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별점토크]'시카고 타자기' 극의 답답함을 좀 해소시켜야 하지 않겠소!

이수연 스타뉴스 방송작가 / 입력 : 2017.04.2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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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타자기'의 유아인(왼쪽부터), 임수정, 고경표 /사진제공=CJ E&M


학생들에게 성적표는 무시할 수 없다. 물론 성적표 신경 쓰지 않고 자기 페이스대로 하는 학생도 있으나, 그래도 대부분 성적표에 따라 일희일비하게 된다. 학생과 성적표의 관계, 이건 방송 제작진에게도 적용되는 것으로, 방송 프로그램과 시청률이다. 이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아주 끈끈한 관계다. 그런데, 성적표와 시청률은 비슷한 듯하지만 미묘하게 다른 점이 있다. 학생은 자기 성적을 본 후, 다음 시험 때까지 자기 계획에 맞춰 공부의 방식, 시간 등을 조절할 수 있지만, 방송 프로그램은 그러기 힘들다는 점이다. 시청자들에게 이미 공개되는 시청률 수치와 종영까지 한정 된 시간, 그리고 이미 다 정해진 스토리와 구성 때문에, 노선을 확 바꿔서 조절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안타까운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tvN의 ‘시카고 타자기’이다. 유아인과 임수정이라는 최고의 배우가 주인공으로 낙점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기대했던 작품인가! 특히, 유아인의 경우 어떤 역할을 맡기든 캐릭터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배우 아닌가! 그러니 ‘시카고 타자기’ 제작진의 삼고초려, 그래, 너무나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란 말인가? 방송이 4회까지 나가는 동안 시청률 2%대에서 허우적대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보기에 형편 없냐? 아니다. 보고 있으면 정말 최고의 배우들이다 찬사하면서 보게 된다. 그런데, 대체 왜 이리도 시청률이 저조할까?


시청률이란 녀석이 참으로 얄궂어서 콕 찝어 뭐 하나 때문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따져본다면, 우선 소재 때문이 아닐까, 싶다. 유아인이 맡은 한세주는 유명 베스트셀러 작가로, 그를 둘러싼 전생과 현생의 이야기들이 주요한 스토리다. 아직 과거에 어떤 일이 지금의 생과 연결되어있는지는 명확하게 나오진 않고, 살짝 느낌으로 풍기며 미스터리하게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풀어가는 데 있어 작가와 소설을 소재로 채택해서, 유령작가를 등장시켜 미스터리를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이 지점이 시청자들에겐 거리감이 느껴진다. 즉, 공감되지 않는 소재라는 것이다. 미스테리를 강조할 것이었다면 아예 초월적인 인물, 예를 들어 ‘도깨비’,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이나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초능력자처럼 신비로운 인물이었어야 했다. 아니면, 아예 반대로 주변에서 흔히 마주치고 이해할 수 있는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을 택했다면 그 입장에 감정이입이 더 확실하게 됐을 것이다. 그런데, 소설가와 유령작가라는 설정은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애매모호함이 있다. 다만, 유아인의 연기력이 그 캐릭터를 살리고 있을 뿐이다.

여기에 연결지어 또 하나는 주인공, 한세주의 역할론이다. 즉, 주인공이 극을 이끄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시카고 타자기’는 그를 계속 애매한 상황에 처하게 만든다. 그것이 시청자를 좀 답답하게 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극의 중심이 되어 스토리를 끌고 가는 매력적인 주인공을 원하는데, ‘시카고 타자기’는 충분히 매력적인 주인공을 데려다 놓고도 그가 계속 끌려다니는 상황만을 주고 있다. 다시 말해, 유아인이 활개치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자꾸만 허우적거리게 만든다는 점이 안타깝다. 물론 극에 따라 주인공이 계속 당하다가 마지막 반전으로 쾌감을 줄 수도 있다. 그런데, 만약 이것이 계획이었다면, 다른 상황들을 더 명확하게 시청자에게 공개했어야 한다. 그래야만 시청자가 유아인 편이 되어 함께 싸워주고 응원해 줄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너무 애매모호하게 가려놓고 있다.

여기에 산만한 구성 또한 애매모호하다. 미스터리함을 살리기 위해 그랬으리라 싶지만,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상황이 갑작스레 계속 반복되면서 어느 쪽으로도 몰입하기 쉽지 않다. 또 하나,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인물인 임수정(전설 역), 고경표(유진오 역)에 대한 설명 역시 미스터리함 때문이란 걸 이애하지만, 지금보단 좀 더 친절하게 공개했다면 어땠을까? 가림막 뒤의 것이 궁금하게 만들려면, 실루엣이 드러나 더욱 헷갈리게 만들어야 궁금한 법인데, 지금은 그냥 너무 덮어놓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궁금함보단 답답함이 크다.


결론적으로, ‘시카고 타자기’는 좋은 배우들이 활개 치는 무대를 좀 더 열어줘야 한다. 전체적으로 극의 흐름과 스토리의 답답함을 해소시키지 않는다면, 스토리와 버무려지지 못한 채, 유아인, 임수정, 고경표, 세 명의 주인공이 각자 최고의 역량만 발휘하며 애쓰다 끝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 ‘시카고 타자기’ 궁금증과 답답함은 종이 한 장 차이. 이 선을 어떻게 정하는지가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드라마. 그래서, 제 별점은요~ ★★★☆ (3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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