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심인듯 커터인듯' 류제국의 흑마구, 리베라 떠오르네

잠실=한동훈 기자 / 입력 : 2017.04.2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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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류제국. /사진=LG트윈스 제공


"커터가 직구(포심 패스트볼)보다 빠를 때가 있다니까요. 코치님도 정체가 뭐냐 그래요."

우완 정통파 투수의 패스트볼 구속이 140km/h를 밑돈다. 그런데 타자들이 좀처럼 치지 못한다. 그 공을 상대해 본 적 없는 동료들은 저걸 왜 못 치나 더 궁금하다. 그야말로 '흑마구'다.


올 시즌 5경기 전승 평균자책점 2.79를 기록 중인 LG 트윈스 류제국의 흑마구는 컷 패스트볼(커터)이다.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중간쯤으로 고속 슬라이더라 부른 적도 있었다.

하지만 류제국의 커터는 고속이라 할 수 없다. 커터 평균 구속이 136km/h다. 그럼에도 까다로운 이유는 포심과 속도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포심은 평균 138km/h다. 커터가 더 빠를 때도 있다. 타이밍을 잡기가 어렵다.

커터로 메이저리그를 평정한 전설적인 마무리투수 마리아노 리베라의 말년과 비슷하다. 전성기의 리베라는 포심과 커터를 반반 섞었는데 30대 후반으로 접어들며 커터를 훨씬 애용했다. 구속이 줄면서 포심만으로는 무리였다. 2009년부터는 커터 비중이 80%를 넘어섰다.


37세 시즌인 2007년 리베라의 포심 평균 구속은 94마일(약 150km/h)까지 떨어졌다. 40세가 넘어선 2010년 이후에는 90~92마일(144km/h~147km/h)을 유지했다. 100마일(160km/h)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우습게 던지는 메이저리그에서는 매우 느린 구속이었다.

그러나 포심과 다를 바 없는 스피드의 커터가 있었다. 2012년 리베라의 포심 평균 구속이 90.5마일(144.8km/h)이었는데 커터 평균 구속이 90.6마일(144.9km/h)로 더 빨랐다. 이를 바탕으로 리베라는 43세 은퇴 시즌이었던 2013년에도 무려 44세이브를 기록했다.

류제국은 평균 스피드 이하의 포심을 던진다는 점, 그 포심과 맞먹는 속도의 커터를 구사한다는 점에서 말년의 리베라와 닮았다.

류제국은 "그냥 포심을 잡고 던지는데도 회전이 먹는다고 하더라"며 자신도 신기해 했다. 이어 "저 같은 유형의 투수가 스트라이크존 확대의 혜택을 많이 받은 것 같다"고 웃었다. 끝에서 살짝 휘는 공이 예전 같았으면 볼 판정을 받았을 텐데 이제는 스트라이크가 된다는 것이다.

양상문 LG 감독도 ""지금의 류제국에게 구속은 더 이상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 무브먼트만 가지고도 좋은 결과를 내고 있지 않나. 마구를 잘 던지면 된다"며 웃었다.

자료출처: 스탯티즈, 팬그래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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