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변성현 감독, 치기는 논해도 낙인은 말아야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7.05.19 11:20 / 조회 : 2093
image
불한당 포스터, 변성현 감독/사진=임성균 기자

치기는 논해도 낙인은 찍지 말았으면 합니다.

'불한당' 변성현 감독 이야기입니다. 그가 SNS에 올린 글들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일부만 따서 외부로 돌려지고 있습니다. "데이트 전에는 홍어 먹어라 향에 취할 것이다", "심상정이랑 유승민 빼고 걍 다 사퇴해라", "문이랑 안은 손잡고 자격미달을 이유로 사퇴해라", "대선 때문에 홍보가 되질 않는다 대선을 미뤄라 나도 니네만큼 준비 오래했다" 등등의 글들입니다. 리트윗한 글도 논란을 자초했습니다. "재호 무릎 위에 앉은 현수 보고 싶다" 등등의 글입니다. 재호는 '불한당'에서 설경구 역, 현수는 임시완이 맡은 역입니다.

많은 네티즌이 '홍어'라는 표현, 또 리트윗한 글들로 그를 일베로 낙인 찍고 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변성현 감독은 SNS에 "아무 생각 없이 적었던 저속한 발언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모든 분들께 사죄드립니다"라는 사과 글을 올렸습니다. "SNS가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라 생각해 썼던 생각없는 말들이 많은 분에게 피해를 입혔다"며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적었습니다. "염치없지만 영화 '불한당'은 제 개인의 영화가 아니라 수백명의 땀과 노력의 결정체"라며 "이 영화가 저의 부족함 때문에 온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도 적었습니다.

경솔했습니다. 38살 감독으로 치기 어린 표현들도 많습니다. 그렇다고 그를 일베라는 낙인을 찍을 이유는 없습니다. "홍어"라는 표현을 놓고 말이 많습니다. 극우 지역감정 여성혐오 조장사이트 일베에서 전라도 사람들을 지칭하는 표현이죠.

변성현 감독은 그 스스로도 밝혔듯이 전라도 사람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부모님이 전주 출신이고, 그는 서울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그는 기자에게 스스로를 전라도 사람이라고 정체성을 규정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친구들과 홍어에 막걸리를 먹는다는 말도 했습니다. '불한당'이 칸영화제에 간다는 소식도 친구들과 홍어를 먹다가 들었답니다. 그러니 그에게 홍어는 전라도 사람을 비하하는 표현이라기보단, 치기 어린 표현일 것입니다.

인터뷰에 옮기지는 않았지만 변성현 감독은 자신의 정치성향을 굳이 분류하자면 왼쪽이라고 했습니다. SNS에 남긴 글들 중 상당수가 지난 대선 당시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지지하면서 남긴 것들이었습니다. 심상정 후보 지지율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지지율보다 낮은 것에 대한 안타까움의 토로였습니다. 경솔한 표현들이지만, 그의 정치 정체성은 일베와 거리가 멉니다.

변 감독은 "궁둥이 큰 여자치고 성격 나쁜 애가 없다"는 글을 리트윗했습니다. 그러니 정치 정체성은 진보라도 "니네 안의 일베"라는 욕을 먹어도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그의 철 없음을 옹호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래도 그가 차기작으로 1970년대 DJ와 박정희 대통령의 대선 이야기를 준비 중이라고 한 데 대해선 해명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베가 준비 중인 DJ 대선 이야기라니 뻔하다는 반응들이 많으니깐요.

이제 두 번째 연출작이 상영 중인데 차기작 이야기를 길게 소개하는 건 아닌 것 같아 옮기지 않은 말들을 전합니다. 변성현 감독은 차기작에서 두 가지를 짚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당시 대선으로 어떻게 지역감정이 탄생했는지가 하나 였습니다. 또 하나는 민주화 세력이라지만 당내 경선 과정에서 가히 깨끗하지 않았던 온갖 모략들을 그려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DJ의 참모들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라고 했죠. 진보라는 프레임 속에 감춰진 이야기들을 그려내 공도 과도 다 같이 살폈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적어도 일베가 만들 만한 영화를 구상하는 건 아닙니다.

변성현 감독이 자신의 영화 '불한당'을 칸에서 보고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는 글과 재호와 현수 관계를 동성애처럼 생각한 글을 리트윗한 건, 이해할 만 합니다.

징글징글할 정도로 '불한당'을 많이 봤으니, 모든 영광이든, 모든 추억이든, 모든 상처든, 이제는 이별을 해야 할 때라는 게 그의 심정일 것입니다. 또 변 감독은 수차례 '불한당'을 멜로영화라고 했습니다. 촬영 때부터 설경구에게 멜로영화라고 늘 인식시켰다고 말해 왔습니다. 그는 '불한당'이 '첩혈쌍웅'처럼 남자들의 멜로영화인 동시에 여러 결로 해석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니 그가 다양한 관객들의 반응을, 더러는 그가 의도한 반응을, 주의 깊게 살핀 것도 납득이 갑니다.

'불한당'이 퐁당퐁당 연휴인 5월2일 언론시사회를 한 탓에 영화 만듦새에 비해 썩 알려지지 않았으니 그의 조바심를 낼 만도 했습니다. 경솔했지만, 솔직한 표현이기도 합니다. 자기 영화를 사랑하지 않는 감독은 없겠죠.

그의 치기에 대한 비난은 적절합니다. 낙인까진 아닙니다. 그의 치기 탓에 '불한당'을 보기 싫다고 하는 것도, 보는 이의 선택이니 존중받아 마땅합니다. 그래도 아쉽습니다. '불한당'은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손꼽을 만한 수작입니다. 뻔한 언더커버 소재를, 다르게 그려냈습니다. 간만에 한국영화 다운 한국영화란 표현이 걸맞은 작품입니다. '불한당'이 칸국제영화제에서 초청한 것도 수긍 됩니다.

변성현 감독의 경솔함으로, 모처럼 등장한 괜찮은 한국영화가 외면받지 않았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라인
  • 웨이보
  • 프린트
  • 이메일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