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산파 김지석 칸서 별세..그의 빈자리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7.05.19 10:23 / 조회 : 3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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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지석 부산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사진=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영화를 사랑하던 이가 영화축제에서 하늘로 돌아갔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산파이자 오늘을 있게 한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가 칸국제영화제 참석 중 18일 심장마비로 별세했습니다. 향년 57세. 황망합니다. 너무나 황망합니다.

고인은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등과 부산에서 국제영화제를 만들자고 의기투합해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출범시켰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영광과 고난, 위기를 다 거쳐온 산 증인입니다.

2014년 '다이빙벨' 사태 이후 부산국제영화제 정상화를 위해 밤잠을 아끼며 애썼습니다. 예산이 줄고, 정상 개최마저 불투명하던 시절 고인의 세계 영화 인맥으로 가까스로 해외 영화들을 수급했습니다. 해외 영화인들의 부산국제영화제 지지 발언을 이끌어내는 것도 그의 공이 컸습니다.

'다이빙벨' 사태 이후, 곁에서 지켜본 그는 참 외로웠습니다. 웃고 울며 같이 영화제를 이끌었던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과 전양준 부집행위원장이, 불명예스럽게 떠나는 모습도 지켜봐야 했습니다. 그 와중에 서운한 마음도, 섭섭한 마음도, 아픈 마음도 많았더랬습니다. 무엇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지키는 방식인가를 놓고 마음들이 갈라섰으니깐요.

김동호 이사장이 다시 부산국제영화제에 돌아오고 겉으로는 정상화가 된 것처럼 보였지만, 갈등 봉합은 말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고인은 그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마음을 기댈 사람으로, 더러는 욕을 들어줘야 할 사람으로, 때로는 욕을 먹어야 할 사람으로, 묵묵히 자리를 지켰습니다.

그런 탓일까요? 그는 평소 심장에 고통을 호소하곤 했습니다. 지난 16일 칸에 도착한 뒤에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도 찾았답니다.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듣고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사람들은 울고 있었습니다. 현지에서 그의 주검을 발견한 사람들도, 새벽에 그의 부음을 한국에서 전해 들은 사람들도, 모두 울고 있었습니다.

김지석 프로그래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진 19일은 이용관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의 2심 공판이 열리는 날이기도 합니다. 그는 횡령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됐습니다. 감사원 감사와 부산시 감사, 그리고 기소에 이은 공판 과정을 살피면 블랙리스트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1심 선고 이후 박근혜 정부가 부산국제영화제에 조직적인 탄압을 했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기도 했죠.

부산국제영화제를 탄생시킨 일등공신인 두 사람이, 한 명은 이역만리에서 부음을 전하고, 한 명은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며 외롭게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용관 전 위원장은 새벽 4시에 고인의 소식을 접했답니다. 아직 소식을 모르는 유족들에게 어떻게 알려야 할지 뜬눈으로 지새웠답니다. 마음이 참 아픕니다.

고인을 오래 지켜봤지만, 그는 한결같은 사람입니다. 영화 외골수입니다. 만나도 영화 이야기와 부산영화제 이야기만 했습니다. 선비 같은 사람이기도 합니다. 영화 서생입니다. 정치적인 다툼, 이해 타산, 이런 것들과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래서 힘들기도 했죠. 여러 사람들이 그를 "김 선생님"이라고 불렀습니다. 선생님이란 단어가 주는 뜻이 온전한 사람이었습니다.

'다이빙벨' 사태 이후 부산국제영화제는 많은 걸 잃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떠났습니다. 누구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누구는 짐을 짊어지고, 누구는 예산이 줄어서 떠나야 했습니다. 아시아 최고 영화제란 위상도 많이 흔들렸습니다. 한국영화계의 보이콧 사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고인은 그런 와중에도 중심을 지켰습니다. 마음의 기둥 역할을 했습니다. 김지석이 없는 부산국제영화제. 빈자리가 너무 큽니다. 사람이 빈 자리는 사람이 채우는 법이라지만, 그의 빈 자리를 채우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부산에서 영화축제를 만든 주역이 세계 영화축제인 칸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영화는 그의 운명이었던 같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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