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롱런MC' 신동엽 "박수칠 때 떠나? 더 열심히 해야죠"

윤성열 기자 / 입력 : 2017.04.22 07:51 / 조회 : 3048
  • 글자크기조절
image
/사진=김휘선 기자


신동엽(46)은 명실상부 현존하는 최고 예능 MC 중 한 명이다. 좌중을 사로잡는 능청스러운 입담과 돌발상황에 더 빛나는 탁월한 순발력은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요즘 그는 빼곡한 방송 스케줄로 쉴 틈이 없다. 현재 진행을 맡고 있는 프로그램만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 통틀어 9개에 이른다. 시쳇말로 '소'처럼 일하고 있는 셈이다.

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 중엔 장수 프로그램도 상당수다. SBS 'TV동물동장', KBS 2TV '안녕하세요', E채널 '용감한 기자들', tvN '수요미식회'가 각각 800회, 300회, 200회, 100회를 넘겼으며, 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이하 '불후의 명곡')는 오는 22일 300회를 목전에 두고 있다.

1991년 SBS 특채 개그맨으로 데뷔 이후 숱한 세대교체 바람 속에 꾸준히 존재감을 발휘해온 신동엽. 그의 '롱런' 비결은 뭘까.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신관 공개홀에서 스타뉴스와 '불후의 명곡' 300회 특집 인터뷰에 응했던 신동엽과 전화 통화로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눴다.

"출연하고 있는 여러 프로그램 중에서 오래 함께 가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에요. 옛날에는 롱런 프로그램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오히려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게 있었죠."

image
/사진=김휘선 기자


신동엽은 1990년대 SBS '기쁜 우리 토요일', MBC '남자셋 여자셋' 등에 잇달아 출연하며 큰 인기를 누렸다. 2000년대에는 KBS 2TV '해피투게더', SBS '헤이 헤이 헤이' 등 지상파 간판 예능 프로그램을 이끌며 전성기를 이어갔다. 그러나 그는 "당시엔 프로그램을 끝까지 하지 않고 중간에 빠질 때가 많았다"며 "더는 내가 보여줄 것이 없을 것 같단 생각이 지배적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땐 어리기도 했죠. 프로그램 시청률이 높고, 사람들이 되게 재밌어해도 내부적으로는 거의 한계에 달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었어요. 그럴 땐 주저하지 않고 프로그램을 항상 그만뒀었죠."

신동엽은 세월이 흘러 연륜이 쌓이면서 자연스레 프로그램과 시청자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고백했다. 그는 "우리나라 예능 프로그램은 그만두는 시점을 내가 직접 정하면 안 되겠더라"며 "전략적으로 적당한 때 프로그램을 그만두는 것도 좋지만, 사실 그건 시청자가 결정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내가 더하고 싶어도 시청자분들에게 사랑을 못 받으면 그만두어야 해요. 반대로 내가 매너리즘에 빠져 있어도 시청자가 계속 보고 싶어 하면 하는 거죠. 그렇게 하다 보면 돌파구가 생기고 내 나름대로 역할도 생기더라고요. 언제부터인지 그렇게 순리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이제 모든 프로그램을 다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image
/사진=김휘선 기자


신동엽은 데뷔 후 수많은 프로그램을 떠나보냈지만 'TV동물농장' MC 자리만은 꿋꿋하게 지켰다. 그는 "교양 프로그램이니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적은 출연료를 받지만 그만두지 않았다"며 "동물들을 보면서 맘이 정화되고 힐링이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KBS 대표 음악 예능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도 신동엽만이 1회부터 300회까지 이끌어왔다. 무엇보다 현장 MC로서 가수들의 무대를 직접 지켜봤던 그는 "(경연이 시작되면) 무조건 마음속으로 승자를 예상해본다"며 "맞추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전했다.

'불후의 명곡'에서 전설로 가장 초대하고 싶은 가수로 '가왕' 조용필을 꼽았다.

신동엽은 "초등학교 5학년 시절 같은 반 학생들끼리 문집 같은 걸 작성했는데, 당시 존경하는 인물란에 조용필을 썼던 것 같다"며 "그만큼 나의 소년기를 크게 지배했던 존재"라고 떠올렸다.

"어렸을 땐 TV를 틀면 이 채널, 저 채널, 다 조용필이 나왔어요. 그때가 아마 초등학교 2~3학년 때인 것 같아요. 우리 집에 TV가 처음 생기기도 한 시점이기도 하죠. 옛날부터 조용필의 노래를 정말 좋아했어요. (조용필과) 친분이요? 음..같은 빌라에 산다는 거 정도? 하하."

1980년대 TV를 틀면 조용필이 나왔다면, 요즘엔 신동엽이 '대세'다. 신동엽은 최근 몇 년간 빡빡한 일정으로 몸은 고되지만, 마음은 한결 가벼운 듯 "총량의 법칙처럼 옛날에 많이 놀았던 사람들은 커서 잘 안 놀고, 안 놀았던 사람은 나중에 늦바람이 분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옛날엔 프로그램을 절대 많이 하지 않고, 한 번 하면 의도적으로 좋을 때 딱 치고 빠지기도 했어요. 1년 동안 방송을 안 할 때도 있었고요. 신인 때부터 꽤 오랜 시간은 그렇게 했었죠."

image
/사진=김휘선 기자


그러나 그의 인생에 부침이 없던 것도 아니다. 신동엽은 2000년대 초 엔터테인먼트사, 다이어트 신발 등의 사업에 손을 대다 억대 빚을 떠안았던 아픔이 있다.

"여러 가지 다른 일에 관심을 돌리다 상처도 받았고, 경제적으로 힘든 순간이 왔었죠."

하지만 그는 유연하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경험을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았다. 그는 이제 방송에만 전념하게 된 두 가지 이유라며 "첫째는 열심히 일해서 빨리 빚을 갚아야 했고, 둘째는 방송만 열심히 하면 다른 짓거리 안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열심히 했다"고 털어놨다.

"이런저런 이유로 방송을 다시 시작했는데, 결국 이 판단이 맞았던 것 같아요. 옛날엔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인지, 빨리 돈을 벌건 뭔가 든든한 걸 마련한 다음에 방송을 계속하든 아니면 그만두든 해야겠다는 고민을 했어요. 그래서 더 다른 쪽에 많은 관심을 가졌어요."

지금은 방송에 출연하고 시청자들과 만나는 일을 천직으로 여긴다고 했다. "알고 보니 제가 제일 잘하는 게 방송인데, 잘 못하는 쪽에 항상 관심을 가졌던 것 같아요. 옛날에는 감사하면서 할 줄 몰랐는데 지금은 정말 감사하면서 그렇게 즐기고 있습니다. 하하."

기자 프로필
윤성열 | bogo109@mt.co.kr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연예국 가요방송뉴미디어 유닛에서 방송기자로 활동 중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