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선무비]'임금님의 사건수첩'는 결국 정치 이야기였습니까

이경호 기자 / 입력 : 2017.04.30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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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포스터


지난 26일 개봉한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감독 문현성)은 코믹수사활극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마냥 웃을 수만은 없어 찝찝합니다.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예리한 추리력의 막무가내 임금 예종(이선균 분)이 천재적 기억력을 가진 사관 이서(안재홍 분)와 괴소문의 실체를 파헤치는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코믹수사활극이란 장르답게 시작부터 주인공들을 통해 웃음을 유발합니다. 예종과 이서는 싱싱한 활어처럼 팔딱팔딱 합니다. 의욕 넘치는 예종, 몸 사리는 이서는 정반대의 모습으로 극적 재미를 더합니다. 사건이 벌어지고, 이를 쫓는 두 사람의 모습 또한 실소를 터트리게 하죠. 이선균, 안재홍 등 주요 배우들도 작정한 듯 망가진 모습으로 웃음을 선사합니다.

극 전개가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예종에게 무게가 실리고, 웃을 일이 점점 사라집니다. 사건의 중심에 왕을 견제하는 신하들이 얽히고설켜 있다는 것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세도가들의 권력욕, 재물욕이 결국 왕을 위협하게 됩니다. 왕의 정치(통치)가 신하들의 입맛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죠.

영화가 중반을 넘어 후반부로 가는 순간, 예종이 결정적인 단서를 찾아내는 시점부터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임금님의 정치수첩'으로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예종과 신하들이 대립하는 이유가 정치적으로 하나 둘 드러나고, 그 얽힌 실타래가 풀리면서 모두가 사뭇 진지해집니다. 정치적 관계로 얽히고설킨 이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예종은 분노하지만, 피바람을 일으키지는 않습니다. 겉은 막무가내지만 속 깊은 왕이라는 부분이 강조되죠. 폭군이 아니라는 점을 빼면, 여느 좋은 왕들의 이야기를 그린 사극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식상하죠.


코믹수사활극을 전면에 내세웠던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결국 정치 이야기로 끝맺음을 하면서 웃음을 잃었습니다. 이선균, 안재홍, 김희원 등 반전 매력의 배우들을 100% 활용하지 못한 점과 굳이 정치란 에피소드를 담아냈어야 하는 점입니다. 시대적 배경으로 뺄 수 없는 부분이었다면, 오히려 최소화 시켰다면 유쾌한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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