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하게 삐딱하게…이선균의 첫 사극도전(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7.04.24 13:32 / 조회 : 2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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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의 이선균 / 사진제공=CJ 엔터테인먼트


"어떤 장르든 쉬운 게 없어요. 뭔가 재밌는 게 없을까 고민하면서 만들었어요."


이선균(42)의 표정은 밝았다. 26일 개봉하는 그의 신작 '임금님의 사건수첩'(감독 문현성·제작 영화사람)은 재기발랄한 사극 콤비의 코미디 영화다. 이선균이 맡은 예종은 모든 사건은 직접 파헤쳐야 직성이 풀리는 조선의 임금. 실행력 최고의 임금님이 어리바리하지만 한 번 본 것은 절대 잊지 않는 신입 사관 이서와 함께 괴이한 소문의 실체를 파헤쳐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파트너 이서는 안재홍이 맡았다. 함께 주연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린 것은 처음이지만 오랜 인연이 있는 사이다. 이선균이 안재홍에게 전화를 걸어 러브콜을 보냈다는 이야기까지 돌았을 정도다. 이선균은 "제가 무슨 힘이 있다고 재홍이한테 '같이 하자' 그랬겠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먼저 캐스팅이 되고 재홍이에게 시나리오가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알고 지내던 사이다 보니 같이 하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김태곤 감독('족구왕' 각본, '굿바이 싱글' 연출)과 술자리를 하다 안재홍이 왔어요. 그 때가 '응답하라 1988'(응팔) 직후인데, 사실 어느 시기에 인지도가 올라 큰 작품이 오면 고민이 되거든요. 저도 '커피프린스 1호점'(커프) 이후에 그랬어요. 그 때 '나는 너랑 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죠. 그런데 피드백이 생각보다 늦게 왔어요.(웃음)"

이선균이 안재홍과 처음 만난 건 사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을 찍을 때다. 홍상수 감독의 건국대 제자로 제작지원 겸 엑스트라를 했던 안재홍과는 이후로 가끔 술잔을 기울이기도 한 사이. 한예종 연극원 1기인 이선균은 영화과 1~2기 친구들을 보며 옛 생각이 났더란다. 그 후배들 중에서도 유독 말없고 얌전했던 안재홍을 영화 '족구왕'에서 '이렇게 잘 해'라며 깜짝 놀랐고, '응팔'을 보고 완전 팬이 됐다. 진정한 연기 호흡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셈이다.

"처음엔 호흡이 안 맞더라고요. 제가 대사를 던졌는데 너무 늦게 대답을 하는 거예요. 머리 속으로 세 봤어요. 7초가 걸리더라고요. 대본대로 하니 답이 안 나오는 거죠. 터놓고 하자고 했어요. '나도 사극 처음이다' 하고 하루 종일 맥주를 먹고 같이 잠을 자고 했어요. 왕의 권위를 잊고 치고 들어가고 나오자, 그러면서 틀이 깨졌어요. 대본에 없는 것들이 만들어지면서부터 달라졌죠…. 브로맨스요? 원작을 보면 살짝 동성애 코드가 있는데 우리는 절~대 안 느껴지도록 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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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의 이선균 / 사진제공=CJ 엔터테인먼트


알려졌다시피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이선균의 첫 사극이기도 하다. 40대 주연급 배우치고는 늦은 사극 입문이다.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트렌디 드라마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는 그지만 유독 사극과는 연이 없어 제안받은 일도 많지 않았다고 했다. 50부작 대하드라마는 스스로 쪽대본을 받아가며 연기할 엄두가 안 났고, 제안이 많지 않아 '트렌디 드라마를 하다보니 사극에서 배제됐나' 생각도 들 정도였다. 유쾌한 장르에 매력적인 캐릭터가 더해진 '임금임의 사건수첩'은 받아들고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을 준 작품이었다.

"임금임에 제일검에, 원작만화를 보더라도 꽃미남이잖아요. 너무 멋지고 좋고 젊은 친구들에게 줘도 충분히 할 것 같은데, 이걸 왜 나한테 줬지. 제작사 대표에게 '후회하지 않겠냐'고 '일단 도장부터 '찍자'고 했어요.(웃음)"

"나이가 들다보니 '보험처럼' 사극을 해야겠다는 느낌적인 느낌"이었다고 이선균은 너스레를 떨었지만, 여느 사극을 흉내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누가 시작했는지 모를, 일단 "저어언하~"하며 과한 목소리를 내는 연기에 동참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삐딱하게" 접근했다.

"천천히 잡혔어요. 대신들은 '저어언하~' 하는데 나만 힘을 빼면 에너지도 안 맞을 것 같고. 행동도 조심해야 할 것 같고. 삐딱하게 생각을 많이 했죠. 용상에 팔걸이가 있는데 기대면 안되나, 이렇게 걸으면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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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의 이선균 / 사진제공=CJ 엔터테인먼트


'왕이 이래도 되나' '관객에게 욕먹을 수도 있겠다' 걱정도 들었지만 '무시하고 갑시다'라고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게 정통사극과 현대극을 오가는 듯한 이선균의 예종이다. 안재홍과의 콤비 플레이는 '셜록과 왓슨'보다 '돈키호테와 산초'처럼 보이길 바랐다. 권위를 버리고 유쾌함을 더했다. 최종 편집본에 담긴 예종은 광기어린 모습으로 대신들과 대립하는 대목이 편집에서 사라지면서 꿈을 쫓는 임금의 모습이 더 부각됐다고. 촬영 와중에도 틈틈이 모자를 손보고 용포를 다려가며 연기해야 하는 임금 연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높은 용상에 앉아 이래라저래라 해도 아무도 뭐라 못하는 게 "재미는 있더라"는 게 이선균의 소감이다. 이선균은 "그래도 용포보다는 잠행할 때 옷이 편하고 연기도 편했다"며 "전생에 귀족은 아니었나보다"라고 웃음지었다.

이미 '조선명탐정' 같은 코믹사극이 시리즈로 나와 관객에게 사랑받았던 터다. 이선균에게 '임금님의 사건수첩' 2편, 3편을 기대하는 마음이 없냐고 물었다. 답이 늦게 나오기에 '1%도 없느냐' 재차 물었더니 나온 그의 대답이 이랬다. "1% 뿐이겠어요. 왜 엔딩을 그렇게 만들었겠어요." 이선균은 "하지만 속편은 저희 몫이 아닌 것 같다. 좋아해 주신다면 가능성은 열려 있다"면서 "한국영화도 기본적으로 잘 짜여진 시리즈물로 풍성하게 가면서 다양성 영화를 더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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