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퇴장 사태' 그리고 '심판진의 잣대와 조처'

대전=김우종 기자 / 입력 : 2017.04.30 06:30 / 조회 : 8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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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의하는 이대호(오른쪽에서 4번째)의 모습.






이대호(35,롯데)가 KBO리그 개인 통산 첫 번째로 퇴장을 당했다. 그의 퇴장 판정에 심판진이 적용한 잣대는 무엇이었을까.

29일 서울 잠실구장.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두산전. 이대호는 4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롯데가 1-0으로 앞선 4회초 2사 1,2루 기회. 이대호가 장원준의 2구째에 배트를 휘둘렀다. 타구는 땅에 바운드 된 이후 크게 튀어 올랐다. 이 공을 포수 박세혁이 잡았다. 이대호는 파울이라고 생각해 1루로 뛰지 않았다. 결과는 태그 아웃. 공수교대.

문동균 구심으로부터 아웃 판정이 내려지자 이대호가 다소 격앙된 표정을 보이며 항의했다. 파울이라는 뜻이었다. 이내 조원우 감독까지 더그아웃에서 달려 나와 심판진에 항의를 했다. 그러나 한 번 내려진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또 내야 타구의 페어 / 파울 판정은 비디오 판독 대상도 아니었다.


다소 격분한 이대호는 헬멧을 땅을 향해 휙 벗어던졌다. 뒤이어 자신의 개인 장비를 줄줄이 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대호의 이런 행동들을 심판진이 문제 삼았다. 이대호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던 박종철 3루심이 결국 퇴장 명령을 내렸다. 이후 심판진이 밝힌 퇴장의 이유는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고 헬멧을 던지는 등의 과격한 행동을 했다"였다.

KBO 공식 야구 규칙 9.00 심판원 9.01(d)에 따르면 '각 심판원은 선수, 코치, 감독 또는 교체 선수가 재정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스포츠맨답지 않은 언행을 취하였을 경우, 출전 자격을 박탈하고 경기장 밖으로 퇴장시킬 권한'이 있다.

또 9.02 (a)에는 '타구가 페어이냐 파울이냐, 투구가 스트라이크냐 볼이냐, 또는 주자가 아웃이냐 세이프이냐 하는 심판원의 판단에 따른 재정은 최종의 것이다. 선수, 감독, 또는 교체 선수는 그 재정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명기돼 있다.

4.06 '경기 중 금지사항'에는 (2)에 따르면 어떤 방법으로든지 상대팀 선수 심판원 또는 관중을 향해 폭언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심판원은 반칙자를 경기에서 퇴장시키고 경기장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고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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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모든 것들을 종합해 볼 때, 결국 심판진은 이대호가 심판원 판단에 따른 최종 재정에 이의를 제기했으며, 스포츠맨답지 않은 언행을 취했다고 판단했다. 일견 규정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이대호가 퇴장을 당할 만큼의 반(反)스포츠맨적 행동을 했는가에 대해 설왕설래가 일고 있다. 과거 헬멧을 던지는 행동을 했다고 해서 모두 퇴장을 당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2014년 6월 26일 잠실 NC-LG전에서는 임재철(은퇴, 당시 LG)이 1루에서 아웃 판정을 받은 뒤 헬멧을 벗어 던지며 격분했으나 퇴장당하지 않았다. 2009년 6월 3일에는 이대호가 인천 SK전에서 헬멧과 배트를 내동댕이친 바 있다. 당시 8회 2사 후 삼진을 당한 이대호는 헬멧과 배트를 그라운드 위에 던지며 항의의 뜻을 표했다. 하지만 퇴장 명령은 없었다. 규정대로라면 두 사례 모두 퇴장 명령이 나왔어야 했다.

이대호가 퇴장을 당한 가운데, 롯데 조원우 감독은 왜 퇴장을 당하지 않았을까. 이날 조 감독은 이대호가 아웃 판정을 받은 뒤 거의 동시에 항의를 하러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왔다. 이후 약 7분 동안 항의를 펼쳤다. 꽤 긴 시간이었다.

조 감독은 평소 짧게 항의를 하는 사령탑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렇게 긴 시간 항의를 펼친 것도 감독 생활 중 처음이었다. 그는 퇴장을 어느 정도 각오하는 듯한 자세도 보였다. 오히려 더욱 화끈하게 항의를 펼쳐서 퇴장을 당했다면 선수단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심판진은 조 감독에게 퇴장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그러면서 오히려 조 감독의 항의 시간이 계속 증가, 경기 흐름만 늘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모처럼 잠실구장을 가득 메운 2만5천명의 관중들도 흐름이 끊기긴 마찬가지. 결국 이날 경기는 선수들의 활약보다 심판 판정이 더욱 주목을 끌었던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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