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人다역]이세창 "연기, 화장품 이젠 연극까지"(인터뷰①)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7.04.27 09:30 / 조회 : 3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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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창 애스터 문화사업단 단장 / 사진=이기범 기자


조각 같은 비주얼의 미남 배우이자 스피드를 즐기는 진짜 카레이서. 그 둘은 지금껏 배우 이세창(47)을 대표해 온 이미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제 몇 가지를 추가해야 한다. 화장품 그리고 연극.


종류별 화장품이 가득한 사무실에서 만난 이세창은 두 장의 명함을 건넸다. 애스터(ASTER) 마케팅 본부장, 화장품 부문의 책임자다. 그가 수년째 화장품 사업에 투신해 왔다는 건 아는 사람들은 아는 이야기다. 2014년 한 화장품 유통사에 입사한 그는 중국시장을 발판으로 한 업계의 성장과 더불어 부대표까지 맡아 활약했다.

"처음엔 단순한 '투잡'이었어요. 배우가 늘 그렇죠. 몸을 움직여 먹고 사는 기업이나 다름없어요. 어디 다치기라도 하면 큰일이고, 늘 선택을 받아야 하고. 그래서 음식점을 하는 선배님들도 있고, 안정적인 삶을 위해서 준비하는 부분들이 있어요. 저는 단편적으로 뭔가 하기보다는 체계적으로 일을 배우고 싶었어요. 그 기회가 닿은 것이 화장품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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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창 / 사진=이기범 기자


몸담고 있던 회사가 궤도에 오른 뒤 우여곡절 끝에 지금의 애스터로 적을 옮긴 것은 약 2년 전의 일. 화장품 사업에 신규 진출하던 시기 회사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현재에 이르렀다. 연기를 병행하면서 아르바이트 삼아 얼굴이나 빌려주는 자리와는 거리가 멀다. 입사 조건으로 연기 활동을 보장받았을 뿐 이세창 또한 그 외에는 여느 직원-임원과 다름없는 직장인. 4년째 화장품 일을 하는 전문가이자 국민대 시각디자인과 출신이기도 한 그는 제품 개발과 브랜드 구축, 마케팅은 물론이고 용기나 포장 디자인에까지 참여하고 있다. 임원실 선반을 가득 메운 제품 하나하나에 대해 기능과 특징, 성분과 차별점을 줄줄이 읊는 그에게서 전문가의 포스가 제대로 풍겼다. 자부심 또한 대단했다.


최근엔 직함이 하나 더 늘었다. 그가 "월급은 똑같다"며 건넨 두번째 명함엔 '애스터 문화사업단 단장'이란 문구가 씌어 있었다. 마침 그를 만난 날은 문화사업단 인허가가 최종 마무리된 당일이었다. 하지만 실무는 이미 착착 진행되는 중이었다. 그가 단장이 되어 추진하는 문화사업이란 다름 아닌 연극. 왠지 '사업'이란 말과는 어울리지 않는 분야다. 연극을 올린다 하니 역시 극단을 꾸려가고 있는 선배 배우 조재현이 "왜 하느냐" 물었을 정도다. 같은 질문을 던졌다.

"회사에서 연극 예산을 지원한 적도 있지만 이젠 단발적인 지원에 그치지 않고 직접 팀을 꾸리게 된 거죠. 그 단장을 제가 맡게 된 것이고요. 회사 차원에서 연극에 또 문화에 애정과 관심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에요. 사실 연극으로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걸 알고 가는 것이거든요."

이세창은 "연극으로 돈을 벌 생각은 없다. 현재는 회수율이 낮아도 열심히 해서 올려가는 게 목표"라며 "단순히 제 의지는 아니다. 열심히 해서 나중에는 애스터 전용관을 대학로에 만들고 또 꾸준히 작품을 선보이며 돌아가게 한다는 것이 또한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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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창 / 사진=이기범 기자


