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뉴욕 양키스가 달라졌어요"

장윤호 기자 / 입력 : 2017.05.09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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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컵스와의 경기서 9회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기뻐하는 양키스의 선수들./AFPBBNews=뉴스1


뉴욕 양키스의 초반 기세가 심상치 않다. 5월 첫 주를 마친 현재 양키스는 시즌 20승9패(승률 0.690)를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를 달리고 있다. 시즌을 1승4패로 시작한 뒤 다음 24경기에서 19승5패로 맹렬 질주해 단숨에 ML 전체 승률 1위로 치솟았다. 지난 주말엔 시카고 리글리필드에 쳐들어가 월드시리즈 챔피언인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3경기를 휩쓸었고 특히 8일(한국시간) 벌어진 시리즈 최종전에서는 컵스와 메이저리그 신기록인 48개 삼진을 주고받으며 무려 18회까지 간 기록적인 ‘마라톤 혈전’ 끝에 짜릿한 승리를 거두고 싹쓸이를 완성했다.

올해 시즌이 시작되기 전 양키스의 예상 순위는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에서 중위권 정도였다. 지난해 동부지구 챔피언인 보스턴 레드삭스와 AL 와일드카드를 따낸 볼티모어 오리올스 및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올해도 플레이오프 티켓을 다툴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양키스에 대해선 모든 것이 순조롭게 풀린다면 와일드카드 도전은 가능할 수도 있다는 정도였다. 데릭 지터와 알렉스 로드리게스, 마크 테세이라, 카를로스 벨트란, 브라이언 맥캔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왕년의 슈퍼스타들이 최근 1~2년간 차례로 팀을 떠나가면서 팀에 대한 기대치도 뚝 떨어졌고 다른 팀들처럼 극단적인 차원은 아니지만 양키스도 리빌딩에 들어간 단계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양키스가 7할에 육박하는 승률로 ML 1위를 달릴 것으로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실제로 ESPN 산하 통계분석 사이트인 ‘파이브서티에잇’(FiveThirtyEight)은 한 달 전만 해도 양키스의 올해 성적을 79승83패로 예상, 승률이 5할을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양키스가 첫 한 달간 매서운 상승세를 타면서 파이브서티에잇은 이미 양키스의 올 시즌 예상승수를 91승으로 업데이트했다. 한 달 사이에 예상 승수가 12승이나 올라갔다. 현재 양키스보다 승수가 많을 것으로 평가되는 팀은 워싱턴 내셔널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 LA 다저스, 컵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등 5개 팀 뿐이다.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 예상됐던 양키스의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도 이제 66%로 치솟았고 디비전 우승확률 39%, 월드시리즈 우승확률 6% 등 이젠 당당한 우승후보 대열로 분류되고 있다.

물론 양키스는 이 같은 초반 상승세로 주목받기 이전에 이미 장기적으론 상승세로 돌아선 것으로 평가된 팀이었다. 사실 지난해 11승16패로 출발한 이후 남은 경기에서 73승61패(승률 0.545)로 시즌을 마치는 등 지난해 상승세를 타던 시점부터 올해까지 한 시즌 분량인 162경기 성적을 살펴보면 양키스는 92승70패로 충분히 플레이오프 도전권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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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키스가 컵스에 트레이드시킨후 FA계약을 통해 다시 복귀시킨 아롤디스 채프먼. /AFPBBNews=뉴스1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 양키스는 리빌딩 과정에 있는 팀으로 분류됐다. 실제로 지난해 시즌 중반 트레이드 데드라인 때 양키스는 클로저 아롤디스 채프먼과 톱 셋업맨 앤드루 밀러, 선발투수 이반 노바를 각각 컵스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피츠버그 파이리츠로 트레이드하는 등 ‘셀러’였다. 양키스가 트레이드 데드라인에 바이어가 아닌 셀러로 나선 것이 도대체 얼마나 오랜만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다. 특히 채프먼과 밀러를 트레이드하면서 톱 유망주들을 대거 확보하며 단단한 팜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과거 양키스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물론 시즌 종료 후 채프먼을 거액의 FA계약으로 도로 데려온 것은 과거 양키스의 본 모습이 아직 남아있음을 보여준 것이기도 했다.

