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th칸 중간결산]'옥자' 또 '옥자', 칸을 흔들다①

[제70회 칸영화제 중간결산]

칸(프랑스)=김현록 기자 / 입력 : 2017.05.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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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BBNews=뉴스1


제 70회 칸국제영화제의 초반은 '옥자' 또 '옥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7일(한국시간) 칸국제영화제 개막 이후 '옥자'는 내내 뜨거운 논란과 사건사고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노이즈 마케팅의 의심스러울 만큼 매일매일 영화제 관련 뉴스 첫머리를 장식하다시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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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타뉴스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영화 최초로 칸영화제의 경쟁부문 문턱을 넘은 '옥자'는 초청 당시부터 주목 대상이었다. 넷플릭스는 노아 바움백 감독의 '더 메예로위츠 스토리스'와 함께 2편을 한꺼번에 경쟁부문에 진출시키는 저력을 과시했다. 보수적인 칸영화제가 영화를 보는 플랫폼이 점차 확대되는 시대적 변화를 온 몸으로 수용했다는 평이 잇따랐다. 그러나 프랑스 국내법을 근거로 극장이 반발했다. 심지어 초청이 번복될 것이란 루머까지 돌았다. 칸영화제는 부랴부랴 사실이 아니라며 이를 수습하고, 내년부터는 프랑스 극장 개봉작만 칸 경쟁부분에 올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신설하기까지 했다. 이는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정의부터 다양한 논의를 불러왔다.

당연히 이 이슈는 칸 영화제 개막 초반을 장식했다. 기름에 불을 부은 것은 지난 17일 개막 기자회견에 나선 심사위원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발언이었다. 그는 "극장에서 볼 수 없는 영화에 황금종려상이 돌아가면 거대한 모순이 될 것"이라며 "황금종려상이나 다른 영화상을 수상한 작품을 대형 스크린에서 볼수 없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소신 발언이었지만 '옥자' 등에 대한 수상 배제 방침으로 받아들일 만한 발언이기도 했다. 결국 윌 스미스가 "넷플릭스가 우리 아이들의 영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크게 넓혀줬다"면서 반박에 나섰고, 칸 심사위원 간의 설전은 각종 매체에서 대서특필됐다. '옥자'에 출연한 틸다 스윈튼은 "즐거운 축제에 초대돼 온 사람들에게 찬물을 끼얹는 행동이었다"고 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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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BBNews=뉴스1



논란이 부담스러웠던지 페드로 알모도바르 심사위원장은 이후 인터뷰에서 한발 물러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오해"가 있었다며 "나뿐만 아니라 심사위원 모두 넷플릭스 영화와 나머지 영화들을 차이없이 심사할 것이다. 우리는 영화제가 선정한 영화들의 예술적인 측면만을 평가한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도리어 가장 여유로운 반응을 보인 건 '옥자'를 연출한 봉준호 감독이었다. 봉준호 감독은 한국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그 분이 어떤 말씀을 하셔도 좋다. 그 분이 '옥자'를 본다는 것 자체가 흥분된다"고 털어놨다. 해명성 인터뷰에 대해서도 "심사위원장이라는 위치의 부담감 때문에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다"며 "굳이 저와 바움백 감독을 두고 말씀하신 게 아니라 여전히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최고의 관람행위라는 말씀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 마음은 저도 감독으로서 십분 이해가 된다"고 두둔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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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단 제시카 차스테인, 윌 스미스, 페드로 알모도바르, 박찬욱, 판빙빙 /AFPBBNews=뉴스1


그러나 '옥자'의 논란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지난 19일 오전 진행된 기자시사회, '옥자'가 세상에 처음 공개되는 자리 또한 쉬 넘어가지지 않았다. 상영이 시작되고 넷플릭스의 빨간 로고가 뤼미에르 극장의 스크린에 뜨자 야유와 박수가 동시에 쏟아졌다. 하루 전 아마존의 '원더스트럭'이 상영될 당시에도 야유가 나왔던 터다. 극장 일변도에서 벗어난 영화계의 새 주자들에 대한 반감이 느껴지는 제스처다. 넷플릭스의 '옥자' 또한 거기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여기에 영사사고가 더해졌다. 검은 장막이 스크린 윗부분을 일부 가려놓은 상태로 상영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 광경을 바로 앞에서 목격한 뤼미에르 극장 2층의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박수와 야유를 보냈고 결국 '옥자'는 8분 만에 상영이 중단됐다가 10분이 지나서야 겨우 다시 상영을 재개할 수 있었다. 칸영화제는 기술 스태프의 실수로 영사사고가 있었다며 넷플릭스와 봉준호 감독 등 '옥자' 측에 공식 사과하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상영중단 소동에 대해 "영화제에서 자주 있는 일이다. 대수로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덕분에 관객들이 오프닝 시퀀스를 2번 보게 돼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다행이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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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BBNews=뉴스1


'옥자'가 진짜 베일을 벗은 이후에는 엇갈린 반응이 쏟아져나왔다. 공개된 '옥자'는 100% CG로 만들어진 거대동물을 등장시킨 크리처물이자 가족같은 친구 '옥자'를 구하려는 소녀의 모험담을 담은 영화고, 봉준호 감독 특유의 유머와 냉소, 여기에 공장형 축산으로 대변되는 자본주의의 이면에 대한 비판의식이 가득 담긴 작품이었다. 대중영화로서의 재미와 날선 면모 또한 함께 발견할 수 있었다.

공개 이후 SNS의 반응은 후끈했다. 버라이어티가 트위터 반응을 기사화하면서 일찌감치 수상권이 예측된다고 기사를 썼을 정도다. 하지만 별을 하나도 주지 않는 '나쁨'부터 만점에 해당하는 별 4개까지, 현지 데일리는 제각각 평가를 내놨고, 결국 평점은 2.0(르 필름 프랑세즈), 2.3(스크린데일리)라는 중간 수준에 머물렀다. 안서현은 "'옥자'에 대한 평이 엇갈려도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같은 빅스타에 맞서 돋보이는 연기를 펼쳤다는 데 모두가 동의할 것"이라는 현지 데일리의 칭찬을 받으며 또한 주목받았다.

이제 남은 칸영화제 후반부는 과연 '옥자'가 칸에서 수상할 수 있느냐로 관심이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물론 만만찮은 경쟁자들이 즐비하다. 황금종려상만 2번에다 빈 손으로 돌아간 적이 없다는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해피엔드'는 가장 주복받는 황금종려상 후보작. 오는 22일 첫 공개되는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 권해호의 신작 '그 후' 또한 뜨거은 관심을 받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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