배우들과 직접 소줏잔을 기울여가며 준비한 연극은 오는 5월 9일이면 관객과 만난다. 문화사업단 창립작인 연극 '둥지'가 대학로 굿시어터에서 막을 올린다. 이미 6회째 시리즈를 이어온 유쾌한 가족극이다. 그는 이 '둥지'를 '라이어 라이어'처럼 꾸준히 사랑받는 연극 시리즈로 만들어 널리 사랑받게 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이세창은 "투자해 손해를 보고 배운게 없다면 그것이 문제다. 이번엔 손해를 보더라도 배워야 한다. 같이 몸으로 뛰고 배우들과 부대끼며 배우고 있다"고 눈을 빛냈다. 배우로 활동하면서 엔터테인먼트와 관련한 전문 CEO가 되겠다는 것은 이세창 개인이 가진 또 하나의 목표이기도 하다.

"능력있는 사람을 발굴하고 지원하고 싶어요. 저는 부산에서 상경한 촌놈이예요. 주변 인맥도 없었고 아무 것도 없는 데서 시작했죠. 제가 연기를 하고 싶다고, 그것이 나와 맞다고 생각했을 때 가장 힘들었던 게 그런 인연, 인맥이 약하다는 것이었어요. 이 곳에서 연기력이나 열정만으로 승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버티다 보면 기회가 오는데 버틸 힘이 없는 거죠. 제 주변에도 능력도 열정도 있지만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안타까운 사람들이 있어요. 제가 만나 인연을 맺은 사람들의 모임도 있죠. 그렇게 마음을 사는 게 진정한 투자인 것 같아요."

왕성한 에너지로 여러 분야를 누비는 이세창에게서는 긍정적인 기운이 가득했다. 그러나 과거의 자신에 대해서는 통렬한 반성을 거친 터다. "연기자가 되어 있는데도 연기자란 꿈이 었었다"고 당시를 돌이킨 그는 "나는 부모님이 주신 자산 덕에 배역을 받았을 뿐이다. 경험이 없으면서 열정조차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과거 십수년 사업을 했던 일에 대해서도 냉정했다. "미래를 보지 않으면서 사업을 하고 대표를 했다. 연기자로서도 미래의 꿈이 없었다."

이세창은 마흔이 되어서야 스스로를 알았다고 했다. 그는 미스코리아 출신인 방송인 김지연과 2년의 별거 끝에 2013년 이혼했다. 그 시기 하던 사업도 휘청거렸다. 위기를 겪으면서야 '연기가 나의 천직'임을 알았던 셈이다. 이는 화장품사업 마케팅, 문화사업 단장이 된 지금도 변함이 없는 생각이다. 그렇게 치열하게 접근하고서야 스스로가, 그의 연기가 달라졌다. 그저 미남 스타였던 이세창이 변화무쌍한 개성파 연기자로 입지를 굳힌 것도 그 즈음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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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창 애스터 문화사업단 단장 / 사진=이기범 기자


"그때 조그마한 월셋집에 살면서 지금의 에너지가 적립된 것 같아요. 연기자로 살겠다는 결심이 서고 명확해지니까 제가 해야 할 것이 보였어요. 무엇보다 초심으로 돌아가자 했어요. 촬영장에 늦지 않기, 대사를 완벽하게 외우기. 무조건 열심히 했어요. 한때 제 별명이 '노 엔지'(No NG) 였어요.(웃음) 그 시절 '빛과 그림자'는 음반 낸 적 있다는 이유 하나로 캐스팅된 작품이죠. 당시 배역 이름이 최성원인데, 그 시절 남자 트로이카 최무룡 신성일 남궁원을 조합한 이름이에요. 원래 점잖고 무게 잡는 캐릭터였는데 코미디를 더했죠. 이후 '야경꾼일지', '욕망의 불꽃', '엄마'부터 작년 '옥중화'까지 드라마를 다 했어요. 배우로서 마음이 바뀐 뒤부터 후회 없이 열심히 찍었어요. 촬영 땐 직함이고 뭐고 다 잊어버려요. 그리고 끝나면 다시 직장으로 돌아오죠."

'다 겪어서 배운다'는 이세창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그가 사랑해 마지않는 연기도, 운동도, 화장품과 연극도 겪어가며 배우는 중이다. 배우 이순재가 자신의 롤모델이라는 이세창의 다음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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