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별점토크] '라디오스타'는 어떻게 수요일 밤 강자가 됐나?

이수연 스타뉴스 방송작가 / 입력 : 2017.05.12 13:51 / 조회 :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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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라디오스타' MC들. 김국진, 윤종신, 김구라, 규현(왼쪽부터) /사진=MBC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요새는 10년도 길고 5년이면 세월이 변한다고들 한다. 그런데, 5년이 뭔가, 1년, 몇 달, 때로는 몇 주 사이에도 수시로 상황이 바뀔 만큼 세상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기술발전도 빠르고, 정보도 빠르고, 유행도 빠르니 오히려 느긋한 걸 찾아보기가 어렵다. 이건 방송가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다채널 다매체 시대가 되면서 수 많은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오다보니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때문에, 어떤 프로그램이 기획되고 몇 년 동안 방송한다는 것,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틈에서 오랫동안 빛을 발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MBC ‘황금어장 라디오 스타(이하 라디오 스타)’이다.

‘라디오 스타’는 2007년 5월 첫 방송이 나간 이후, 지금까지 만 10년이 된 프로그램이다. 그것도 처음엔 ‘황금어장’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메인 코너인 ‘무릎팍 도사’가 있고, 그 뒤에 짤막하게 붙었던 작은 코너에 불과했다. 한마디로 말해, 셋방살이 신세였다는 것이다. 심지어 ‘무릎팍 도사’가 길어질 경우엔 종종 결방도 했기 때문에, 한 때 ‘라디오 스타’ MC들은 ‘다음 주엔 만나요, 제발’하는 인사말을 유행어처럼 낳기도 했었다. 그랬던 프로그램이 독립을 하면서 당당히 수요일 밤 11시대 예능 프로그램의 주인장으로 입주했고, 10년 동안 사랑받으며 장수하고 있다. 대체 그 비결이 뭘까?

‘라디오 스타’는 ‘B급 매력’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고급스러움, 우아함, 명품, 이런 단어들과는 정반대되는 이미지의 프로그램이다. 당시 첫 출발부터 그랬다. ‘황금어장’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무릎팍 도사’는 최고의 국민MC인 강호동이었지만, ‘라디오 스타’는 김국진, 윤종신, 김구라, 당시엔 김희철, 이렇게 네 명이었다. 지금과 달리 그때에는 김국진이 오랫동안 예능에서 떠나있었다가 재기한 상황이었고, 윤종신은 가수로서의 본업이 더 컸고, 김구라도 MC로서 활발히 두각을 내기 시작하던 상황이었다. 좀 극단적으로 보면, 강호동이라는 ‘A급 MC’ 옆에 ‘B급 MC들’이 올망졸망 모여 있는 형국이었다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여기서 이 네 명의 MC들의 재기발랄한 지혜가 돋보인다. 누군가 그랬던가! 자신의 단점을 덮는 것보다 희화화하면 오히려 그것이 더 당당하고 유쾌해 보인다고. ‘라디오 스타’의 MC들이 딱 그랬다. 자칫하면, 싼티(?)나는 프로그램으로 전락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들은 스스로 B급임을 자처하며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것이 시청자들에게 속된 말로, 먹혔다. 자신들의 처지를 한껏 낮추고, 서로의 단점을 콕 찍어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이 하고 싶었던 속마음이었다. 그걸 스스로 알아서 풀어내는 모양새는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안겨주었다. 솔직히 그 당시 김구라의 경우는 독설가 콘셉트 때문에 ‘비호감’ 이미지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윤종신이나 김희철이 옆에서 그런 부분을 더욱 들춰내고 공격하면서 그 부분을 웃음으로 승화시켜주다보니, 비호감 이미지가 옅게 희석되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들의 B급 전략은 게스트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나이가 많든, 적든, 유명하던 신인이던 상관없이 깐족대고, 공격하고, 치부를 파헤치며 몰아붙였다. 하지만, MC들 자체가 서로를 격의 없이 들춰내는 것에 익숙하다보니, 게스트들도 여기에 흔쾌히 참여하고, 몰입해주었다. 또한 ‘라디오 스타’에선 게스트를 일부러 미담의 주인공으로 만들고, 포장해 주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이곳을 방문하는 출연자들에게선 인간미와 솔직함이 저절로 드러났다. 어디 이뿐인가. 다소 불편한 얘기도 툭 터놓고 하는 자리가 저절로 마련되었다. 그래서, 많은 연예인들이 ‘라디오 스타’에 출연하는 걸 어려워하거나 꺼리지 않는다. 같은 연예인이라도 방송 프로그램의 콘셉트에 따라, 뭔가 포장하고 좋은 모습만 보여줘야 할 것 같아 부담되는 경우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라디오 스타’는 그런 불편함은 찾아볼 수 없이 친근하다. 마치 동네에서 오다가다 만난 친구들이 포장마차에서 수다 떨듯이 말이다. 이것이 바로 ‘라디오 스타’의 B급 매력이다. 허례허식으로 포장하고, 남들 시선 의식하고, 있어 보이려고 가식적으로 꾸미고, 이제 이런 것이 통하던 시대는 갔다. 그래서, ‘라디오 스타’가 갈수록 빛이 나는 게 아닐까.


‘라디오스타’의 B급 전략이 바로 인간미, 솔직미를 만들어냈다. 그래서, 제 별점은요~ ★★★★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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