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내 드러낸 김성근, "이제 선수들 힘들어질 텐데…"

대전=김우종 기자 / 입력 : 2017.04.30 05:34 / 조회 : 128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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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성근 감독.



◆ KBO리그에 사라진 '역전승'… 야구 속에서 인생의 가르침은 어디에

김성근 감독이 최근 KBO리그 전체 흐름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최근 야구 자체가 무지 담백해졌다. 리드를 한 번 당하면 다시 뒤집지 못한 채 계속 끌려가는 이런 간단한 경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3점을 허용하면, 4점째는 주지 말아야지 하는데, 이제는 이런 야구가 안 된다. 3점 허용 후, 쉽게 4,5점째 점수를 줘버린다. 그리고 거기서 경기가 끝난다"고 했다.

김 감독은 "그런 경기들이 올해 두드러지게 많아졌다. 나는 이런 야구를 안 해 봤는데…"라면서 "그러면서 투수 휴식이 많아진다. 경기가 확 기울어버리니까. 그런데 과연 팬들이 이런 야구를 어떻게 보는가. 재미없다 하는 문제가 있다"면서 "그런 경기에 투수를 7,8명 정도 집어넣으면서 한 점 덜 주고, 그러면서 8,9회 뒤집어버리면 흥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런 야구를 하면 정도에 어긋난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28일 경기를 되짚어 보면서 "사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그날 내가 실수를 했다 싶은 게 있다. 송은범이 안타는 2개밖에 내주지 않았지만 5볼넷을 허용했다. 그러면서도 5회 선두타자 김재현에게 솔로포를 허용한 뒤 3실점째를 기록했다. 그럼 5회까지 3점이다. '여기서 좋지 않으니까 바꾸느냐, 아니면 그냥 넘어가느냐'에 대해 논의가 될 거라 본다. 엉뚱한 쪽으로 불씨가 날아가는 것이다. 지금 이런 것 때문에 우리나라 야구가 이상하게 돼 가지 않나 싶다"면서 퀵후크 논란에 대한 속내를 내비쳤다.

그는 "'1년을 전체로 보고 끌고 갈 것인가. 아니면 하루하루 경기를 치르다 보니 1년이 지나가는 것인가'에 대한 개념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전체를 보다 보면 버리는 경기가 많아진다. 그 사이 팀은 죽어간다. 또 선수들이 알아채 버린다. '아, 이 경기는 (감독이) 버렸구나.' 이렇게 생각한다. 그런 내용 없는 경기가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 4~5점을 뒤집는 경기가 한 차례도 없다. 이런 야구가 흥미가 있는 건가 싶다"고 역설했다.

이어 김 감독은 "그런 야구 속에서 사람들에게 인생을 가르칠 게 있는가"라고 되물은 뒤 "가능성 속에서 포기를 하면, 야구 속에서 인생이란 게 없어지고 만다. 요즘 포기하지 않고 악착같이 덤벼들고 하는 게 없지 않나. 선발이 무너지니까 그냥 무너지고 있다. 휴. 이제 슬슬 (내가) 하기 시작해야 할 것 같긴 한데, 그렇게 하면 또 선수들이 힘들어진다, 힘들어지지. 야구 이야기를 하면 끝도 없다"면서 마음속 갈등하고 있는 모습을 그대로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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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퀵후크 8위(4개)' 한화, 사라진 악착같은 투수 교체 → 시즌 최다 11점차 대패로 연결

28일 대전 넥센-한화전. 홈팀 한화가 2-13으로 대패했다. 11점 차 패배는 올 시즌 한화의 최다 점수 차 패배였다. 이 경기에서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었다. 김성근 감독 스타일의 야구가 이 경기에서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선발 송은범은 2회에 밀어내기 볼넷까지 허용하는 등 제구력이 흔들린 끝에 2점을 내줬다. 김성근 감독의 스타일 상, 예년 같았다면 송은범은 분명 교체 타이밍이었다. 그렇다면 '퀵후크'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송은범을 계속 밀어붙였다. 신임을 얻은 송은범은 4회까지 추가 실점을 하지 않으며 잘 버텨 나갔다. 하지만 5회 결국 와르르 무너졌다.

이날 송은범의 성적, 4⅓이닝 6피안타(1피홈런) 5볼넷 7실점. 투구수 91개. 이어 나온 송신영이 추가로 3실점하며 점수는 0-10으로 벌어졌다. 5회 10점 차. 최근 한화의 공격력으로 볼 때 사실상 뒤집기에는 어려워진 순간이었다. 당연히 승부는 싱거워졌고, 넥센의 13-2 대승으로 마무리됐다.

◆ 투수들에게 휴식 주고 싶은 생각… 자꾸 뒤를 생각한다

김성근 감독은 29일 경기를 앞두고 전날 상황에 대해 입을 열었다. 김 감독은 "앞서 부산서 주중 3연전을 치르면서 남아있는 투수가 몇 명 없었다. 그렇다고 권혁을 투입할까. 그럼 좋겠지만, 만약 송은범을 일찍 내렸다면 2회부터 9회까지 끌고 갈 투수가 모자란 상황이었다. 뒤를 생각했다. 또 2회 송은범을 강판시켰다면 송은범이라는 투수가 죽었을 것이다. 살아 올라오는 걸 기다려준 점도 있었다"고 밝혔다. 압박을 받을 법한 상황을 설명하는 김 감독의 표정은 편안해 보였다.

그러면서 "30일 선발 투수는 이태양이다. 그래서 28일 투수진에게 조금 휴식을 주고 싶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으니까 게임이 이렇게 되는 것(2-13 대패)"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안영명은 팀이 1-12로 뒤진 9회초 마운드에 올라 1이닝 동안 16개의 공을 던졌다(2피안타 1피홈런 1삼진 1실점). 김 감독은 "안영명을 9회에 투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뭐 또 다른 곳에서는 이상하게 볼 지 몰라도. 감을 빨리 찾길 바랐다. 안영명이 경기 후 나를 찾아왔더라. 그래서 29일 불펜에서 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한화 2군 경기들을 영상으로 챙기느라, 또 다른 팀들의 하이라이트들을 모두 챙겨 보느라 정신이 없다. 김 감독은 "사실 이닝이 기니까, 패전 처리 투수가 둘 정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래퍼토리가 없다. 그런 선수들은 현재 2군서 뛰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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