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다저스 마운드 또하나의 숙제, 마에다

장윤호 기자 / 입력 : 2017.04.25 09:56 / 조회 : 3539
  • 글자크기조절
image
LA 다저스의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 /AFPBBNews=뉴스1


올해 내셔널리그에서 시카고 컵스와 우승을 다툴 것으로 예상됐던 주요 후보들이 약속이나 한 듯 시원치 못한 스타트를 보이고 있다.

동부지구의 우승후보로 꼽혔던 뉴욕 메츠는 8승11패로 소속 디비전에서도 하위권으로 밀려났고 중부지구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피츠버그 파이리츠도 승률 5할을 밑돌고 있다. 서부지구에선 LA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역시 승률 5할 밑으로 출발했는데 특히 샌프란시스코는 NL 꼴찌인 6승13패의 성적에다 에이스인 매디슨 범가너까지 필드 밖에서 입은 부상으로 장기간 잃게 되면서 개막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우승을 꿈꿨던 시즌 전체가 망가질 위기에 처해 있다. 심지어는 컵스도 지난 주말 중부지구 선두로 올라서긴 하지만 들쭉날쭉 하는 모습을 보이며 10승8패로 출발이 그리 신통치 못하다. 대신 워싱턴 내셔널스(13승5패)와 콜로라도 로키스(13승6패),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12승8패) 등이 초반에 앞으로 치고 나서는 모습이다.

시동을 제대로 걸지 못하고 있는 우승후보들 가운데 한 팀인 다저스는 믿었던 선발진이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는 것이 큰 문제다. 에이스인 클레이튼 커쇼가 변함없이 반석처럼 투수진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가운데 스프링캠프에서 맨 마지막으로 선발진에 진입했던 우완투수 브랜든 맥카시가 계속해서 빼어난 투구로 사실상 팀의 넘버 2 에이스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나머지 선발투수들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커쇼와 원투펀치를 이룰 것으로 기대됐던 좌완 리치 힐은 공을 던지는 왼손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는 고질적인 문제가 재발되면서 부상자명단에 올라있는데 회복됐다고 생각하면 다시 재발하곤 하는 물집으로 인해 본인의 상심이 매우 크고 팀도 곤혹스러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깨수술로 인한 오랜 공백에서 돌아온 5선발 류현진은 아직 패스트볼의 구속과 제구력이 정상 궤도까지 올라오지 못한 상황에서 첫 3경기에서 총 6개의 홈런을 맞으며 3연패로 출발했는데 정상궤도에 오르려면 아직 다소의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힐과 류현진의 경우는 슬로 스타트에 대한 이유가 분명하기에 어떤 대책을 생각할 수 있는 반면 올해 커쇼에 이어 다저스의 2선발로 출발한 일본인투수 마에다 겐타의 부진한 출발은 아직까지 뾰족한 이유를 찾을 수 없어 다저스를 당황시키고 있다. 지난해 32경기에서 175⅔이닝동안 탈삼진 179개를 솎아내며 16승11패, 평균자책점 3.48을 기록한 마에다는 지난해 선발등판, 이닝, 탈삼진, 다승 부문에서 모두 팀 내 1위를 차지했던 투수였다.

