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강정호+마르테 도핑+타이욘 고환암..아! 피츠버그

장윤호 기자 / 입력 : 2017.05.19 08:23 / 조회 : 1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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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사진=뉴스1

피츠버그 파이리츠에게 2017년이 악몽의 시즌으로 치닫고 있다.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스몰마켓 구단으로 경쟁팀들에 비해 저예산으로 살림을 꾸려가야 하는 처지지만 전향적이고 창의적인 구단운영으로 최근 수년간 계속 상위권을 유지하며 선전하던 피츠버그가 올해는 잇달아 필드 밖에서 터져 나온 전혀 예상치 못했던 악재들을 만나면서 만신창이가 된 모습이다.

피츠버그 2017 시즌의 불운은 지난해 말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서울에서 음주운전과 뺑소니, 운전자 바꿔치기 등의 혐의로 체포되면서 시작됐다. 더구나 수사 과정에서 강정호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음주운전 전과가 두 번이나 더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는 결국 재판에서 희망했던 벌금형이 아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비록 집행유예지만 실형을 받으면서 그의 미국행 비자발급도 거부됐다. 강정호는 징역형 선고로 인해 비자를 받지 못해 야구를 못하게 됐다면서 벌금형으로 형을 경감시켜달라고 선처를 호소하며 항소했으나 18일 항소심에서도 원심 형량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올 시즌 메이저리그 복귀 희망이 사실상 사라졌다. 더구나 언제 미국에 갈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게 되면서 올 시즌뿐 아니라 그의 선수 생명 전체가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됐다. 사실상 메이저리그 커리어가 끝났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강정호의 처지는 개인적으로 두말할 필요 없이 엄청난 타격이지만 피츠버그 구단의 손실도 만만치 않다. 피츠버그는 지난 2015년 시즌을 앞두고 포스팅된 강정호를 포스팅 금액 500만 2천015달러를 베팅해 계약 협상권을 따낸 뒤 4년간 1,100만달러 계약으로 영입했다. 이전까지 한국프로야구(KBO)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야수(타자)가 전혀 없었던 만큼 위험한 도박이라는 말도 있었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피츠버그의 보는 눈이 정확했음이 입증됐다.

강정호는 2015년 데뷔시즌 초반엔 재대로 출장기회를 얻지 못하면서 힘겨운 출발을 했고 그해 시즌 막판엔 심각한 무릎부상을 입고 2016년 시즌 중반까지 결장했음에도 지난 2년간 229경기에 나서 타율 0.273, 출루율 0.355, 장타율 0.483으로 OPS 0.838을 기록했고 36홈런과 120타점, 105득점을 올리는 등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면서 피츠버그의 핵심타자로 떠올랐다. 그는 또 3루수와 숏스탑, 2루수 등 내야 거의 모든 포지션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멀티 포지션 수비력도 갖춰 피츠버그가 그와 계약한 것은 다시 한 번 스몰마켓의 핸디캡을 뛰어난 스카우팅과 해외 선수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극복한 사례로 칭찬받기도 했다.

이처럼 피츠버그에서 타격과 수비에서 모두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선수 중 하나였기에 강정호의 공백이 가져온 타격은 엄청났다. 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구단이 여러 가지 노력을 다했지만 시즌이 초반을 넘어 중반으로 향하는 시점에서 그 차이는 이미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비록 그의 자리를 메우고 있는 베테랑 데이비드 프리즈는 타율 0.271에 3홈런, 10타점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전체적인 타선의 파괴력 저하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현재 피츠버그는 18승23패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최하위로 떨어져 있고 앞으로의 전망도 어둡기만 하다. 올 시즌 피츠버그의 부진 이유를 강정호의 공백 때문만으로 몰아갈 수는 없지만 그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피츠버그를 덮친 ‘배드 뉴스’는 강정호 사건 하나뿐만이 아니었다. 또 하나의 날벼락 뉴스가 시즌 개막 3주 만에 터져 나왔다. 강정호와 함께 팀의 톱2 핵심타자로 꼽혔던 스탈링 마르테가 경기력향상 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적발돼 80경기 출장정지를 받은 것이다. 피츠버그에서 떠오르는 장래의 슈퍼스타로 꼽혔던 마르테의 도핑 적발은 엄청난 충격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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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테. /AFPBBNews=뉴스1

지난해 피츠버그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앤드루 맥커천을 우익수로 돌리고 마르테에게 센터필드를 맡길 정도로 피츠버그가 팀의 다음세대 간판으로 생각했던 선수가 마르테였다. 마르테는 지난해 타율(0.311), 출루율(0.362), 장타율(0.456), 도루(47), 2루타(34) 등에서 모두 생애 최고 기록을 세웠고 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는 도미니카공화국 대표로 뛰었다. 지난해 올스타로 뽑혔고 이미 두 번이나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마르테는 앞으로 리그 최고의 슈퍼스타 반열로 올라설 가능성이 있는 선수로 꼽혔었다.

