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 "착한놈만 하면 재미없다..나쁜놈도 해야지(인터뷰)

영화 '특별시민'의 최민식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7.04.27 13:44 / 조회 : 4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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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특별시민'의 최민식 / 사진제공=쇼박스


기가 막힌다. 한때 민족의 성웅 이순신이었으며(2014년 '명량') 우직한 조선 최고 명포수였던(2015년 '대호') 최민식(55)이 간사한 정치인이 됐다. 영화 '특별시민'(감독 박인제)에서 최민식이 맡은 주인공 변종구는 말로는 서울시민을 가장 사랑한다는 서울시장이지만, 실제로는 끝 간 곳 모르는 권력욕으로 가득한 욕망 덩어리다. 타협하지 않는 불굴의 지도자로 전무후무한 1761만 관객을 사로잡았던 최민식은 아무렇지 않게 가면을 쓰고 한 입으로 두 말을 하며 정치 쇼를 벌인다. 그 극적인 변신만으로도 '특별시민'은 꽤 볼만한 영화다.


영화는 대선을 바라보며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변종구의 선거 복마전을 그린다. 장미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 어느 모로 보나 의미심장한 이야기다. 동시에 부담스러우며 징글징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런 시국에 개봉할 줄 최민식도 몰랐다. 그저 제대로 된 정치극에 목말랐다는 그는 "진짜 한번 제대로 박터지게 했다. 한바탕 진짜 최선을 다해 싸운 사람들이 뒤에 느끼는 나른함, 피곤함이 있다"고 털어놨다. 치열하게 만든 영화가 대선 바람을 제대로 타고 흥행할지가 극장가의 관전 포인트지만 주식 하듯 영화를 바라봐선 안된다는 최민식의 바람은 소박했다.

"이 영화를 보고 '투표 하고 놀러가야겠다' 생각만 드신다면 저희로선 더할 나위 없는 포만감이 완성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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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특별시민'의 최민식 / 사진제공=쇼박스


-선거를 다룬 정치드라마에 출연했다. 부담이나 두려움은 없었나.


▶정치 드라마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심적 부담감은 전혀 없다. 두려웠다면 어떻게 연기를 했겠나. 그런 데서 자유로워야 할 수 있다.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다. 정치물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정치는 욕망의 집결체라 드라마틱하다. 바라보는 지점이 권력 하나다. 그걸 쟁취하려고 온갖 부패와 권모술수를 일삼고 그러면서 애증과 복수가 생기고, 그럼에도 소신과 철학을 지키는 인물들이 있다. 그래서 정치물이 어렵다. 누군가의 눈치를 봐서가 아니라 그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설득력 있게 보여줘야 해서다. 스트레스를 받는 건 사실이다.

-다이나믹 듀오의 '죽일놈'에 맞춰 함께 랩에 도전했다.

▶삭제된 대사 중에 '정치가 뭐라고 생각하나? 쇼야' 이런 대사가 있다. 변종구 나름의 정치에 대한 해석이다. 파워풀하게, 젊은 세대와 소통한다는 명목 아래 쇼를 한다는 설정인데, 한다고 하고는 걱정이 태산이었다. 다행히 다이나믹 듀오가 흔쾌히 하겠다고 했다. 바로 미팅을 갖고 곡 선정을 했는 데 그게 '죽일놈'이었다. 다이나믹 듀오가 개사를 해서 '선생님 이거 어때요' 하는데 '내가 잘할게, 내가 줄일 놈' 이게 상황에 딱 맞아떨어지더라. 물론 더 리드미컬하고 파워풀한 노래를 할까, '링 마이 벨'도 할까 했다. '일자리가 없으면 전화해' 식으로. 그런데 엄두가 안 나더라.(웃음) 짬 날 때마다 연습실에 가서 맞춰봤는데 같이 있으니 되더라. 역시 같이 부대끼면 전염이 된다. 20대로 돌아간 것 같은 착각을 했다. 다이나믹 듀오, 여튼 괜찮았다. 우리 과더라. 쿨하고, 일단 하기로 하면 간이고 쓸개고 다 빼 주는 스타일 있지 않나. 확 들어갔더니 확 받아줬다. 모자 코디도 직접 해준 것이다. 약간 삐뚤어져야 한다고. '쇼미더머니'는 안 나가냐고? 아이고, 딴 동네 기웃거려 봤자 돌아오는 건 욕밖에 없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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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 / 사진=영화 '특별시민' 스틸컷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다.

