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 봅시다, 이 다음을" 75살 변희봉의 다짐

[칸에서 쓴 록기자의 사심집합소]

칸(프랑스)=김현록 기자 / 입력 : 2017.05.22 08:20 / 조회 : 2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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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변희봉 / 사진제공=넷플릭스


일흔다섯, 노배우의 칸 입성기가 지켜보는 이들에게 뭉클한 감격을 안겼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옥자'의 배우 변희봉(75). '플란다즈의 개'부터 '살인의 추억', '괴물', 그리고 '옥자'까지 봉준호 감독의 영화 4편에 출연한 그는 이번 '옥자'로 생애 처음 칸의 레드카펫을 밟았습니다.

'옥자'의 레드카펫이 진행된 다음날인 20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칸 칼튼호텔에서는 '옥자'의 한국 기자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멋진 슈트 차림으로 간담회에 나선 변희봉은 첫 칸 입성의 소감을 묻는 질문에 "어제 공식 상영회 때는 전혀 떨리지 않았는데 오늘은 왠지 가슴이 떨리고 불안하다. 나는 그동안 인터뷰 기회가 별로 없었던 사람이라 할 말이 없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칸영화제에 오는 것은 배우로서는 로망이다.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다. 배우로 오래 일했지만 칸에 온다는 생각은 꿈도 못 꿔봤다. 꼭 벼락맞은 것 같았다. 마치 70도 기운 고목나무에 꽃이 핀 기분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넷플릭스와 플랜 B 엔터테인먼트에 고맙다는 말도 전하고 싶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봉준호 감독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겸손하기 이를 데 없는 일흔다섯 배우의 인사에 그만 마음이 숙연해 졌습니다. 하지만 농담도 잊지 않았습니다. 왜 자신이 캐스팅된 것 같냐는 질문에 변희봉은 답했습니다. "돼지를 키워본 적이 있어서." 곁에서 내내 하트 눈빛을 보내던 봉준호 감독도 빵 폭소가 터졌습니다.

'옥자' 속 디테일이 살아있는 산골 노인의 모습에 완전히 녹아들어간 그는 참 보고 또 봐도 대단합니다. 처음 '플란다즈의 개'에 변희봉을 캐스팅하며 탐탁지 않아하던 변희봉을 캐스팅하기 위해 어린시절부터 봐온 그의 작품들을 줄줄 읖어가며 공을 들였다는 봉준호 감독은 그를 금맥에 비유했습니다. 캐도 캐도 또 노다지가 나오는, 매장량이 어마어마한 금맥. 이전 작품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옥자'를 보신 분이라면 고개를 끄덕이실 겁니다.

칸은 그에게 또 다른 열정을 전해준 것 같습니다. 레드카펫이 그렇게 긴 줄 몰라 빨리 끝났으면 하는 동안 온갖 생각이 왔다갔다 하더라며 변희봉은 말했습니다.

"내 머릿속에 가장 오래 남은 건 '난 다 저물었다고 생각했는데 미래의 문이 열리는 것 같다'는 기대감이 생겼습니다. 힘과 용기가 생겼달까. 두고 봅시다. 이 다음에 뭐를 보여줄지. 죽는 날까지 연기하겠습니다."

간담회장에서는 박수와 와 하는 함성이 동시에 터져나왔습니다. 존경과 응원, 감탄을 담은 반응이었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슈트를 멋지게 차려입은 변희봉에게 '킹스맨' 콜린 퍼스의 상사 같다고 이야기했더랍니다. (진심이라고 했습니다!) 그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어마어마한 매장량을 믿어 의심치 않는 배우의 또 다른 변신을, 또 다른 모습을 저 역시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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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영화대중문화 유닛 김현록 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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