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프랑스, '옥자'를 대하는 상반된 태도

[전형화의 비하인드 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7.05.12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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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에서 '옥자'를 선보이려면 반드시 극장에서 상영해야 한다는 프랑스. 스트리밍 서비스를 할 때는 하더라도 '옥자'를 더 많은 극장에서 상영해 돈을 최대한 벌어야 한다는 한국.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놓고 한국과 프랑스 영화계의 엇갈린 행보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화를 대하는 태도가 극명하게 비교되는 것.


12일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프랑스 국립영화위원회는 넷플릭스가 '옥자' '메이어로위츠 스토리'의 프랑스 내 극장 제한 상영을 위해 신청한 비자 발급을 거절했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노아 바움백 감독의 '메이어로위츠 스토리'는 오는 17일 개막하는 제70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했다.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가 아닌 스트리밍 서비스를 전제로 하는 넷플릭스 기반 영화 두 편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자 세계 영화계 이목을 끌었다. 새로운 영화 플랫폼의 도래를 상징하는 조치로 보였기 때문.

하지만 이는 곧 강한 반발을 샀다. 프랑스 극장협회는 두 영화의 초청이 극장에서 상영된 뒤 3년이 지난 영화여야 스트리밍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프랑스 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며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칸영화제 측은 올해는 두 영화 초청을 유지하지만 내년부터는 프랑스 내 극장 상영작만이 경쟁 부문에 출품될 수 있도록 규정을 변경했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럼에도 프랑스 영화위원회는 두 영화의 비자 발급을 거절했다. 넷플릭스는 칸 라인업 발표 후 파리 기반의 배급회사를 통해 '옥자'와 '메이어로위츠 스토리'에 대한 임시 비자를 신청했다. 넷플릭스는 이를 통해 프랑스에서 최대 1주일 안에 두 영화를 6회 가량 상영을 하려 했다. 이런 방식으로 극장에서 상영된 뒤 3년이 지나야 스트리밍 서비스가 가능한 프랑스 법을 돌파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넷플릭스 방침에 대해 프랑스 영화위원회는 프랑스에서 '옥자'를 선보이려면 반드시 극장에서 상영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이는 일견 시대착오적으로 비춘다.

영화는 거대한 스크린에서 상영되는 것을 원칙으로 제작된다. 이에 맞춰 촬영기법과 화면 비율을 조정하며 발달해왔다. 그렇지만 오늘날 영화는 스크린 뿐 아니라 TV와 노트북, 테블릿, 휴대전화까지 점점 플랫폼이 변화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옥자'가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건, 시대의 변화처럼 여겨졌다.

프랑스 영화위원회는 이에 반기를 든 것. 시대 변화를 거부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영화라는 매체가 가진 순수한 정통을 유지하려는 문화적인 접근이기도 하다.

반면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넷플릭스는 일찌감치 봉준호 감독의 고향인 한국에서는 '옥자'를 일부 극장에서 상영한다고 밝혔다. 6월28일 전 세계에서 '옥자'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지만 그에 앞서 한국에서는 극장에서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NEW와 이를 놓고 일정을 협의 중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옥자'가 한국에서 언제, 어떤 규모로, 언제까지 상영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가급적 많은 극장에서 많이 상영되길 원하는 NEW와 스트리밍 서비스 확대가 목표인 넷플릭스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까닭이다. 한국에선 극장에서 '옥자'가 상영되기만 하면 관객이 몰릴 게 뻔한 만큼 많은 상영을 원하는 NEW와 극장에서 벌 돈보다는 가입자 확대가 목표인 넷플릭스가 동상이몽인 탓이다. 영화에 대한 철학적 접근보다는 돈의 논리로 접근하고 있다.

영화계에 따르면 '옥자'는 일주일만 극장에서 2~300개 내외 스크린에서 상영하는 방안, 소규모로 극장 상영을 하는 동시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실시하는 방안 등을 놓고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로선 한국 시장이 자사 오리지널 영화를 극장과 스트리밍 서비스로 선보일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테스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한 셈이다.

'옥자'가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에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옥자'에 대한 궁금증으로 일시적으로 넷플릭스 가입자가 늘었다가 다시 정체될지, 아니면 지속적인 확대로 이어질지는 '옥자' 그 이후를 봐야 할 듯하다. 남미 시장 진출을 꾸준히 도모한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드라마 '나르코스'에 브라질 대표배우 와그너 모라를 주인공으로 삼으면서 브라질 시장 점유율을 크게 높인 전례가 있다. 한국에서 '옥자'가 그런 역할을 할지도 관심사다.

한국영화계는 '옥자'의 극장 개봉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어떤 규모로 어떻게 개봉할지에 따라 다른 영화들의 배급전략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한국영화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직 뒷전이다. 오히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자사 영화를 넷플릭스를 통해 선보이고 있다.

시대는 분명 바뀌고 있다. 바뀌는 방향은 돈이 보이는 길이 될 것이다. 그래도 그 길을 가는 데 목표와 철학이 없다면, 도태되기 쉽다. '옥자'가 던진 화두에 각각 다르게 반응하고 있는 한국과 프랑스, 그 중간 즈음에 갈 길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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