그런 양키스를 보며 많은 팬들과 전문가들은 양키스가 브라이스 하퍼, 매니 마차도, 조시 도널드슨 등 초특급 슈퍼스타들이 프리에이전트(FA)로 쏟아져 나오는 2018년 FA 클래스를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때까지 탄탄한 팀을 구축한 뒤 FA시장에서 막대한 자금력을 활용해 이들 초특급 스타들을 영입하고 또 한 번의 양키스 황금시대의 막을 본격적으로 올릴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 양키스는 그렇게 2년 후를 기다리지 않아도 가을야구의 열기가 뉴욕 브롱스로 돌아올 수 있음을 입증해가고 있다. 현재 양키스 팀은 과거처럼 화려한 슈퍼스타들의 집결체는 아니지만 젊은 선수들과 베테랑 선수들이 흥미로운 조화를 이루면서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메이저리그 홈런 1위인 신성 애런 저지(타율 0.317, 13홈런, 28타점)와 AL 타격 1위인 스탈린 캐스트로(0.355, 6홈런, 21타점)가 공격을 주도하고 ML 첫 4년 중 3년간 타율이 2할2푼에 미달했던 외야수 애런 힉스가 타율 0.338, 6홈런, 15타점으로 기대이상의 기여를 하고 있다. 여기에 팀의 주축선수들인 베테랑 맷 할러데이, 자코비 엘스베리, 체이스 헤들리, 브렛 가드너 등도 제 몫을 해주면서 팀이 단단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8월에 빅리그에 올라온 뒤 남은 53경기에서 20홈런과 42타점에 타율 0.299를 기록하는 돌풍을 일으켰던 2년차 포수 게리 산체스가 부상으로 21경기나 결장하면서 단 8경기에서 타율 0.207에 1홈런, 3타점의 슬로우 스타트를 보이고 있는 상황임에도 전혀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다.

투수진도 기대 이상으로 버텨주고 있다. 팔꿈치 이상이 우려됐던 일본인 투수 다나카 마사히로는 지난달 28일 보스펀 펜웨이 파크에서 앙숙 보스턴 레드삭스를 상대로 단 97개의 투구로 3피안타 완봉승을 거두는 등 최근 4경기에서 4연승에 평균자책점 2.51을 기록하며 완전히 회복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마이클 피네다(3승1패, 3.12), 루이스 세베리노(2승2패, 3.40), CC 사바티아(2승1패, 5.45), 조단 몽고메리(2승1패, 3.81) 등도 제 몫은 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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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카. /AFPBBNews=뉴스1


양키스의 최근 19승5패 상승세는 4월10일 볼티모어와의 원정경기에서 종반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면서 시작됐다. 7회까지 2-3으로 끌려가던 양키스는 8회초 저지의 홈런으로 동점을 만든 뒤 9회 4점을 뽑아 경기를 뒤집으며 1승4패로 시작된 시즌 개막 원정여행을 기분 좋은 역전승으로 마감했다.

이 승리를 기폭제로 8연승 가도를 질주한 양키스는 4월29일 또 한 번 볼티모어를 상대로 기적 같은 역전드라마를 일궈냈다. 6회초까지 1-9로 뒤지던 경기를 홈런 5방을 앞세워 뒤집고 끝내 연장 10회에 14-11로 대역전승을 거두면서 사기가 하늘을 찌르는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당시 이 경기를 중계한 팍스 TV 해설자이자 왕년의 명투수 존 스몰츠는 “이런 역전승은 팀에 엄청난 도움이 된다.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기 시작하며 올해가 마법같은 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주말 컵스와의 원정시리즈도 올해 양키스의 저력을 잘 보여준 것이었다. 1차전에서 양키스는 0-2로 끌려가던 9회초 2사 후 패배에 스트라이크 1개를 남겨놓은 상황에서 브렛 가드너가 역전 3점포를 터뜨려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어 2차전에선 홈런 2방을 포함한 장단 14안타로 11점을 뽑아 컵스를 완파한 양키스는 최종 3차전에선 클로저 채프먼이 4-1로 앞서 있던 9회말 컵스에 3점을 내줘 4-4 동점을 허용하며 다 잡은 승리를 놓치는 듯 했으나 이후 연장 18회까지 간 6시간5분에 걸친 마라톤 혈전에서 끝내 승리를 따내는 강인한 집중력을 보이며 챔피언을 상대로 적지에서 싹쓸이를 완성해냈다.

양키스가 올 시즌 계속해서 7할에 육박하는 승률을 이어가긴 힘들 것이다. 하지만 올해 양키스는 이름값만 화려했던 과거의 팀들에 비해 훨씬 강인하고 잡초 같은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 것이 시즌 초반 찻잔속의 돌풍인지, 시즌 전체를 집어삼킬 지속력을 갖춘 태풍인지는 시간이 말해주겠지만 예정보다 빨리 찾아온 양키스의 상승세가 녹록치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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