그런 그가 어이없게도 도핑선수라는 낙인이 찍히면서 피츠버그는 올해 전력에서 또 다른 치명타를 맞은 것은 물론 팀의 차기 간판스타를 잃는 이중의 타격을 입었다. 마르테는 오는 7월 중순이 되면 징계가 풀려 돌아올 수 있지만 피츠버그는 이미 올 시즌에 회복불능 수준의 타격을 입어가고 있고, 더구나 도핑선수라는 주홍글씨가 찍힌 상황에서 더 이상 그를 프랜차이즈 스타로 키우기도 힘들게 됐다. 마르테의 도핑적발로 피츠버그는 팀의 현재와 미래가 한꺼번에 녹아웃 펀치를 맞은 셈이 된 것이다. 강정호와 마르테가 빠진 피츠버그 타선은 올해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가운데 타율 29위, 홈런 28위, 장타율 28위, 득점 28위 등 최하위권으로 추락한 상태다.

피츠버그의 불운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는 팀의 떠오르는 젊은 선발투수에게 재앙이 닥쳤다. 이달 초 팀의 선발투수 제이머슨 타이욘(25)이 고환암 의심증세로 수술을 받았는데 정밀 검사 결과 고환암이 맞았다는 최종 진단이 나온 것이다.

타이욘은 지난 201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번으로 지명된 최고 유망주 출신 선수다. 고교시절의 그를 놓고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조시 베켓,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와 맞먹는 유망주라고 평가했었다. 2010년 드래프트에서 매니 마차도(3번, 볼티모어), 맷 하비(7번, 뉴욕 메츠), 크리스 세일(13번, 당시 시카고 화이트삭스) 등 현 메이저리그 슈퍼스타들이 그보다 늦게 지명을 받았고 단 한 명, 올해 벌써 두 번째 내셔널리그 MVP를 노리고 있는 톱 슈퍼스타 브라이스 하퍼(워싱턴 내셔널스)만이 그보다 먼저 부름을 받았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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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욘./AFPBBNews=뉴스1

하지만 그런 유망주 타이욘의 프로커리어는 전혀 순탄치 못했다. 2014년 토미 존 수술을 받으면서 시즌 전체를 쉬어야 했고 2015년에는 스포츠 탈장증세로 또 한 시즌을 몽땅 날렸다. 결국 동기생들 가운데 여러명이 이미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는 특급스타로 떠오른 지난해 6월에야 마침내 빅리그에 데뷔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해 5승4패,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하며 지난해 팀 선발투수들 가운데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한 그는 올해 6차례 선발등판에서 2승1패, 평균자책점 3.31을 기록하며 35.1이닝동안 삼진 30개를 뽑아내는 좋은 2년차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내 그의 잠재력을 달성해 가고 있다고 생각한 순간 청천 벽력같은 고환암 진단을 받은 것이다. 조기 발견될 경우 생존율이 100%에 가까워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온갖 시련을 이겨내고 막 전진을 시작한 선수가 또 다른 시련을 만났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이미 강정호와 마르테라는 연타석 펀치를 맞은 데 이어 팀의 차세대 에이스를 당분간 잃는 또 다른 악재를 만난 피츠버그 팬들은 “이제 다음엔 뭐가 올지 겁이 난다”고 말할 정도다.

물론 피츠버그의 올 시즌 부진 원인이 전부 필드 밖에서만 온 것은 아니다. 지난해 22홈런을 때렸던 그레고리 폴랑코는 올해 135타석에서 단 1개의 홈런을 치는데 그치고 있고 이번 주 햄스트링 부상으로 부상자명단에 올랐다. 지난해부터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간판스타 맥커천은 올해 타율이 0.214에 그치며 반등의 조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잇단 악재와 부진에도 불구, 피츠버그는 중부지구에서 비록 최하위지만 아직도 선두 밀워키 브루어스(23승18패)와 차이가 5게임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팀이 온전한 전력을 갖고 있었더라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었던 팀이라는 이야기다. 피츠버그 팬들로선 악재들이 꼬리를 물고 찾아오고 있는 악몽 같은 시즌이 야속하기만 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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