 이에 이정재는 외모부터 연기 톤까지 수없이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시나리오 받고, 이거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죠. (토우는) 누가 봐도 산사람 같이 보여야 했어요. 어떻게 자연스럽게 외모를 구현해 낼까라는 게 첫 번째 숙제였죠. 분장, 헤어, 의상, 소품 등 테스트를 오랫동안 많이 했어요. 상처 분장도 많이 했고, 수염도 다양하게 많이 해봤어요. 말투 고민도 많이 했는데, 조금만 잘못 잡으면 '마님~'이라고 하는 돌쇠 같았어요. 거기서 조금 빠져나오면 수양대군 같더라고요. 이 경계선이 되게 어려웠었죠."

'관상'에서 수양대군에 대한 이미지가 워낙 강했던 만큼 이정재로서도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래서 이 배우는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로 연기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다고 털어놨다.

"전작 캐릭터에서 최대한 벗어나려고 끊임없이 노력해요. 그게 제 직업의 숙제죠. 하다보면 잘 안 될 때는 머리털 쥐어 뜯는 스트레스가 오기도 해요. 하지만 그게 즐거움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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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정재/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


'대립군'은 유독 산이 많이 등장한다. 극 중 광해와 대립군이 왜군의 추적을 피해 산행을 감행하기 때문. 가파른 산세, 절벽은 보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은 촬영이었음을 알게 했다. 이정재 또한 산에서의 촬영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산에서 촬영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었죠.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촬영 장소까지 차가 들어가지 못한 것이었어요. 산림청에서 꼭 필요한 스태프 차량, 발전차, 미술 소품차 각 한 대씩만 들어갈 수 있게 했어요. 당연한 일인데, 예상을 못했죠. 심지어 밥차도 못 올라갔어요. 그래서 배우, 스태프 대부분이 주먹밥이나 김밥을 싸서 가야 했죠. 도시락도 있었는데 그게 한 두 개도 아니라 산에 가지고 올라가는 게 쉽지 않았죠. 또 먹고 나면 용기도 다 모아야 되잖아요."

이번 영화에서 이정재는 연기적으로 많은 것을 보여준다. 울분을 억누르는 대사, 스쳐지나가는 눈 떨림으로 표현한 두려움 등 여러 감정연기를 소화했다. 뿐만 아니라 화려하지 않지만, 거칠고 처절했던 이정재의 액션 연기도 볼거리다. 부상이 걱정될 정도였다.

"(액션 연기할 때) 과잉 행동이 간혹 나와요. 그러다 사고로 이어지기도 하죠. 그런 것들이 상대방과 할 때 절대 하면 안되요. 제가 흥분하면 상대도 흥분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그런 연기는 자제하죠. 아, 물론 혼자 하는 액션신은 조금 과장해서 하기도 하죠. 이번에는 조심해서 한다고 했는데, 갈비뼈를 부딪혔어요. 부러진 줄 알았는데, 시간이 좀 지나니까 괜찮더라고요. 스태프들은 병원에 가라고 했는데, 산에서 내려오는데 2시간 걸리는데 어딜 가나 싶어서, 그냥 찍었죠. 저 말고도 무술팀이 고생을 많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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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정재/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


이렇듯 고난의 연속이었던 '대립군'의 촬영, 심지어 고생을 예상까지 했던 이정재가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조금 남달랐다.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다' '연기 변신을 할 수 있어서'가 아니었다.

"저를 포함한 우리가 겪고 있는, 같이 풀어야 하는, 고민해야 할 일들이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잘 표현돼 있었어요. 이건 되게 희한한 거죠. 공감할 게 많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거죠."

그가 말한 '공감'이란 것은 정치적인 이야기와 떼려야 뗄 수 없다. 그 또한 "아니다"라고 말하지 않지만 영화를 정치와 연관시키는 것은 상당히 조심스러워 했다.

"'대립군' 홍보가 '지금 시국과 너무 닮지 않았습니까'라고 외치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부담스러워요. 영화 안에 영화적인 이야기, 재미가 있어요. 때문에 저는 영화 안에서만 이야기하고 싶어요."

이정재는 '대립군'에서 백성을 왕이 돼 가는 광해의 모습, 그 과정을 통해 이 시대의 정치를 연상하는 것은 순전히 관객의 몫이라고 했다.

'대립군'에서 광해는 사실 왕의 자리를 거부했다. 심지어 자신의 숨통을 조여오는 여러 상황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는 유약한 왕세자. 그러나 위기를 딛고, 백성들을 통해 왕의 자질을 드러낸다. 이를 두고 이정재는 "민초들이 왕을 세웠다"고 말했다.

"영화는 분명히, 정말 민초가 왕을 세웠다는 내용이 담겼어요. 100%죠. '대립군'에서 대립이란 단어만 보면 왕과 민초의 대립(對立)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건 아니라고 봐요."

정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사뭇 진지해진 이정재였지만 이번 작품에서 함께 호흡한 여진구 김무열과 호흡은 어땠는지 묻자 표정이 환하게 바뀌었다. 후배 배우들에 칭찬 릴레이를 시작했다.

"여진구는 촬영장에서 일하는 자세가 아주 진중했어요. 그 나이대(20대)면 호기심도 많고, 선배들에게 묻고 싶은 것도, 연기 외에 생활적인 것까지 여러가지 궁금한 게 많을 텐데 그렇지 않았어요. 자기가 해야 할 대본, 캐릭터를 떠나서 한 대화가 별로 없었죠. 본인 감정을 유지하려는 모습이면 본받아야 할 동료 배우 중 한 명이죠. 김무열은 섬세한 배우였어요. 반면 남성적이기도 했고요. 동료들하고 잘 지내고, 사람 성품도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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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정재/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


배우로 20년 넘게 생활하고 있는 이정재지만 지난해 정우성과 함께 매니지먼트 회사 아티스트컴퍼니를 설립, 연예 사업가의 길도 걷고 있다. 그는 동료이자 절친한 친구 정우성과 공동으로 매니지먼트 사업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저희가 아직도 서로를 아껴주고 위해 주는,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죠"라고 했다. 변함없는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

어느덧 40대 중반이 된 이정재. 아직 미혼인 그는 결혼에 대해 이야기하자 너털웃음을 지었다.

"(결혼할) 나이가 많이 지나서, 이제는 좀 생각이 없어요. 결혼 생각을 오랜만에 해보네요."

배우로 연기에 대한 고민을 숙제로 안고 지내면서, 그것을 즐기는 이정재. '대립군'을 통해 대중에 그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캐릭터로 대중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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