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류현진 & 벨린저를 통해 본 LAD 로스터 '교통 혼잡'

장윤호 기자 / 입력 : 2017.05.05 09:32 / 조회 : 10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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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디 벨린저(좌)와 데이브 로버츠 감독. /AFPBBNews=뉴스1



올해 출발이 시원치 못한 LA 다저스 입장에서 시즌 초반 고민거리는 한 둘이 아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팀 수뇌부에게 지금 ‘발등의 불’로 떠오른 문제는 ‘25인 경기 엔트리’에 관한 것일지도 모른다.

앤드루 프리드먼 사장과 파한 자이디 단장이 이끄는 현 수뇌부가 최근 수 년 간 모든 포지션에 걸쳐 두터운 선수층을 구축하고 뛰어난 유망주들을 다수 확보한 것은 구단 차원에서 상당히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변화다. 하지만 이로 인해 그중 25인 엔트리를 결정하는 작업은 훨씬 더 어려워졌다. 당연히 로스터에 들어가야 할 베테랑 선수조차 들어갈 자리가 없는 경우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복 터진 팀이 쓸데없이 ‘행복한’ 고민을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가만히 따져보면 결코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당장 다저스는 6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의 주말 시리즈를 앞두고 주전 중견수 작 피더슨이 부상자명단(DL)에서 나와 팀에 복귀할 예정이다. 그런데 그 대신에 누구를 마이너로 내려 보내느냐를 놓고 다저스 팬들 사이에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당초 예정된 수순은 만 21세의 루키 코디 벨린저가 마이너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원래 피더슨이 사타구니 근육 부상을 당한 덕에 메이저리그 데뷔 기회를 잡은 벨린저였기에 피더슨이 돌아오면 그가 마이너로 복귀하는 것이 자연스런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벨린저는 지난달 26일 빅리그에 올라온 뒤 다저스가 자랑하는 최고 유망주의 잠재력을 유감없이 선보이며 다저스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벨린저는 메이저리그 첫 3경기에서 10타수 1안타로 출발한 이후 다음 5경기에선 19타수 9안타(타율 0.474), 홈런 2개, 2루타 1개, 3루타 1개, 5타점, 7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이 5경기에선 삼진도 한 번 당하지 않았다.

다저스는 이 놀라운 수퍼루키의 맹활약에 힘입어 그 5경기에서 4승을 올렸다. 현재 벨린저는 빅리그 9경기에서 타율 0.303, 출루율 0.361, 장타율 0.576으로 OPS(출루율+장타율) 0.937을 기록 중이다. 또 홈런 2개와 5타점과 7득점을 올리며 허약한 다저스 타선에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는 외야 모든 포지션은 물론 1루수로도 뛸 수 있어 수비에서도 상당한 매력을 안겨주고 있다.

그가 워낙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덕에 2주일 정도 빅리그에 머물게 한 뒤 마이너로 돌려보내겠다던 팀의 당초 계획도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팬들과 언론들로부터 벨린저를 계속 빅리그에 남겨놓으라는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팀이 그의 방망이를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다저스는 이번 주 초 프랭클린 구티에레스가 DL에서 돌아오자 루키인 벨린저 대신 베테랑 스콧 밴 슬라이크를 트리플A로 내려 보냈다. 밴 슬라이크가 워낙 부진한 출발(타율 0.129, 1홈런, 2타점)을 보인 것과 벨린저가 그만큼 뜨거웠던 것이 결합돼 가능한 일이었다.

사실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피더슨이 돌아오면 벨린저가 트리플A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으나 이제는 조금 어조가 달라졌다. 그는 지난 3일 경기 후 “코디(벨린저)는 타격과 수비에서 모두 잘하고 있다. 분명히 팀에 스파크 역할을 해내고 있다”면서 “그는 계속 (메이저리그) 팀에 남을 자격이 있음을 보여줬다. 지금부터 금요일(한국시간 6일)까지는 많은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아직 결정을 하지 못했다”고 말해 벨린저를 잔류시키는 것도 옵션으로 고려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다저스의 고민은 첫 번째는 벨린저가 아니라면 과연 누구를 로스터에서 빼내야 하느냐 하는 것이고, 둘째는 벨린저가 계속 빅리그에 남을 경우 그의 출장시간이 지금보다 상당히 줄어들어 벤치를 달구는 날이 많아질 수 있는데 그것이 장기적으로 그의 성장에 도움이 되느냐 하는 것이다.

벨린저를 대신해 마이너로 내려갈 후보로는 키커 에르난데스와 앤드루 톨스, 크리스 테일러 등이 거론됐다. 이 가운데 상당히 부진한 출발을 보였던 톨스는 최근 7경기 연속안타와 타율 0.423(26타수 11안타)의 상승세를 타면서 1할대였던 타율을 0.268까지 끌어올려 후보 대열에서 완전히 벗어난 느낌이다.