▶충돌이 두드러진 영화다. 배우들끼리 토론이 활발했다. 정제이 기자 역의 문소리와의 천막 안에서의 대화도 둘이 만들었다. 통화하면서 '소리야, 기존에 하던 대사가지고는 밋밋한데 커넥션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했고 서로 의견이 일치했다. '나도 생각할 테니까 너도 생각해 와.' 1시간 정도 일찍 와서 맞춰 보면서 즉석에서 살리고 의견도 첨가하고, 소위 밀당과 딜을 보여주려고 했다.

-곽도원과 심은경은 어땠나.

▶곽도원은 딱 보면 겁난다. 또 맞을까봐.('범죄와의 전쟁'에서 최민식은 검사 역을 맡았던 곽도원에게 흠씬 두들겨 맞는 연기를 했던 이력이 있다.) 걔는 일단 카메라가 돌아가면 눈빛이 돌아간다. 달라진다. 이 녀석이 나를 치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다.(웃음) 편하다. 되게 프로다 프로. 탁구를 치며 스매싱을 할 때 동료가 리시브를 탁탁 받아주는 것 같은 쾌감이 있다. 주고받는 데서 오는 쾌감이 정말 짜릿짜릿하다. 그 친구와 저는 그게 있는 것 같다. 캐스팅 단계에서도 적극적으로 추천했는데 '형님보다 대세예요. 바쁜데 할까요' 그러더라. 내가 술을 무지하게 사겠다고 했다.(웃음)

심은경은 아무래도 쫄았을 거다. 나이 차도 있고하니. 아무래도 같이 처음 해보니까 또래랑 '써니' 할 때랑은 또 달랐을 것이다. 우리도 선생님들이랑 대선배랑 하면 약간 경직되지 않나. 아직까지는 세상 없어도 카메라 앞에서는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 모드 전환이 팍 돼야 된다. 이걸로 밥먹는 사람들이 해야 하는 일이다. 은경이가 안 그런 것 같으면 '가서 즐겁게 해드리자' 하고 웃기고 그랬다. 스스로도 쿨하게 열고 같이 장난도 치고 그러더라. 집중력이 있는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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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특별시민'의 최민식 / 사진제공=쇼박스


-고깃집 엔딩이 강렬하다.

▶고깃집은 시나리오에 있던 대목이다. 그 집 고기 장난 아니게 맛있었다.(웃음) 상대였던 진선규 배우에게 쓱 밀어넣었다. 이를 계기로 한우, 국산 돼지고기 소비가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욕망이 꿈틀거리는 느낌이기도 하다.

▶인간의 욕망은 관에 들어가야 없어진다고 하지 않나. 모든 창작거리에서 인간의 욕망은 즐겨 다루는 소재고 파도 파도 끝이 없다. 그 욕망과 욕망이 충돌하기도 하고 정의롭게 발현해서 감동을 주기도 한다. 욕망에 대한 탐구, 관심은 이 작업을 하고 있는 한 계속 관찰되어지고 생각해봐야 하는 소재가 아닌가 한다.

-변종구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나.

▶일단 말 잘하는 사람. 달변가이자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화술에 능한 사람. 정치인이 말을 잘한다는 건 굉장한 무기를 장착했다는 느낌이 들더라.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본 정치인에 대한 단상이 있지 않나. 말을 수려하게 잘 하는, 표리가 부동하고 말과는 전혀 다른 인격체. 어떻게 보면, 말과 행동이 같은 사람이면 우리 세상이 얼마나 행복하겠나. 그런데 우리를 대신해 행동하시는 분들이 말과 행동이 달라 스트레스를 받는다. 변종구를 그런 대표적 인물로 설정했다. 변종구 이면의 조악한 행위들이 돋보이려면 일단 말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권모술수에 능하고 굉장히 설득을 잘 시키는 사람이라야 양면성의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

-불굴의 신념을 지니고 있었던 '명량'의 이순신 장군이나 '대호'의 천만덕 등 최근의 작품이나 캐릭터와 완전히 대조된다. '특별시민'을 택하는데 영향을 미쳤을 법도 하다.

