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다저스 넘쳐나는 선발자원..과유불급?

장윤호 기자 / 입력 : 2017.05.1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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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든 맥카시, 류현진, 알렉스 우드(왼쪽부터). /AFPBBNews=뉴스1


LA 다저스의 선발 로테이션 운용 상황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그동안 부상자명단(DL)에 있던 우완투수 브랜든 맥카시가 16일(한국시간) DL서 나와 이날 시작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로 등판하고 17일에는 좌완투수 리치 힐이 DL에서 나와 샌프란시스코와 2차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어서 다저스의 선발투수 수는 다시 6명(클레이튼 커쇼, 류현진, 알렉스 우드, 훌리오 우리아스, 맥카시, 힐)으로 늘어난다.

물론 다저스는 선발 로테이션을 6명으로 돌릴 생각이 없다. 누군가는 로테이션에서 빠져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다. 지난 10일 9회 1사까지 시즌 최고의 역투를 한 다음달 ‘햄스트링’이라는 ‘핑계’를 달아 DL에 올렸던 마에다 겐타도 이번 주말이면 돌아온다. 아직 DL에 있는 좌완투수 스콧 캐즈미어를 제쳐두고도 가동시켜야 할 선발투수가 7명이다. 이들을 어떻게 5자리에 배치해야 할지 골머리를 썩을 수밖에 없다. ‘과유불급(過猶不及)’-(넘치는 것은 모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뜻) 이라는 옛 말이 떠오르는 상황이다.


어쨌든 6명이나 7명을 선발 로테이션에 올릴 수는 없으니 무언가 방법이 필요하다. 일단 현재 쓸 수 있는 방법은 올해부터 도입된 10일짜리 DL을 활용하는 것이다. 한 번만 선발등판을 거르면 되는 새 DL 규정을 활용해 실제론 멀쩡한 투수를 DL에 올려 시간을 벌고 교통 혼잡을 잠시나마 해결하는 편법이다. 이미 큰 부상이 아니던 류현진과 맥카시, 마에다는 DL에 올리는 편법으로 ‘선발로테이션 돌려막기’를 했던 다저스가 이번에도 그 방법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일단 가장 유력한 것은 지난 번 등판에서 최악의 투구를 했던 류현진을 다시 DL에 올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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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튼 커쇼./AFPBBNews=뉴스1


하지만 그것은 미봉책일 뿐이다. 당장 하루 뒤에 힐이 돌아오려면 누군가가 빠져야 하고 이번 주말 마에다가 돌아오려면 또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그 다음에 다음 주말에 다시 류현진이 돌아올 시간이 되면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다저스 단장과 감독이라면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릴 것 같다.


사실 다치지 않은 선수를 팀이 임의로 DL에 올릴 수는 없다. 하지만 선수들은 대개 작은 부상 한 두 개는 달고 살기에 DL에 올리기 위한 ‘사유’는 적절히 만들어낼 수 있다. 지난 주 류현진의 복귀를 위해 마에다를 DL에 올릴 때는 ‘헴스트링이 수 주 동안 불편했다’는 이유를 달았다. 마에다는 마지막 등판에서 ‘햄스트링이 불편한’ 투수치곤 너무도 눈부신 투구를 보였지만 로버츠 감독은 그가 지난 수 주 동안 불편한 햄스트링을 안고 던졌다고 말했다. 물론 선수가 DL행에 이의를 제기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선수들도 팀의 사정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굳이 그렇게 할 이유는 없다.

로버츠 감독은 “우리 로스터를 살펴보면 메이저리그 선발투수가 7명이나 된다. 이들이 모두 건강할 것으로 예상하느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답하겠지만 그들은 지금 모두 건강하다”면서 “(그들 중 한두 명에게 DL로 가라고 요청하기란) 매우 힘들지만 우리는 그들의 이타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6인 로테이션으로 갈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구단이 불가피한 조치를 하고 있으니 선수들의 ‘협조’를 당부한다는 말이다.

사실 다저스의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하는 것은 시즌을 불펜 롱릴리프 요원으로 출발했던 왼손투수 알렉스 우드가 선발투수로서 뜨거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것이다. 힐이 손가락 물집 부상으로 인해 전열에서 이탈하면서 선발 기회를 잡은 우드는 올 시즌 선발 6경기를 포함, 8경기에서 4승무패, 평균자책점 2.27의 빼어난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주엔 두 차례 선발등판에서 합계 11이닝동안 삼진을 무려 21개나 쓸어 담으며 7안타 무실점으로 2승을 올리는 눈부신 역투를 해 16일 내셔널리그 ‘이주의 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리그 주간 MVP로 투수가 선정된 것은 올해 우드가 처음이다. 특히 지난 14일에는 류현진과 우리아스가 난타당한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지구선두 콜로라도 로키스를 6이닝동안 5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삼진 10개를 잡아내는 절정의 구위를 선보였다. 우드의 역투 덕에 다저스는 3년 만에 처음으로 로키스를 쿠어스필드에서 영봉시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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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다 겐타. /AFPBBNews=뉴스1


현재 우드는 에이스 커쇼에 이어 다저스에서 사실상 넘버 2 선발 역할을 하고 있고 로버츠 감독은 이미 맥카시와 힐이 돌아오더라도 우드가 선발진에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뜩이나 선발진에 후보가 넘쳐나는 등 임시 선발로 뛴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게 된 형국이 되면서 교통정리가 더욱 난감해졌다. 로버츠 감독은 “선발투수의 수는 정해져 있다. 이미 여러 번 말했고 그걸 가지고 농담도 했지만 분명히 고차원적인 문제”라고 넘쳐나는 선발투수로 인한 고민을 숨기지 않았다.