또 테일러는 4월 말에 올라온 뒤 꾸준하게 높은 타율을 유지하고 있어 역시 내려 보내기가 쉽지 않다. 반면 에르난데스는 타율 0.212에 출루율 0.276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다 특히 왼손투수를 상대로 타율 0.188로 부진한 것으로 인해 가장 유력한 강등 후보로 부각된 상태다.

에르난데스의 경우는 투, 포수를 제외한 거의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고 왼손투수에 강하다는 것이 강점이었는데 올해는 왼손투수 상대 타율이 2할도 안되고 이미 여러 포지션에서 실책도 4개를 범한 것도 감점요인이다.

하지만 이것보다도 우선적으로 고려되고 있는 해결책이 있는데 그것은 임시방편이지만 베테랑 1루수 에이드리언 곤잘레스를 10일짜리 DL에 올려 피더슨이 들어올 자리를 만들고 벨린저에게 1루를 맡기는 방안이다. 곤잘레스는 올 시즌 팔꿈치와 목, 허리통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 때문인지 파워가 예전만 못한 모습이다.

현재 타율이 0.255에 그치고 있는 곤잘레스는 특히 24안타 중 장타가 2루타 5개뿐이고 홈런은 하나도 없다. 따라서 곤잘레스를 DL에 올려 휴식과 함께 부상에서 벗어날 시간을 제공하면서 벨린저에게 추가적으로 빅리그에서 자신을 입증할 기회를 주는 방안이 유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곤잘레스는 아직까지 통증에도 불구, 경기에는 나설 수 있는 상황인데다 특히 14년 메이저리그 커리어 동안 단 한 번도 DL에 오르지 않은 기록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그렇기에 다저스는 팀의 주축선수의 가장 자랑스러운 기록 중 하나를 루키를 위해 희생할 생각은 없다. 이미 로버츠 감독은 곤잘레스가 OK하지 않는 한 그를 DL에 올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곤잘레스가 5일 자신이 DL에 오르는 것을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다저스의 고민은 일단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전망이다. 그는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돌이켜보면 올 시즌 시작을 DL에서 했어야 했다”면서 “구단에서 나를 DL에 올릴 경우 100%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난 커리어 내내 부상을 달고 뛰었다”면서 “커리어동안 한 번도 DL에 오르지 않은 것은 자랑스럽지만 그것은 구단이 DL에 올린다고 했을 때 내가 거부했기 때문이 아니라 부상을 달고 뛸 수 있는 방법을 찾았기 때문이었다”고 덧붙였다. 곤잘레스는 전날 자신이 허리디스크 증세도 있음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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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AFPBBNews=뉴스1


사실 올해부터 10일짜리 DL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로스터 관리를 위해 DL 등재를 사용하는 경우가 더욱 빈번해 지고 있다. 이번 주 초 류현진이 DL에 오른 것도 부상이 심각해서라기보다는 6명이나 되는 선발 투수로 인해 선발 로테이션 관리가 힘들어지자 임시방편으로 주루도중 엉덩이 쪽에 가벼운 부상을 입은 그에게 한 번 선발등판을 건너뛰고 휴식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차원이 짙어 보인다.

10일짜리 DL시스템에선 선발투수가 DL에 올라도 선발등판 한 경기를 결장하면 돌아올 수 있어 그리 타격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최소한 두 경기를 못 나왔던 과거 15일짜리 DL 시스템보다 훨씬 부담이 적다. 또 류현진이 DL에 오르면서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무려 6일을 쉬어야 하는 원치 않은 상황도 피할 수 있게 됐다.

다저스는 아직 공식 발표는 안했지만 이미 류현진의 복귀에 맞춰 오는 13일(현지시간 12일)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경기 선발자리를 비워놓고 있다. 그를 위해 커쇼의 등판을 14일로 하루 늦춰놓은 것에서 류현진의 이번 DL행이 선발진 관리와 휴식차원에서 이뤄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다저스의 로스터 교통 혼잡은 앞으로도 시즌 내내 계속될 전망이다. 곤잘레스가 DL에 오르더라도 열흘 뒤에는 돌아와야 하고 현재 DL에 있는 주전 2루수 로건 포사이드도 조만간 복귀가 예상되고 있다. 그 밖에 지금 마이너나 DL에 있는 베테랑들도 돌아오는 것은 시간문제다. 기존 선수들 가운데 부상 등의 변수가 언제나 남아있지만 결과적으론 시즌 중에 주요 선수들에 대한 트레이드가 이뤄질 가능성은 그 어느 해보다도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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