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오승환의 불안한 출발..그리고 로젠탈

장윤호 기자 / 입력 : 2017.04.21 08:16 / 조회 : 4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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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클로저 오승환(35)이 시즌 초반 예상 못했던 고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전 클로저 트레버 로젠탈이 20일(한국시간) 경기에서 마무리 상황에 등판해 세이브를 따내면서 클로저 자리를 놓고 두 선수간의 경쟁구도가 다시 시작될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로젠탈은 이날 최고시속 101마일에 달하는 무시무시한 패스트볼을 뿌리며 피츠버그 파이리츠 타선을 1안타로 막고 삼진 2개를 솎아내는 무실점 투구로 지난해 6월22일 이후 무려 302일만에 세이브를 기록했다. 그의 생애 통산 111번째 세이브였다.

사실 이날 로젠탈의 마무리 출격은 거의 예정됐던 일이었다. 오승환이 직전 이틀간 세이브를 기록하는 과정에서 총 11명의 타자를 상대로 합계 46개의 공을 던진 것으로 인해 이날은 경기 시작 전에 이미 하루 휴식이 예정돼 있었고 사흘 연속 세이브상황이 이뤄지면서 전 클로저였던 로젠탈이 오승환의 빈자리를 메워준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등판 하나를 놓고 팀 클로저 교체의 전조라는 식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무리다. 시즌 초반 고전에도 불구, 세인트루이스의 클로저는 오승환이라는 것이 현재 마이크 매티니 감독의 확고한 생각이다.

하지만 비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절대적이거나 영원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불과 1년 전 이맘때쯤 의심할 여지없는 부동의 세인트루이스 클로저였던 로젠탈이 불과 두 달 뒤인 지난해 7월부터는 오승환에 그 자리를 넘겨줬야 했던 것에서 그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프로의 세계, 더구나 최고의 무대인 메이저리그에서 정체되거나 후퇴한다면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든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2014년에 45세이브, 2015년에 48세이브를 올리며 올스타로 선정됐던 로젠탈은 지난해에도 4월 중에 8경기에 나서 5세이브와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하며 시즌을 산뜻하게 출발했다. 그리고 그의 순항은 5월에도 계속 됐다. 한 경기에서 비자책점으로 블론세이브를 기록하긴 했으나 5월 한 달간 나선 10경기 중 8경기에서 무실점 투구를 하며 2승과 3세이브를 보탰다. 그런 그가 그 시점부터 불과 한 달 뒤에 클로저 자리를 한국에서 온 루키 오승환에게 내줄 것이라곤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로젠탈은 6월 들어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6월4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세이브상황이 아닌 9회초 1-2로 뒤진 경기에 등판해 한 개의 아웃카운트도 잡지 못한 채 3연속 볼넷을 내주고 강판당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결국 로젠탈은 6월 한 달간 6세이브를 올렸지만 두 번의 블론세이브와 2패에 평균자책점 9.90의 난조를 보였고 매티니 감독은 결국 클로저 교체를 단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올스타이자 리그 최고의 클로저가 루키에게 자리를 빼앗기기까지 슬럼프 기간은 단 한 달여 정도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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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오승환의 출발은 지난해 로젠탈의 경우와 비교하면 오히려 더 불안하다. 그는 지금까지 총 6경기에 나섰는데 단 한 번도 가볍게 등판을 마치지 못했다. 6경기에서 매번 빠짐없이 안타를 맞았고 이중 5경기에서 멀티히트를 내줬으며 실점한 경기도 4개나 된다. 6⅔이닝동안 맞은 안타 수가 12개에 달하고 실점은 6점으로 평균자책점이 8.10까지 올라가 있다. 반면 탈삼진은 단 3개에 그쳐 9이닝당 탈삼진 수가 지난해 11.64에서 올해는 4.05로 뚝 떨어졌다. 이미 2개의 홈런을 맞아 9이닝당 홈런 수는 지난해 0.56에서 2.70으로 올라갔다. 투구 수도 이런 추세를 반영한다. 그는 올해 6⅔이닝동안 총 135개의 공을 던져야 했다. 이닝 당 투구 수가 20.3에 달한다. 지난해 그의 이닝 당 투구 수 16.4개보다 4개 정도나 많다. 그만큼 매 이닝마다 고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가 아직까지 블론세이브가 1개뿐이고 패배 없이 1승과 2세이브를 기록 중인지 신기할 정도다.