사실 고민거리는 선발투수만이 아니다. 당장 이틀 연속 맥카시와 힐이 돌아오면서 25인 로스터에도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다저스는 일단 16일 맥카시를 복귀시키면서 백업 외야수 브렛 아이브너를 마이너로 내려 보내 벤치멤버가 4명으로 줄었다. 이어 17일 힐이 돌아오려면 이번에 구원투수 한 명을 내려 보내거나 아니면 선발투수 중 한 명을 빼내야 한다. 이 때문에 류현진의 DL행 소문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주말에 마에다가 돌아오려면 또 다른 편법 또는 고육지책이 필요해진다.

물론 이런 식의 로스터 운용은 단기적으로 쓰는 편법이지 장기적인 해결책은 못된다. 이런 방법을 통해 잠시 시간을 벌더라도 그 시간 동안에 부상 등의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계속 또 다른 편법이 필요해진다. 조만간에 구단 수뇌부에서 직접적인 결단을 내려야만 한다.

로버츠 감독의 말대로 우드가 선발 로테이션에 계속 남는다면 다저스가 장기적으로 키우고 있는 우리아스와 불변의 에이스 커쇼 등 3명은 붙박이 선발이 된다. 그렇게 된다면 힐과 맥카시, 마에다, 류현진 등 4명이 선발 두 자리를 놓고 서로 돌아가면서 등판해야 하는, 엉거주춤하고 불편한 동거 양상이 나올 가능성이 커진다. 그런 상황은 모두에게 불편하고 힘들 뿐 아니라 오래 갈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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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리오 유리아스. /AFPBBNews=뉴스1


이런 모든 상황은 류현진에게 좋지 않다. 가뜩이나 어깨수술에서 돌아와 육체적으로 쉽지 않은 컴백에 나선 상황인데 정신적인 압박감까지 몰려 온 상황이다. 원래 힐은 커쇼에 이어 다저스의 확실한 2선발이었기에 건강하다면 그 자리를 다시 차지해야 할 선수다. 맥카시는 올 시즌 초반 커쇼에 이어 팀의 2선발로 활약했고 마에다와 함께 왼손 일색인 다저스 선발진에 균형을 맞추는 오른손 투수다. 지난 시즌 팀의 최다승 투수인 마에다도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번 등판에서 생애 최악 투구의 경험을 한 류현진으로선 모든 것이 불리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메이저리그에서 두터운 선수층, 특히 선발진을 두텁게 구축하는 것은 성공적인 시즌을 위해 필수적이다. 시즌 전체를 5명의 선발투수로 버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구단 입장에선 믿을만한 선발투수는 ‘다다익선’(多多益善)’-(많으면 많을수록 좋다)을 외치며 붙잡아야 한다. 그런데 올해는 어쩐 일인지 몰라도, 또 언제까지 이럴지는 몰라도 ‘다다익선’이 아니라 ‘과유불급’ 현상이 펼쳐지고 있으니 팀 입장에서 또 다른 차원에서 골치가 아프지 않을 수 없다.

이 경우 당장 떠오르는 해결책은 트레이드다. 선발투수 한두 명을 트레이드하는 것으로 쉽게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다. 하지만 트레이드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닐뿐더러 현재 다저스 상황에선 섣불리 트레이드에 나서는 것이 위험부담이 크다. 맥카시와 류현진, 힐 등은 모두 부상 위험성이 큰 투수들로 분류되고 우드와 우리아스도 내구성이 입증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선발 경험도 일천해 100% 믿기 힘들다. 당장이라도 한두 명만 다치면 상황은 반전된다. 눈 깜짝할 사이에 선발투수가 없어서 고민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어쩌면 다저스가 10일짜리 DL을 활용하는 편법 임시처방을 계속 하고 있는 것도 이처럼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어떡해서든 현 선발투수들을 가능한 오래 붙잡아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DL을 이용한 현재의 편법은 선수들의 리듬이 깨지는 부작용 가능성까지도 염려해야한다. 상승세를 타던 류현진이 한 번 선발 등판을 거르고 DL에서 돌아온 첫 경기에서 난타당한 것을 꼭 리듬이 깨진 때문으로 몰아갈 수는 없지만(본인도 이것과는 아무 상관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래도 그런 과정이 없었다면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래저래 다저스 수뇌부의 머릿속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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