▶새로운 것을 하는 설렘이 있지만 왜 부담이 없었겠나. 재미있었다. 이걸 스트레스로 생각하면 못한다. 깨질 때 깨지더라도 한 번 해보자, 그런 생각 없이는 안될 것 같았다. 나중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 순간에는 즐겁게 해야 한다.

정 반대 지점, 그것도 현대극이라는 게 컸다. '명량'에 이어 '대호'를 할 때, 이젠 넥타이 매고 현대극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말씀은 안 드렸지만 그 때 이 영화 이야기가 스멀스멀 있었다.(웃음) 그렇게 신념을 가지고 착하게 살았으니까 이제는 좀 못되게 살자 했다.(웃음) 우리도 사람인데 만날 착한 데 가서 착한 이야기 하면 재미가 없다. 저는 그렇다. 저는 나쁜놈 쪽도 재미있고 착한놈 쪽도 재미있다. 아, 장군님은 착한놈이라고 하면 안된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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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특별시민'의 최민식 / 사진제공=쇼박스


-'명량'으로 1700만 명이 넘는 다시 없을 스코어를 냈고 '대호'는 다소 부진했다. 연기하며 의식되지 않나.

▶'명량'에서 대박이 났다가 '대호'에서 죽을 쒔는데. 기분 좋을 사람이 누가 있나. 무책임한 건 아니고 그런 숫자에 대해서는 자유로워져야 한다. 그걸 바라면 못산다. 젓가락처럼 되어서 말라 죽는다. 어떻게 만날 내가 출연한 영화는 대박이 나겠다. 이뤄질 수 없는 꿈이고 환상이다. 영화의 흥행 법칙이라는 건 저도 모른다. 모든 게 잘 맞아떨어진 것이다. 제작진의 성실성과 진정성을 담은 최선의 작업이 선행돼야 하고 그 다음 소재나 대중의 마음까지 여러가지가 있어야지, 데이터를 내놔도 100%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물론 반성할 필요는 있다. 어떤 점에서 소통이 안 됐을까 점검해야 한다. 하지만 제가 생각할 때 배우는 그걸 두고 주식하다 들어먹은 것마냥 한숨 쉬고 그러면 아노딘다. 반성은 하되 의연해야 한다. 관객이 뭘 또 좋아한다더냐만 따지면 얼마나 추접스럽나. 그건 마땅한 자세가 아니다. 그렇게 해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고 제대로 작품이 나오겠나. 그런 것 신경쓰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 내가 뛰어들어가서 살아보고 싶은 캐릭터 세상을 연구하고 그냥 '대가리 깨져라' 해서 그렇게 해서 될까말까다. 그런것까지 주판알 튕기면서 하는 작업은 결코 좋은 작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선이 코앞이다.

▶이런 상황에 개봉하리라고는 촬영 당시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렇게 되고나서는 '말 많아지겠구나' 생각은 했다. '이렇게 지겨운데 이걸 돈 주고 와서 볼까' 생각도 했다. 지겨운데 더 지겨운 데로 들어가서 기어코 끝장을 보는 영화다. 선거는 지겹다고만 할 게 아니라 옳은 판단을 가지고 투표장에 가서, 진심으로 생각하는 기준에 따라 진심으로 일할 사람을 뽑는 데 참여한다는 것이면 되지 않겠나. 그렇게만 된다면 그야말로 한 편의 영화를 만들어서 느끼는 포만감이 생길 것 같다.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는 진짜 한번 제대로 박터지게 했다. 한바탕 진짜 최선을 다해 싸운 사람들이 뒤에 느끼는 나른함, 피곤함이 있다. 이 영화를 보고 '투표 하고 놀러가야겠다' 생각만 드신다면 저희로선 더할 나위 없는 포만감이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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