image
마에다 겐타./AFPBBNews=뉴스1


하지만 지금까지 4경기에 선발 등판한 마에다의 성적은 그에게 커쇼의 뒤를 받쳐주는 2선발 역할을 기대했던 다저스로선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한 번도 5이닝을 넘기지 못했고 특히 마지막 등판에선 5이닝동안 무려 4방의 홈런을 얻어맞으며 9안타 1볼넷 6실점으로 난타당했다. 4번의 등판마다 모두 홈런을 허용한 그는 피홈런 7개로 류현진(6개)을 추월, 메이저리그 공동 1위가 됐고 시즌 평균자책점은 8.05로 치솟았다. 다저스는 이로 인해 오는 28일(한국시간)로 예정된 마에다의 다음 선발등판을 미루거나 한 차례 건너뛰고 그에게 휴식과 함께 투구방법을 점검하는 시간을 줄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도대체 문제가 뭔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의 지난해 성적과 올해 성적을 비교해 보면 삼진과 볼넷 비율은 거의 그대로여서 제구력에선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온다. 인플레이볼 타율(BABIP)의 경우는 지난해 0.283에서 0.315로 다소 올라간 것이 보이지만 그렇게 큰 차이를 만들어낼 정도의 격차로는 보기 힘들다. 그의 구속을 살펴보면 올해 포심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시속 92마일을 상회해 90~91마일 선이던 지난해보다 더 빨라졌다. 패스트볼뿐 아니라 그의 주무기인 싱커와 슬라이더의 구속도 지난해보다 1마일 정도 올라간 것으로 나오고 있다. 그가 투구시 볼을 놓는 포인트 역시 지난해와 비교할 때 특별히 달라진 점이 없다. 타구에서 정타(Line drive) 비율도 지난해 20.5%에서 19.0%로 내려갔다. 일단 모든 기록 수치로 보면 마에다가 지난해에 비해 이처럼 부진한 모습을 보일만한 이유를 찾기가 힘들다. 어딘가에서 미묘한 차이가 성적의 큰 편차를 불러왔다고 추정할 수밖에 없다.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마에다의 2016년과 2017년의 가장 큰 다른 점은 플라이볼 타구 비율이 치솟았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1.23이던 땅볼 대 플라이볼 비율이 올해는 0.52로 뚝 떨어진 것이 이를 말해준다. 지난해 35.7%였던 플라이볼 타구 비율이 올해는 53.4%까지 치솟았다. 같은 투수가 투구 패턴에 거의 차이가 없는데 이처럼 타구 구질이 달라지는 것은 흔히 보기 힘든 현상이다. 한마디로 땅볼 투수가 갑자기 플라이볼 투수가 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 플라이볼 가운데 홈런을 맞는 비율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지난해 11.8%였던 플라이볼당 홈런 비율(FB/HR)이 올해는 22.6%로 거의 두 배나 치솟았다. 50%가 넘는 타구가 플라이볼이고 그 중 20%가 담장을 넘어간다면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을 투수는 없다. 대개의 경우 시즌이 진행되면 수치는 평균치 쪽으로 이동하기에 마에다의 경우도 이 수치가 내려갈 것으로 보이지만 애당초 플라이볼 타구 비율이 50%가 넘는다는 것은 우려되는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참고로 류현진의 경우는 올해 FB/HR이 무려 54.5%에 달한다. 하지만 올해 그의 플라이볼 타구 비율은 25%로 30%대였던 지난 2013, 2014년보다 낮아진 상태다. 플라이볼 타구는 줄었지만 맞았다하면 둘 중 하나 이상이 담장을 넘어가고 있는 셈인데 이 FB/HR 비율이 터무니없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만큼 시즌이 진행되면서 이 비율이 떨어질 것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일단 현재 마에다의 아킬레스건은 어떤 면에서 류현진과 비슷하다. 패스트볼의 위력이 떨어진 상태로 한복판으로 쏠리는 실투가 홈런으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D백스에게 내준 4방의 홈런 중 3방은 한복판 패스트볼이었다. 차이점이 있다면 류현진의 패스트볼은 89마일인 반면 마에다는 91~93마일짜리를 얻어맞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마에다는 슬라이더와 싱커, 체인지업도 패스트볼과 비슷한 비율로 맞고 있어 모든 부진이 실투성 패스트볼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도 쉽지 않다.

마에다의 또 다른 문제는 마운드에서 오래 버텨주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올해 4경기에서 단 한 번도 5회를 넘기지 못했는데 지난해 포스트시즌 때도 3차례 등판에서 5회는커녕 4회를 넘기 적도 없었다. 그가 선발등판한 경기에서 마지막으로 5회를 넘긴 것은 지난해 9월11일이 마지막이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포함, 총 35번의 선발등판에서 가장 오래 버틴 것은 7이닝으로 딱 두 번 뿐이었고 6이닝 이상을 버틴 것도 15번으로 절반도 안 됐다.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마에다가 지난해 많은 땅볼 타구를 유도했던 투심 싱커와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오프스피드 위주 피칭에서 높게 들어가는 포심 패스트볼을 많이 던지는 패턴으로 돌아선 것이 그에게 타격을 입히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로버츠 감독은 “그의 구속이 약간 빨라진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로 인해 포심 패스트볼에 대한 의존도가 올라간 것 같다”면서 “그가 좀 더 여유와 자신감을 갖고 볼을 낮게 가져가며 구속을 더 많이 바꾸는 피칭을 한다면 곧 좋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마에다는 이번 스프링 캠프동안 컷 패스트볼(커터)를 실험했지만 정규시즌에선 거의 던지지 않았는데 로버츠 감독은 “다음 등판엔 그의 커터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image
훌리오 유리아스. /AFPBBNews=뉴스1


한편 다저스는 트리플A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는 좌완 훌리오 유리아스를 마에다 대신 28일 경기에 투입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리아스는 지난 22일 다저스의 트리플A 구단인 오클라호마 시티 경기에서 5⅔이닝동안 투구수 93개를 기록하며 2안타 3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 빅리그 복귀준비를 마쳤음을 보여줬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이미 유리아스가 샌프란시스코 시리즈에 나설 가능성이 있음을 배제하지 않았는데 원래 유리아스는 마에다 경기가 아니라 하루 전날인 27일 샌프란시스코 시리즈 3차전에 알렉스 우드를 대신해 선발로 투입될 것이 점쳐졌으나 마에다의 부진으로 계획이 바뀔 가능성이 생겼다.

다저스가 맹렬하게 출발한 콜로라도와 애리조나를 따라잡으려면 마에다가 지난해의 모습을 되찾는 것이 필수적이다. 다저스 입장에선 시즌이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힐과 류현진은 물론 마에다까지 걱정해야 할 줄은 전혀 몰랐을 것이다. 그나마 토미 존 수술에서 돌아온 맥카시(3-0, 2.25)가 기대 이상으로 좋은 출발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시즌 초반 선발진의 붕괴를 막아주고 있지만 다저스 입장에선 류현진과 마에다가 빨리 기대했던 모습을 되찾아주어야만 흔들리는 초반 분위기를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