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 보기도 전에 '수상배제'라는 겁니까?

[칸에서 쓴 록기자의 사심집합소]

칸(프랑스)=김현록 기자 / 입력 : 2017.05.18 09:58 / 조회 : 4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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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0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들. 왼쪽부터 제시카 차스테인, 윌 스미스, 페드로 알모도바르, 박찬욱, 판빙빙 /AFPBBNews=뉴스1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제 70회 칸 영화제 개막 첫날부터 화제의 중심에 섰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최초로 칸 경쟁부문에 입성하면서 초청 발표부터 관심을 모은 '옥자'는 초청 번복 루머를 겪은 데 이어 영화가 선보이기도 전 심사위원장으로부터 '수상배제'에 가까운 발언을 들어야 했다.

17일(현지시간) 제 70회 칸영화제 개막식 직전 기자회견에 나선 심사위원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극장에서 볼 수 없는 영화에 황금종려상이 돌아가면 거대한 모순이 될 것"이라며 "황금종려상이나 다른 영화상을 수상한 작품을 대형 스크린에서 볼수 없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해 눈길을 모았다. 이어 "유일한 해법은 새 플랫폼이 기존 룰을 수용하고 준수하는 것밖에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옥자'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누가 보더라도 올해 경쟁부문에 진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옥자'와 '더 메예로위츠 스토리스'(감독 노아 바움벡) 두 편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넷플릭스가 투자해 만들어진 두 영화는 넷플릭스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전세계 공개를 앞뒀다. 프랑스극장협회가 극장 상영 이후 3년이 지나야 SVOD(가입자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가 가능한 프랑스 국내법을 근거로 초청이 위법이란 주장을 펴면서 반발, 두 작품의 초청 번복 루머가 돌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칸영화제는 향후에는 프랑스 극장에서 개봉하지 않는 영화가 경쟁 부문에서 선보일 수 없도록 규정을 손보기까지 했다.


그러나 '옥자'를 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심사위원장이 수상 배제 방침이나 다름없는 언급을 내놓은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영화라는 매체를 얼마나 좁게 혹은 넓게 해석하느냐를 떠나, 심사할 영화의 내용이나 작품성, 완성도를 평가하기에 앞서 외적 환경을 고려하겠다는 취지를 이해하기도 어려울뿐더러, 다른 누구도 아닌 심사위원장으로서 마치 심사의 가이드를 제시한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다른 심사위원인 윌 스미스는 "넷플릭스가 우리 아이들의 영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크게 넓혀줬다"면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발언에 반박하기도 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문제성 발언 탓일까. 어쩌면 당연한 박찬욱 감독의 심사 기준은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박 감독은 카날플라스와의 공식 인터뷰에서 이처럼 말했다 .

"어떤 선입견도 없이 그냥 그 감독이 누군지 그전에 뭘 만들었는지도 생각하지 않고 영화를 보려고 한다. 뭔가 번개처럼 때리는 그런 것을 기대하지, 어떤 기준 같은 걸 미리 세워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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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옥자' 포스터


'옥자'는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진 거대 생명체가 등장하는 600억 예산의 대작이지만 세계가 주목하는 감독 봉준호 특유의 시선과 관점이 분명한 독창적인 작품으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 또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라는 점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경쟁 부문에 초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옥자'는 거대동물 옥자와 소녀 미자의 우정과 유대를 그린 작품으로,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릴리 콜린스, 폴 다노, 스티븐 연 등의 할리우드 배우와 안서현, 변희봉, 윤제문 등 한국 배우들이 함께했다. 한국에서는 오는 29일 넷플릭스 서비스와 동시에 극장에서 개봉하며, 미국 영국에서도 극장개봉을 준비 중이다.

'옥자'는 오는 19일 기자시사회와 공식 상영을 통해 전세계 처음으로 공개되며 칸 영화제는 오는 28일 폐막식과 함께 황금종려상의 주인공을 발표한다. 칸의 시작부터 뜨거운 화제의 주인공이 된 '옥자'가 논란을 딛고 수상의 기쁨까지 누릴 수 있을까.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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