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욕'과 '치욕'의 김성근, 아쉬운 한화의 이별 방식

김우종 기자 / 입력 : 2017.05.2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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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전 한화 이글스 감독.





"지금 점수가 몇 대 몇인가. 8점? 많이 따라붙었네. 내일 선발 투수로는 누가 나오려나…" - 23일 늦은 밤, 김성근 전 감독


이제 김성근 감독은 더 이상 한화 더그아웃에 없다. 그래도 김성근 감독의 마음은 여전히 한화 선수들 그리고 팀에 있는 듯했다.

한화는 23일 대전 KIA전이 끝난 뒤 "김성근 감독의 사의를 받아들이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한화와 김성근 감독의 이별 방식, 그리고 시점에 대해 많은 말들이 나오고 있다.

먼저 왜 경기가 없었던 22일(월요일)이 아닌 하필 23일 경기를 앞둔 시점에 발표를 해야만 했던 것일까. 또 서로의 이별 방식이다. 23일 한화 임헌린 홍보팀장이 밝힌 바에 따르면 21일 삼성전을 마친 뒤 석장현 운영팀장이 감독실을 찾았다.


당초 이날 김 감독은 경기 후 추가 훈련을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박종훈 단장은 석 팀장을 통해 '훈련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석 팀장은 최근 1군에 정식 등록이 안 된 일부 퓨처스리그 선수들(내야수 김주현, 외야수 박준혁)의 야간 타격 훈련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당초 1군 선수단 관리는 김성근 감독의 몫이었다. 하지만 프런트가 훈련도 못하게 한다고 판단한 김성근 감독은 "이런 식이라면 내가 여기 있을 이유가 없다"고 반발했다. 이것을 구단 입장에서는 '사의 표명'으로 받아들였다. 이후 김 감독은 1군 코치들에게 "22일부터 구장에 안 나가겠다"고 했다. 한화 그룹 쪽에도 전화를 통해 본인의 의사를 전했다.

한화 구단은 23일 오후 3시께 "김성근 감독이 구단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이어 "구단은 현재 감독의 사의 표명에 대한 수용 여부를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2시 23분께 김성근 감독이 전격 경질될 거라는 본지의 첫 보도가 나온 상황이었다. 하지만 구단 홍보를 맡고 있는 한화 홍보팀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었다. 한 관계자는 "감독님이 지금 구장에 나와 계신 걸로 아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가. 전체 미팅까지 했다"고 되물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날 경기장에 나가지 않았다고 했다. 선수단과 제대로 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김 감독은 팀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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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 캠프에서 한화 박종훈 단장(가운데)이 선수들의 훈련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4월, 한화 감독실 안에서 두 남자가 언쟁을 벌이고 있었다.

한화 감독실에는 김성근 감독이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박종훈 단장이 감독실 안으로 들어왔다. 당시 둘은 2군에 있는 투수들의 1군 훈련 참가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던 중이었다.

둘의 감정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다. 서로 언성을 높이던 중, 김성근(75) 감독이 박종훈(58) 단장을 향해 "XX야 그만하자. 나가라"고 말했다. 그러자 박 단장은 "XX요? 지금 저보고 XX라고 했지요?"라며 김 감독을 향해 점점 다가왔다. 김 감독은 주먹을 불끈불끈 쥐며 "우씨, 우씨" 했고, 이에 박 단장은 "왜요. 때리시게요?"라며 맞받아쳤다. 김 감독이 '그만하고 나가라'고 하자 박 단장은 "여긴 한화 이글스 구단의 감독실입니다. 제가 왜 나갑니까"라며 버텼다고 한다.

둘의 불통이 극에 달하자 선수단 및 구단 내부가 술렁거렸다. 선수들은 구단 책임자들 간의 다툼 속에서 눈치만 계속 살피기에 급급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야구가 제대로 될 리 만무했다.

한화 그룹의 사훈은 '신용과 의리'다. 지난해 11월 3일, 한화는 고심 끝에 김성근 감독의 계약기간이 1년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유임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그러면서 박종훈 당시 고양다이노스 본부장을 단장으로 임명했다. 당시 구단은 "박 단장이 구단 운영 전반을 맡고, 김 감독은 1군 현장 경기 운용만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어차피 이렇게 끝날 바야 차라리 지난해 시즌 종료 후 헤어지는 게 나았을 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임 발표 이후 김 감독은 권한이 대폭 축소되는 수모를 안은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팀, 그리고 선수들만 바라봤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김 감독은 박 단장과 연신 충돌했다. 비슷한 시기에 한화 구단이 김 감독의 자진 사퇴를 사실상 종용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끝내 김 감독이 팀을 떠나면서, 결국 '제자'인 박종훈 단장이 '스승'인 김성근 감독을 몰아내는 모양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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