매티니 감독은 오승환이 올 들어 가볍게 이닝을 마치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그 첫 번째는 등판의 불규칙성이다. 세인트루이스가 첫 12경기에서 9패를 당하면서 세이브 기회조차 거의 없었던 것이 오승환의 등판기회를 제한시켰고 그로 인해 그가 꾸준한 흐름과 컨디션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오승환은 시즌 개막전에서 첫 등판을 한 뒤(매우 힘겨운 등판이었다) 무려 6일 동안이나 등판기회를 얻지 못했고 이후 다음 3차례 등판은 세이브 상황이 아닌 상태에서 컨디션 유지 차원의 출격이었다. 그 이후엔 또 나흘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매티니 감독은 “언제 사흘 연속 1점차 경기에서 그가 필요한 상황이 올지 모르기에 (세이브 상황이 아닐 때) 1이닝 정도 던지게 해 실전 감각을 유지하게 하는 결정도 그렇게 쉽지 않다”면서 “그는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자신이 언제 공을 던져야 하는 지도 안다. 우리는 그의 판단을 따라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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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AFPBBNews=뉴스1


매티니 감독이 꼽은 두 번째 이유는 오승환의 주무기인 슬라이더의 효율성이 뚝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타자들은 오승환의 슬라이더를 상대로 타율 0.164와 장타율 0.246에 그쳤다. 거의 ‘언히터블’이라는 평가까지 들었던 구종이었다.

하지만 올해 오승환의 슬라이더는 위력이 뚝 떨어졌다. 피안타율이 0.500, 장타율은 무려 1.500에 달한다. 지난해와는 비교하기조차 무색할 정도다. 슬라이더에 대한 헛스윙 비율도 지난해 26.6%에서 올해는 14.3%로 격감했다. 그의 주무기가 이처럼 난타당하고 있으니 그가 고전하는 것은 사실 당연한 결과다.

매티니 감독은 “지난해보다 그의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존에서 다소 높게 형성되고 있다”면서 “현재 그는 슬라이더의 좌우 무브먼트보다 상하 무브먼트에서 볼이 조금 낮게 제구되도록 노력하고 있고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오승환 역시 “지금 내가 주력하고 있는 것은 슬라이더의 로케이션과 제구력이 돌아오도록 하는 것”이라고 매티니 감독의 진단을 뒷받침했다.

오승환은 지난 3일 시즌 개막전인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서 1-0 박빙의 리드를 지키던 8회 1사 후 마운드에 올라 첫 타자를 몸 맞는 볼로 내보내 만루에 몰린 뒤 컵스의 간판 원투펀치인 크리스 브라이언츠와 앤서니 리조를 외야플라이로 잡고 박빙의 리드를 지켜냈다. 그것만으로도 세이브를 얻기에 충분한 활약이었지만 아직 한 이닝이 더 남았다는 것이 문제였다. 세인트루이스가 8회말 2점을 뽑아 리드를 3-0으로 벌렸을 때만 해도 오승환은 완벽한 세이브로 시즌을 시작하는 듯 했으나 9회초 오승환은 또 하나의 몸 맞는 볼과 내야안타 이후 윌슨 콘트레라스에서 동점 스리런홈런을 맞고 말았다.

여기서 결정적으로 첫 단추가 잘못 꿰인 것이다. 시즌 첫 경기, 그것도 가장 스트레스 정도가 높은 상황에서 오승환에게 무려 38개의 공을 던지게 한 매티니 감독의 결정에 대해서도 많은 비판이 있었다. 그리고 그 등판 이후엔 등판기회조차 들쭉날쭉하면서 좀처럼 제 모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어깨부상에서 돌아온 류현진이 구속 문제로 고민이 많은 상태지만 사실 오승환의 경우도 지난해보다는 구속이 다소 떨어졌다는 통계결과가 나와 있다. 브룩스 베이스볼에 따르면<아래 도표 참조> 오승환의 포심 패스트볼 구속은 지난해 4월 92.71마일에서 출발, 8월엔 94.38마일까지 올라갔고 10월엔 93.95마일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번 달 그의 포심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91.98마일로 메이저리그 진출 후 가장 낮았다. 그의 슬라이더 구속도 지난해 최하 85.56마일에서 최고 88.09마일을 찍었으나 올해는 84.90마일에 그치고 있다. 이 같은 스피드 저하가 WBC 출전에 따른 후유증이거나 일시적인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패스트볼의 구위가 떨어지면 다른 오프스피드 구종의 효율성도 떨어지기에 전체적인 구위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오승환 구종별 구속

<브룩스 베이스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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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직까지 시즌은 시작단계이고 패닉 버튼을 누를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그에게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은 지난해 로젠탈의 사례에서 충분히 유추해볼 수 있다. 로젠탈은 이번 등판에서 시속 100마일이 넘은 공만 5개를 던졌고 최고구속 101.1마일(162.7km)를 찍으며 인상적인 무력시위를 했다. 오승환으로선 흘려 넘길 수 없는 경고장이다. 오승환이 과연 초반 부진을 이겨내고 제 궤도로 돌아가 클로저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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